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미국인 일가 몰살, 마약 카르텔의 보복인가?

[이슈]by 한겨레

모르몬교도 분파 일가 9명, 매복한 카르텔에 의해 몰살당해


멕시코 당국 “경쟁 카르텔로 오인해 공격”


피해자쪽, ‘카르텔에 맞서다 보복당했다’ 주장


멕시코, 미국 지원 거부…미국의 대응 주목

한겨레

영아가 포함된 미국인 일가 9명이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의 공격으로 몰살당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폭력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마약 카르텔이 미국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4일 저녁 미국 국경과 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 주와 소노라 주 사이의 도로에서 로니타 밀러(30) 등 3명의 여성과 14명의 자녀가 3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치와와 주의 라모라로 가다가 매복해있던 무장한 이들의 총격을 받았다. 마약 카르텔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공격으로 여성 3명과 4명의 어린이, 2명의 영아 등 모두 9명이 숨졌으며, 8명의 아이들은 살아남았다. 숨진 이들은 미국 모르몬교(말일성도회)의 분파인 ‘콜로니아 르배런’ 공동체에 속했다. 르배런 공동체는 수십년 전에 모르몬교도에서 떨어져나온 뒤 멕시코에 정착해 살아왔다.


멕시코 당국은 범인들이 이들 가족을 경쟁 마약 카르텔 대원으로 오인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 쪽은 범인들이 목표로 삼은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우발적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피해자들이 속한 르배런 공동체는 주변 멕시코 농민들 및 마약 밀매상, 주변 농민들과 갈등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친척인 알렉스 르배런은 <시엔엔>과 회견에서 사촌인 밀러 및 그의 영아 2명 등 4명의 자녀가 괴한들의 첫번째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알렉스 르배런의 또 다른 사촌인 도나 레이 랭포드(43), 크리스티나 랭포드 존슨(31), 그리고 레이 랭포드의 자녀 2명은 다른 차량에 타고 있다가 두번째 공격에서 숨졌다. 8명의 어린이는 현장에서 도망쳐서 살아남았으나, 7명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즉각 트위터에서 “유타주 출신의 훌륭한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총질을 해대는 두 개의 역겨운 마약 카르텔들 사이에 껴서 다수의 위대한 미국인이 살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추모했다. 그는 미국은 카르텔 폭력 문제와 싸우고 “그 일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지원을 할 준비가 됐다”며, 멕시코의 수사에 미국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방수사국(FBI)은 멕시코 당국을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시엔엔>은 보도했다. 하지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 공격의 배후에 있는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데 “독립과 주권”을 가지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지원과 개입을 거부했다.


희생자들이 속한 르배런 공동체는 모르몬교단이 19세기 말 자신들의 관습이던 다중혼을 금지하자, 20세기 초에 이에 반발해 독립해서 만들어진 분파다. 그 후 멕시코에 정착한 르배런 공동체에는 현재 약 3천여명의 모르몬교도 및 가톨릭 교도가 섞여 살고 있고, 일부는 여전히 다중혼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르배런 공동체는 소노라의 지역 카르텔과 맞서고 카르텔들의 폭력에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르배런 공동체는 과거에 카르텔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마약 카르텔이 이 공동체에 속한 에릭 배런을 나치해 석방을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 르배런 공동체는 이 요구를 거부해 맞섰고, 결국 에릭은 인질 석방금 없이 풀려났다. 하지만, 그의 형제 벤자민이 몇달 뒤 다시 납치돼 구타당한 뒤 숨졌다. 또, 베자민의 처남도 살해됐다. 벤자민은 에릭의 석방을 요구하는 운동을 주도했다.


지난 2010년에는 이 공동체의 지도자 줄리언 르배런이 미국 <댈러스 모닝 뉴스>에 기고해, 멕시코가 조직범죄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알렉스 르배런은 이날 멕시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가족들이 위협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런 위협을 보고했고, 이것이 그 결과다”고 말해, 이번 사건이 마약 카르텔들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르배런 공동체는 농업용수를 놓고 지역 농민들과도 충돌했다. 지역 농민들은 이들이 농장에서 키우는 호두나무에 과도하게 물을 줘서, 주변 농지의 용수까지 소진한다고 주장했다. 마약 카르텔 및 주변 농민들과의 충돌로, 르배런 공동체는 자체 치안력을 허락해 달라고 멕시코 정부에 요구해왔다.


멕시코 북부의 소노라 주는 ‘라 리니아’와 ’로스 차포스’라는 2개의 마약 카르텔들이 치열하게 세력다툼을 벌여온 곳이다. 이들 카르텔들은 멕시코 양대 카르텔인 ‘후하레즈’와 ‘시날로아’ 카르텔과 각각 연계돼 있다. 특히, 멕시코 최대 카르텔인 시날로아는 수장인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가 체포돼 미국에 수감돼 있는데도, 그 영향력이 여전하다. 지난달 멕시코 군경은 쿨리아칸에서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 엘차포의 아들인 오비디오 구스만을 체포했다가, 시날로아 카르텔들의 격렬한 저항에 밀리며 그를 풀어줬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거리를 봉쇄한 뒤 군경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여 멕시코 당국은 더이상의 유혈 사태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구스만을 도주하게 해줬다.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3만3천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으며, 올해에도 이 기록은 경신될 것이라고 <시엔엔>은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11.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