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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접 해봤습니다

by한겨레

커버스토리|주방용품


기름 없이 튀기는 에어프라리어 열풍


기자 8가지 요리 직접 해보니


막창구이부터 생선찜까지 가능


감자튀김, 시중 파는 것보다 맛 좋아


고기 요리엔 적당, 채소엔 아쉬움 남아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

에어프라이어 사용자들은 저마다 레시피를 공유하고 후기를 올린다. 삼겹살도 굽고 막창도 굽고, 로스트치킨을 만들고 생라면으로 ‘라면땅’을 만들고, 제빵도 하고 귤도 구워 먹는다. 기름 없이도 튀김이 된다는 에어프라이어는 만능일까? 기자의 체험담도 공유한다.


엎어놓은 약탕기처럼 생긴 못생긴 조리 기구를 부엌에 들여놓을 생각은 없었다. 예쁘고, 유용해서 샀던 이런저런 조리기구가 쓸모없이 방치되는 판이다. 생각을 바꾼 건 감자튀김 때문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포장해 오면 갈색 봉지 속에서 눅눅해지고 허리가 굽은 감자튀김을 먹게 된다. 집에서 튀기자니 먹기도 전에 기름 냄새에 질린다. 남은 기름 처리도 문제다.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

그러던 어느 날. 트위터에서 에어프라이어로 냉동감자를 조리한 사진을 접했다. 표면이 노릇하고 각진 부분이 갈색으로 구워져 사진만 봐도 파삭함이 느껴졌다. 갓 튀겨진 감자튀김만 먹을 수 있어도 만족하겠다는 심정으로 지난 6월1일, 2.5ℓ 용량의 저가 모델을 구입했다. 샤워하기 전에 냉동감자를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씻고 나와 뜨끈한 감자튀김에 차가운 맥주를 곁들였다. 사소한 행복에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배어 나왔다.


에어프라이어 라이프도 얼추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조리되는 동안 불 앞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전자레인지도 마찬가지지만, 마이크로파가 재료 내부에 침투해 수분을 가열하는 전자레인지는 재료 표면에서 증기가 빠져나와 식재료 속은 푸석하고 겉은 축축하게 젖는 경우가 많다. 전자레인지에 오징어 튀김을 데워보자. 오징어는 쪼그라들고 튀김옷은 들뜬다. 전자레인지에서는 안 되는 일이 에어프라이어에서는 된다. 오징어 튀김은 다시 튀긴 듯 바삭해지고, 분식집에서 양껏 포장해 왔다가 남아 말라버린 김말이와 냉장고에 뒀던 프라이드치킨은 부활한다.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

아무리 유용한 조리기구도 설거지가 불편하면 손이 가지 않는다. 집마다 있던 녹즙기가 포장 박스 인쇄가 누렇게 변할 정도로 다용도실이나 베란다에 방치됐던 까닭도 청소가 불편해서다. 쓸 때마다 내부를 분해해 닦아야 했으니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다. 에어프라이어의 또 다른 장점은 설거지가 줄어든다는 것. 재료를 담는 바스켓에 종이 포일을 깔면 기름 설거지도 필요 없다. 굽는 조리의 상당 부분을 에어프라이어에 맡기자 가스레인지 주변에 찌든 기름때를 닦을 일도 사라졌다.


에어프라이어의 구조는 간단하다. 상부의 열선이 달궈지면 팬이 돌아가면서 뜨거운 바람을 바스켓의 식재료에 전해진다. 대류식 전기오븐과 유사하다. 이런 원리가 장단점을 만들어낸다. 열풍은 식재료의 표면을 건조시켜 내부 수분 손실을 막는다. 고기를 다소 오래 구워도 속은 촉촉한 이유다. 한편 조직이 얇은 채소류는 수분을 금방 빼앗겨 버석한 식감만 남기도 한다. 하지만 양파나 토마토처럼 물기가 많고 익으면 단맛이 살아나는 채소는 에어프라이어와 어울린다.


