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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토요판

세상 처절했던 나의 ‘간헐적 단식’ 4개월

by한겨레

 이런 홀로


다이어트 성공기

사회생활 후 1년 만에 10㎏ 쪄

하루 점심 한 끼만 먹고

공복시간 18시간 이상 유지

‘뭣 하러 이 짓 하나’ 회의 왔지만

4개월 만에 10㎏ 넘는 감량 성공

평생 식습관 조절하고 운동하는

‘유지어터’ 길 진입…훨씬 어려워

한겨레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단 1년 만에 10㎏이 넘는 체중 변화가 찾아왔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을 거다. 선배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련된 화려한 점심식사와 술자리를 동반한 잦은 저녁식사, 이제 막 시작한 사회생활의 긴장과 피로 탓에 주말에는 꼼짝 않고 움직임을 최소화한 덕분이었다. 사실, 짧은 시간 동안 징후는 명확했다. 하루에 축구 두 경기는 풀타임으로 뛰던 내가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가쁨을 느꼈고, 수면 시 전에 없던 코골이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중계에 올라 내 현실을 파악하는 대신, 유전적 심장 질환을 추적하고 고된 사회생활이 내 생각보다 더 피곤했을 거라는 과대망상을 선택했다. 그사이 주변에서는 명징하게 불어난 내 몸을 지적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웃어넘기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뺄 수 있다고 과하게 큰소리쳤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다 무릎이 아파 찾은 병원에서 은퇴를 코앞에 둔 것처럼 보이는 노회한 의사 선생님이 뚜렷한 의학적 소견 대신 일반인 같은 인상비평을 아무렇지 않게 날렸다. “무릎이 아픈 이유는 신발이 싸구려거나, 어쩌면 살이 쪄서일 거요.”


그렇게 건강, 자존감 등 살을 빼야 할 이유가 셀 수 없이 쌓여가고 있었지만 그 뒤로도 수년간 나는 살을 뺄 어떠한 결정적 동기도 찾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었다.

다이어트, 시작만 있고 끝은 없더라

끝끝내 결정적 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비장함과 결기 같은 것도 확보하기 힘들었다. 그저 문득 ‘지금’이라는 버튼이 눌렸을 뿐이다. 그 버튼이 눌린 이상, 곧장 시작해야 했다. 입대를 앞두고 곧 세상이 끝날 것처럼, 며칠 뒤 시작할 다이어트를 앞두고 뷔페와 야식으로 내 몸을 망치는 일부터 당장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굳이 목표를 정하진 않았다. 대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했다. 생각보다 다이어트 종류가 많았다. 온갖 보조제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됐다. 그런데 검색을 하면 할수록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다시 슬금슬금 도망치려다 예전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간헐적 단식’이 떠올랐다.


간헐적 단식을 선택한 이유는 2가지다. 적어도 먹을 때만은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샐러드나 과일 등 번거로운 식단 준비는 하지 말자였다. 뭔가 준비하는 게 많아지면 긴 동력을 얻기 힘들 거 같았고 마찬가지로 식탐이 많은 내가 먹을 때는 먹고 싶은 걸 양껏 먹어야 최소한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스로 2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운동은 하지 않더라도 저녁 7시 이후에는 물 이외에 금식, 혹여나 뭔가를 불가피하게 먹게 된다면 잠자리에는 그로부터 3시간 이후에 들 것.


특별한 준비 없이 곧장 시작했지만 간헐적 단식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하루 점심 한 끼만 먹으면서 공복 시간을 최소 18시간 이상 유지하려 했다. 퇴근 뒤에는 저녁식사를 하는 대신 헬스장으로 향했다. 살을 빼야 했기에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지만 다이어트 이후를 내다보는 성급함으로 적절한 근력 운동도 반드시 병행했다. 첫 한달은 배가 고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몸은 고단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데 잠이 오지 않는 심정이란. 가장 편안해야 할 잠자리가 고통으로 변하는 순간들이었다. ‘뭣 하러 이 짓을 하고 있나 싶어’, 예민하게 굴기 일쑤였고, 기운이 없어 그나마도 얼마 없던 직장에서의 내 생산성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시때때로 이 단식을 그만둬야 할 이유를 좀비처럼 찾아다니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바빴다. 자꾸만 포기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러다 뷔페에서 끝없이 폭립을 먹으며 다이어트 중이라는 한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다 왜 사람들이 ‘끝’이 없는 다이어트를 자꾸 ‘시작’만 하는지 절절히 이해하게 됐다. 포기하면 편했을 텐데, 그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옥죄고 채찍질하며 마지막 남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쉽사리 포기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달을 집요하게 버텼다. 돌이켜보면 그 한달이 매 순간 고비였다. 그 시간을 지나니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라도 포기하기가 힘들어졌다. 몸도 어느 정도 적응했음이 느껴졌다. 물론, 이렇게 나름 처절하게 했는데도 한달 동안 고작 2㎏이라는 생각보다 더딘 체중 변화에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밀려오기도 했지만 최대한 갈 데까지 가보자는 ‘독한’ 마음이 뒤늦게 찾아왔다. 두달 정도가 지나면서는 체중 변화에 속도가 붙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운동 강도를 조금씩 늘려가며 동시에 아침에 시리얼을 먹거나 퇴근 전에 선식을 먹으며 완급조절을 해나갔다. 이쯤 되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자신감과 간헐적 단식이 내게 안성맞춤이라는 뻔뻔함까지 생겼다.


그 무엇보다 힘든 건 저녁 약속을 피해 다니는 일이었다. 어떨 때는 내가 봐도 성의 없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저녁 약속을 피하느라 갖은 힐난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때때로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적인 저녁 자리에서는 상대방을 최대한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허공과 입에 열심히 젓가락질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이라도 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무언가를 먹었다는 온갖 자괴감과 함께 집에 와서도 피곤함을 무릅쓰고 앞서 언급한 그 3시간을 채우기 위해 새벽 무렵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곤 했다.

‘유지어트’는 혹독한 겨울

그렇게 4개월 만에 10㎏이 넘는 감량에 성공했다. 이후 지금은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지 않으나 곰도 사람으로 만든 100일이 넘는 시간을 겪으며 내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단식이 끝났는데도 퇴근 후 저녁 운동을 습관처럼 꾸준히 하고 있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체중계에 올라 여전히 두려운 마음으로 내게 불현듯 찾아왔을 변화를 확인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오늘 하루 내가 어느 정도의 활동량을 가져가고 어떤 음식을 얼마만큼 먹어야 할지를 떠올린다. 혹 내 범위를 넘어서는 변화가 감지되면 곧장 운동량을 조절하고 하루씩 간헐적 단식을 하며 감량한 체중을 유지해나간다. 사실 세상 처절했다고 생각한 지난 4개월보다 어쩌다 하루씩 단식을 해가며 체중을 유지해나가고자 노력하는 지금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심각한 표정으로 평생 다이어트 중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향해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주저 없이 뽐냈던 지난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과 함께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그렇게 나 또한 그 평생 다이어트의 길에 접어든 것 같다. 겸연쩍음과 민망함은 마땅히 내 몫이다. 그래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때늦은 비장함이 찾아온다. 다이어트가 끝나고 이제는 멋진 몸을 완성하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환절기만큼 시렸던 나의 간헐적 단식을 지나 진짜 혹독한 겨울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그 혹독한 겨울 뒤에는 따스한 봄이 반드시 찾아온다. 내 삶에도 더 큰 자신감과 행복이 어느새 또 찾아와 있겠지.


날아라 통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