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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동물 털로 옷을 만들었다고요?’하는 시대가 오겠죠”

by한겨레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⑧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 이끄는 양윤아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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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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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의 겨울은 화려하다. 강렬한 그림이 새겨진 니트 스웨터, 털이 풍성한 모피 코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가죽 재킷이 눈을 사로잡는다. 물론 동물성 소재는 하나도 쓰이지 않았다.


비건타이거는 이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 양윤아 대표의 별명 ‘채식하는 호랑이’에서 비롯했다. 씩씩하고 힘찬 비건이란 뜻으로 친구들이 붙여줬다. 하지만 그도 인생의 한 시절 고기 마니아였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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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주의자에서 ‘채식하는 호랑이’로


11월22일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애니멀피플과 만난 양윤아씨는 “제가 고기를 끊은 것만으로도, (세상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육식주의자였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날 30년 넘게 먹던 고기를 끊었다. 2013년 붉은 살코기와 가금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이후 차근차근 비건을 지향하다 더는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거나 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축산시장이 있는) 마장동에 일부러 찾아가서 먹고, 내장류도 가리지 않고 먹고, 식사 자리에서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있으면 막 권하던 사람”이었던 그에게 지난 6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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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고양이 ‘앙꼬’를 입양하면서부터였다. 의류 회사와 대형쇼핑몰 등 소비의 최전선에서 너덜거리던 직장인에게 어느날 낯선 룸메이트가 생겼다. 고양이 앙꼬에게 위로와 기쁨을 얻으면서 동물권에 관심이 생겼다. “우리 앙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다른 동물에게까지 이어진 거죠.”


이전에도 무의식 중에 사회가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불편한 마음은 있었다. 2010년 전후로 구제역 파동이 일 때 특히 그랬다. 연일 이어지는 뉴스의 뒷면이 궁금했다.


“뉴스에서 축산 농가의 피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죽어가는 동물은 뉴스로 안 다뤄지는 거예요. 사람들은 서로를 위해 민원도 넣고 촛불도 드는데, 동물은 그러지 못하잖아요. 케이지에서 태어나 케이지에서 죽는 동물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앙꼬를 키우면서 그런 마음이 좀 더 구체적으로 굳어졌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타입”인 그는, 5년간 몸 담았던 패션 업계를 박차고 나와 동물권단체 활동가로 약 3년 간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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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한벌엔 밍크 50마리의 희생이


동물권으로 시야를 넓히고 보니, 그동안 생활의 모든 면에서 동물의 희생에 기대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패션 업계에 종사한 덕분인지 비건 패션이 마음에 꽂혔다. 불과 4년 전이지만 비건 패션이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도 않은 때였다. “비건 패션이라는 말도 흔히 쓰이지 않을 뿐더러 브랜드를 론칭할 무렵에 사람들에게 비건 패션이라고 말하면 천연 염색하고, 계량한복 만드는 줄 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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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이 알건 모르건 마음이 급했다. 밍크 코트 한 벌을 만들려면 밍크 50~60마리가 희생되어야 한다. 여우의 경우 성인 코트 한 벌 기준 20마리, 족제비는 125마리, 친칠라는 200마리가 소요된다.


모피 코트의 재료가 되는 동물들은 오로지 한가지 목적으로만 길러진다. 밍크나 여우의 털은 식품 생산시 발생하는 부산물 등이 아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에 따르면 모피를 위해 사육되는 밍크들은 상품성을 위해 생후 6개월이면 도축된다. 번식용으로 길러지는 밍크들은 4~5년 정도 산다. 밍크들은 새장처럼 작은 우리에 갇혀 산다. 스트레스, 질병, 기생충에 시달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야생성이 강한 밍크를 좁은 우리에 가둬 기르는 것은 매우 가혹한 일이다. 야생에서 밍크는 언제나 움직인다. 하루에도 수km씩 이동한다. 우리 속에 갇힌 밍크들은 자기 꼬리나 발을 물어 뜯으며 끊임없이 자해한다.


윤아씨는 한 벌이라도 덜 팔려야 한 마리라도 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지마”라고 외치기보다 밍크 코트의 대체재를 마련하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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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희생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옷


올해로 만 4년 된 비건타이거에서 그동안 가장 많이 팔린 옷은 식물성 소재로 만든 로브(무릎 길이의 느슨한 가운)다. 로브는 실내에서 주로 입는 옷이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수영복 위에 덧입거나 외출복으로 입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로브의 소재로는 실크가 많이 쓰이는데, 윤아씨는 “실크 프리로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실크는 누에의 침샘에서 나오는 섬유로 만드는 소재다. 동물복지적인 실크는 누에가 나방으로 자라게 한 다음 놓아준 뒤 실크를 수거하지만, 이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이 잘 끊어져 품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실크 농장은 누에가 고치를 완성하고 나면 유충이 살아 있는 채로 뜨겁게 달구거나 증기로 찐 다음 실을 추출한다. 실크 원피스 한 벌을 만들려면 누에 고치 1천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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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타이거의 로브는 레이온으로 제작된다. 인조실크라고도 불리는 레이온은 펄프나 무명의 부스러기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만든 소재다. 여기에 호랑이, 기하학적인 무늬 등 화려한 디자인을 얹었다.


