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문건에 “민간인 27명 교도소 사망”…5·18관련 속단은 일러

[이슈]by 한겨레

5·18 암매장 가능성 조사

당시 교도관 “계엄군이 묻어” 증언

교도소 인근 야산서도 주검 발굴

5·18 행불자 관련성 꾸준히 제기

“3구 묻을 면적에서 주검 수십구…

나중에 육탈한 뼈 수습해 묻었겠나”

정부 조사단 결론내려면 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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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라진 사람들의 소재는 발포명령자와 더불어 5·18 진상규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옛 광주교도소 터에서 관련 기록이 없는 유골 40여구가 발견되면서 이들과 5·18 행방불명자들의 관련성을 두고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관심이 일고 있다. 지역에선 발견된 유해와 5·18 관련성에 대해 정밀 감식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5·18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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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는 암매장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혀왔다. 당시 계엄사령부가 작성한 ‘광주사태 진상 조사’(1980년 5월31일) 문건에는 ‘광주교도소에서 민간인 27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505보안부대 기록에선 28명 사망으로 표기돼 있다. 다수의 5·18 연구자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광주교도소 사망자 수를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3공수여단이 1980년 5월21일 광주교도소로 주둔지를 이전하며 구금하고 있던 광주시민, 학생 등 수십명이 사망했다는 증언이 주목된다. 당시 교도소에서 28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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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도소 암매장 의혹은 5·18 직후 실제 교도소 터에서 임시매장된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에 불거지고 있다. 당시 교도소 옆을 지나다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진 서만오(당시 25살)씨는 가족들에 의해 1980년 5월26일 교도소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고 광주시청은 교도소 내 8명, 교도소 앞산에서 2명을 찾아냈다. 일부 교도관은 “계엄군들이 시신을 묻고 풀 등으로 감쪽같이 흔적을 지운 다음 10㎝ 나뭇가지를 꽂아둔다”는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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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유골 40여구가 발견된 교도소 내 공동묘지 터도 주요 암매장 의혹 지점이다. 2017년 5·18기념재단이 공개한 광주지방검찰청 작성 ‘광주교도소 동향’을 종합하면 1980년 5월21일 시신 6구가 교도소 공동묘지 부근에 임시매장됐으며 같은달 24일 광주지검은 교도소에 전언통신문을 보내 군당국과 협의해 임시매장한 사체를 발굴해서 검사가 검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검의 상태나 발굴된 면적 등으로 미뤄 5·18 관련성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검의 상태는 부식이 심하게 진행돼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지경이다. 온전한 형태가 아닌 두개골도 많아서 크기와 구멍을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진술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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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의 면적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장 경험이 많은 인부들은 “주검 3구 정도를 묻을 수 있는 지금 면적에 수십명을 한꺼번에 묻으려면 육탈한 뒤 뼈들을 수습해 모아야 하는데 굳이 5~10년이 지난 뒤에 그럴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추가로 발굴된 주검들은 마치 뼈들을 모아 쌓아놓은 형태였다. 암매장은 현장에서 은밀하게 진행하는 속성을 지녔다고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2017년 5·18기념재단에 암매장을 했다고 밝힌 3공수여단 부사관 출신 김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교도소 남서쪽에 민간인 시신 가매장을 하기 전 505보안부대원들이 모두 사진으로 기록했다. 교도소 공동묘지 암매장은 들어본 적도 없고 군인들이 그런 방식으로 시신을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법무부·검찰·경찰·국방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꾸려진 합동조사반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정밀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결과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유골이 엉켜 있거나 손상돼 분류 작업이 어렵고 유전자(DNA) 검출 또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감식에 참여하는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과 교수는 “아직 유골을 직접 확인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김용희 안관옥 기자 kimyh@hani.co.kr

2019.12.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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