감자튀김에 만족감이 커지자 대파 조리에도 도전해 봤다. 도톰하게 자른 대파와 대파 속을 비운 다음 그 안에 소시지를 끼운 것, 대파를 베이컨으로 감싼 것을 차례로 기름 발라 함께 넣었다. 베이컨을 두른 것의 맛이 제일 낫고, 대파만 구운 것은 마치 미라를 씹듯 했다. 겉은 거뭇하게 구워지고 속은 단맛이 배어 나오는 대파 꼬치를 만들려면 자주 바스켓을 열어서 기름이나 양념장을 발라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채소를 조리할 때는 기름을 첨가하는 편이 좋았다. 가지와 버섯은 기름을 만나면 몇 배로 맛있어지는 식재료다. 열풍으로 표면이 살짝 건조되면 꾸덕꾸덕하게 씹히는 맛도 좋고 단맛도 느껴진다. 시판 소스로 간단하게 냉 메밀국수나 우동을 만들 때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표고버섯과 가지구이를 올려 먹었더니 제법 그럴싸했다.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

이 요물 같은 조리 기구를 영접하고 식습관 한 가지가 바뀌었다. 꽈리고추를 자주 먹게 된 것. 지금은 문을 닫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 ‘메르삐꽁’에서 ‘감자튀김과 스페인식 꽈리고추 튀김’을 자주 먹었다. 모두가 아는 평범한 감자튀김이고, 그저 기름에 튀기고 소금을 뿌린 꽈리고추였다. 생긴 건 별로지만 쫀득하게 씹히고 달착지근함 뒤에 은은한 매운맛이 도는, 기가 막힌 맥주 안주였다. 하지만 식당이 문을 닫자 더는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식탐은 잠재우기 힘든 욕망이다. 그래서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씻어서 물기를 털어낸 꽈리고추에 기름을 골고루 두르고 소금을 넉넉히 뿌려 200도에 10분 에어프라이어에 돌리자 완성됐다. 얼추 ‘메르삐꽁’와 비슷해 흐뭇했다. 이때 꼭 맥주를 준비하자.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

요즘은 바스켓에 생선도 자주 담는다. 파삭한 껍질을 먹으려면 표면에 기름을 살짝 바른다. 아예 비린내가 나지 않는 조리법으로 파피요트가 있다. 종이 포일에 해산물 등의 주재료와 채소와 허브를 올린다. 포일 테두리를 그릇 형태로 접거나 사탕 포장지처럼 양 귀퉁이를 말아서 밀봉하고 오븐의 열기로 찌는 요리다. 버섯을 깔고 삼치를 올린 후 레몬과 로즈메리, 버터 한 조각을 마저 올려서 꼭 싸맨 뒤 200도에 25분 돌렸다. 접시에 담아 종이 포일을 열자 향긋한 냄새가 훅 뿜어 나와 코가 즐거웠다.

‘에어프라이어’ 열풍…8가지 요리 직

고약한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여태 막창구이 도전을 미뤄왔다. 쫄깃한 막창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니! 기대되면서도, 늘 막창 판매 누리집의 구매 후기를 보면서 망설였다. 누구는 구우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냄새 때문에 버렸다고 할 정도로 평이 극과 극을 오가니, 늘 마지막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유명한 막창 제품은 며칠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구매자가 많았다.


막창 포장을 뜯으니 설명도 하고 싶지 않은 냄새가 진동했다. 한 번 데쳐서 파는 막창도 마찬가지였다. 소주로 헹궈봤으나 의미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에어프라이어 막창구이는 첫 5분이 고비였다. 강렬한 누린내에 아악! 비명을 지르며 전원 코드를 뽑아 베란다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장점을 발견했다. 집에 오븐이 있다면 굳이 에어프라이어를 들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에어프라이어는 운반이 쉽다! 번쩍 들어서 베란다에 놓으니 한층 더 약탕기처럼 보였다. 누린내가 어느 정도 날지 가늠을 할 수 없어서 호들갑을 떨긴 했는데, 판매 후기처럼 구워지는 동안 고약한 냄새는 익숙하고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로 바뀌었다. 첫 냄새를 잊어갈 즈음이면 다시 구워볼 의향도 있다.


얼마 전까지 가스 불에 구워 먹는 것이 유행이었던, 스펀지 식감의 젤리도 에어프라이어에 넣어봤다. 나의 열정은 왜 먹을 궁리에만 뻗치는가 생각하면서. 열정은 보답을 받지 못했다. 냄새는 달콤하고 구수했는데 젤리는 용암처럼 끓어올라 금세 굳었다. 고소한 냄새는 아낀다고 작게 잘랐던 종이 포일이 열풍에 날리고 열선에 닿아 타는 냄새였다. 여러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주방용품 : 음식을 만들거나 차릴 때 쓰는 물품으로 부엌에 둔다. 부엌은 주거 공간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 맺으면서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 부엌에는 사용자의 편의와 아름다움을 고려한 다양한 주방가전과 주방용품이 자리한다. 최근 고온의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재료를 익히는 소형 주방가전인 에어프라이어의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