실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환호했다. 윤아씨의 말대로 “패션시장에서는 얼마나 윤리적인가 보다는 얼마나 멋진가가 중요한 것”이라면, 동물성 재료의 대체재로 더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윤아씨는 인조 실크 외에도 동물의 희생을 피한 다양한 소재로 옷을 짓는다. 지금 같은 겨울에는 에코퍼코트, 아크릴로 짠 스웨터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다. 모피나 가죽으로 오해받을만큼 흡사한 인공 소재를 사용하고, 동물을 연상케 하는 프린트를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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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동물성 소재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동물을 도구화한다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미 동물성 소재를 피해 온 사람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진짜 모피나 울을 입었던 사람들이 선택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제품은 어떻게 보면, 그의 별명인 ‘채식하는 호랑이’처럼 이중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강렬하고, 포효하고, 털이 있는 그런 옷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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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모피를 더 입지 않고 팔지 않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지난해 9월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는 LA에서 동물 모피 제품은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뉴욕, 밀라노, 파리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 가운데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에서도 지난해부터 쇼에 모피를 소재로 만든 의류를 올릴 수 없게 됐다. 프라다, 구찌, 샤넬, 메종 마르지엘라 등 세계적인 브랜드에서도 모피와의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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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제품보다 더 좋은 대체품이 있으면 소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동물성 재료로 만든 옷을 사지 않는 게, 더 멋져 보일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미래에 사람들이 진짜 동물 털로 옷을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신기해할만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직물의 탄생인거죠.”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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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신소윤 김지숙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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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멀리스트의 비건 쇼핑 계획은?―신소윤의 비거니즘 일기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 “자꾸만 물건에 감정 이입하고 사연 좀 만들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날은 아이에게 지구를 지키고 동물을 구하려면 빨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쩐지 스테인레스 빨대 세트를 살 구실 마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나의 사계절은 늘 겨울을 앞둔 다람쥐와 같다. 무언가를 사고, 모으고, 재어두느라 바쁘다. 맨날 입바른 소리만 하면서 사실 우리집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이 나다.


비건 취재를 하며 다양한 비건들을 만나고 있다. 취재를 하기 전에는 몰랐던 다양한 결이 있었다. 비건에 대한 흔한 편견은 엄격하고, 예민하고, 남을 가르치려 들고, 생활의 제약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이 편견에 한쪽 발 끝 쯤은 담그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 2달간 내가 만난 비건 중에는 그렇게 바늘 꽂을 곳 하나 없어보이는 깐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비건은 늘 ‘헐레벌떡’이었고, 어떤 비건은 정말 많이 먹었으며, 어떤 비건은 아주 많은 물건을 이고 지고 살고 있었다. 나와 너무 비슷해서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나와 조금 다른 결의 사람들에게는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꽂힌’ 비건은 맥시멀리스트로 살다가 점차 미니멀한 방식으로 삶을 축소해 나가는 쪽이었다. 과도한 소비는 지구 환경에도 위협적이지만, 너무 많은 물건은 사람의 일상을 짓누르기도 하니까.


어느 주말, 뒤늦게 봄∙여름옷과 가을∙겨울옷을 정리했다. 옷장 문을 여니 옷들이 만원 지하철에서 어깨를 잔뜩 움츠린 사람처럼 걸려 있었다. 계절별로 나누고 버릴 것을 추렸다. 꺼내고 또 꺼내도 옷장은 마치 화수분인 듯 옷을 쏟아냈다.


비슷한 옷을 왜 이리 많이 사뒀을까. 나는 다리가 30개쯤 달린 사람인걸까. 궁극의 핏을 찾겠다며 집착했던 검정 슬랙스가 우수수 쏟아졌다. 색과 모양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이유로 샀던 베이지색 니트 스웨터는 늦가을 낙엽처럼 쌓였다. 옷먼지에 숨이 막혀 마스크를 낀 채 스스로 좀 질린다는 생각을 했다. “올 겨울엔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어.”


쌓인 옷더미를 뒤로 하고 비건타이거 양윤아씨에게 한 질문이 떠올랐다. “비건 지향적 소비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사고, 사지 않아야할지, 그리고 가능하면 소비하지 않는 게 좋은건지 헷갈려요.”


“비건 시작한다고, 일단 기존의 동물성 소재 제품을 버려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옷은 한번 입고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기존의 것은 닳을 때까지 쓰되, 이후에는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입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옷의 케어 라벨에 붙어 있는 성분 표시를 보고 동물성 재료가 쓰였는지 확인하는 습관도요.”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안 한다고 불법인 것도 아니잖아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일종의 소비 습관이에요. 상황이 되면 세게 실천하고, 아닐 때는 좀 유연해져도 되는거죠.” ‘너 잘못한 거 아니야’라고 하는 듯한 그의 말이 조금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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