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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장태동의 서울을 걷다

경치 좋아 가을 마중하기
안성맞춤 코스

by한겨레

호암산 등산로와 서울 둘레길 5코스 중 금천구 일부 구간 4㎞


서울 둘레길, 한우물 전망길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호암산 길

하늘 가벼워지고 햇볕 부드러워져

가을 마중하러 걷는 호암산 길

경치 좋아 가을 마중하기 안성맞춤 코

잣나무 산림욕장

금천구 호암산에는 서울 둘레길, 한우물 전망길, 호암늘솔길 등 이름이 붙은 길이 있다. 경치 좋고 쉬기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증거다. 한여름 더위가 식으니 하늘이 가벼워지고 햇볕이 부드러워졌다. 가을 마중하러 호암산을 걸었다.

숲을 지나 도착한 전망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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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압사에서 호암산으로 올라가는 길.

호암산 등산로 중 호압사 입구~호압사~전망 좋은 곳~석구상~불영암(한우물)~칼바위 전망대~폭포 조망대~잣나무 삼림욕장~호압사 입구로 이어지는 약 4㎞ 산길을 걷는다.


호압사 입구에서 석구상까지는 이름이 붙지 않은 기존의 등산로를 따른다. 석구상에서 폭포 조망대까지는 ‘서울시 테마 산책길, 한우물 전망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폭포 조망대 아래 ‘서울 둘레길’ 이정표 부근에서 호압사 아래 장애인주차장 부근까지 이어지는 길은 ‘호암늘솔길’이라는 이름이 있다. 호암늘솔길은 대부분 서울 둘레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관악산에서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삼성산을 세웠다. 삼성산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서울시 금천구에 닿으며 호암산을 밀어올렸다. 호압사 입구 시내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호압사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주차장을 지나 절 마당으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느티나무 고목 두 그루가 절로 들어가는 또 다른 문처럼 버티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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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압사 연못에 핀 수련.

절 마당 한쪽 작은 연못에 수련 몇 송이가 피어 사람들을 머물게 한다. 연못 위 숲 쉼터 한쪽에 있는, 배가 불쑥 나온 포대화상을 지나 호암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로 접어든다. 길을 덮은 초록 숲이 무슨 보호막 같다. 숲의 보호막 밖을 비추는 햇볕에 잎들이 초록 형광색으로 빛난다. 그 빛을 바라보며 가파른 산길에서 잠깐 숨을 고르며 쉰다.


숲의 보호막을 벗어나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난다. 낡은 이정표 옆으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온다. 이 길에서 처음 만나는 전망 좋은 곳이다. 앞으로 걸어갈 산 능선과 함께 금천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땀을 식히고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나와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한우물 방향으로 걷는다.

통쾌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굽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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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곳으로 올라가는 바위 비탈길

조금 걷다보면 왼쪽으로 크고 작은 바위가 있는 산비탈이 보인다. 바위를 밟고 짚으며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바위 산비탈을 다 올라서면 너럭바위가 펼쳐진 넓은 터가 나온다. 이곳이 이 길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전망 좋은 곳이며, 이 길에서 가장 통쾌하고 시원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너럭바위 가장자리로 다가간다.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에 땀은 벌써 다 말랐다. 풍경을 한눈에 다 넣을 수 없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바라본다.


호암산 푸른 숲이 번진다. 그 끝은 사람 사는 마을과 경계를 이루었다. 인공의 회색빛과 자연의 푸른빛이 대조를 이루는 풍경에 까닭 없는 상념이 인다. 상념이 닿은 풍경 한 축에 호압사가 있다. 호압사가 숲이 품은 사람의 둥지 같다.


금천구 일대 아파트 단지와 넓고 좁은 도로까지 상세하게 살펴본다. 시야를 넓혀 바라보는 눈길에 햇볕에 반짝이는 고척스카이돔이 보이고 그 뒤로 김포공항 활주로가 눈에 들어온다.


여의도를 지나는 한강과 노을공원, 평화공원의 평평한 ‘마루금’이 눈에 띈다. 북한산 능선이 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서쪽으로는 인천 송도의 빌딩들과 그 앞바다도 희미하게 보인다.


때로는 낱낱이 혹은 한눈에 뭉뚱그려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들이 낮게 떠서 머리 위를 지나는데, 그것 또한 색다른 느낌이다.


혼자였던 곳에 어느새 사람들이 찾아와 이쪽저쪽 바위에 앉거나 서서 앞을 바라본다. 그들을 뒤로하고 올라왔던 바위 비탈로 다시 내려가서 한우물 방향으로 걷는다.

잣나무숲에서 걸음을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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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암 종각.

너럭바위가 있는 넓은 터가 또 나온다. 최고의 전망을 즐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감동이 덜하다.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변화에 감상의 초점을 맞춰본다.


넓은 터를 지나 바위가 있는 비탈로 내려가면 편안한 흙길이 나온다. 이정표는 불영암으로 안내한다. 불영암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석구상’이 있는 곳에 들른다. 산중에 돌을 깎아 만든 개 모양의 상이 있다. 그 이력이 조선 시대까지 올라간다. 설화에 의하면 경복궁 광화문 앞 해태상과 마주 보게 하여 장안의 화재를 예방할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석구상을 지나면 바로 불영암이다. 불영암에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연못, 한우물이 있다. 연못이 제법 큰데 물은 연못 한쪽에 작은 웅덩이에만 남았다. 불영암 마당에 허투루 지은 종각이 보인다. 산 아랫마을까지 울리는 종소리를 생각하며 마당 돌탑 앞에 잠시 머물다 시흥동(호암1터널) 이정표 방향으로 간다.


내리막길에 만난 칼바위 전망대는 이 길에 있는 마지막 전망대다. 칼바위 바로 위에서 금천구 일대를 볼 수 있다. 폭포 조망대 이정표 방향으로 간다. 폭포 조망대는 인공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인데, 절벽만 있을 뿐 폭포수는 볼 수 없었다. 폭포 조망대 아래로 내려가면 서울 둘레길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서 걷는다.


데크로 만든 길은 호암늘솔길이고 그 옆 오솔길은 서울 둘레길이다. 서울 둘레길을 따라 걷는다. 서울 둘레길이라고 적힌 주황색 작은 스티커 이정표를 따라 데크길을 건너서 조금 더 걸으면 잣나무 삼림욕장이 나온다.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엄마들, 침대의자에서 삼림욕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 생태연못 가를 서성거리는 사람들, 숲의 향기 가득한 이곳은 이미 이 마을 사람들의 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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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