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테크 ]

막오른 ‘신인류’ 시대…성찰하는 과학기술이 온다

by한겨레

2050년 지구촌 사회의 모습은?


활자 아닌 동영상에서 정보 얻고


변화 익숙해 신기술 저항감 적은


‘21세기 세대’가 주역 될 30년 후


기계 결합 사이보그문명 실현 속


기후변화 부른 20세기 가치 퇴조


새 시대정신과 윤리관 부상하며


청소년기후행동가 툰베리서 보듯


가치관 지각변동하는 세상 올 것


과학기술 디스토피아 막기 위해


상상못할 과감한 결정 내릴 수도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대 청년들이 많이 몸담고 있는 한 거대 공공조직의 2050년 전망 보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꼼꼼하고 합리적인 내용에 호평이 쏟아졌지만, 몇몇 사람이 공통으로 지적한 아쉬움이 하나 있었다. 바로 2050년의 20대 청년들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50년에 20대가 될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앞으로 10년간 그들이 세상에 나오면 어떤 환경에서 자라게 될까? 어떤 문화를 접하고 어떤 가치관을 지닐까?


과학기술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갈지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래 사회를 통합적으로 전망하려면 그 핵심은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한 분석이 아닐까? 그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세대는 이미 존재한다. 바로 21세기에 태어난 자란 사람들이다. 2001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제 법적으로 성인이 되어 경제권과 투표권을 행사하며 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인구 집단으로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2050년이면 이들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추 세대가 될 것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구텐베르크 마인드에서 자유로운 세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주된 창구가 책이 아닌 인터넷이 된 지도 꽤 지났다. 이제는 활자 매체가 아닌 시각 매체, 특히 동영상이 대세이다. 젊은 사람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사이트보다는 유튜브에 들어간다. 21세기 세대는 활자보다는 시각 이미지나 동영상에 더 익숙한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반지성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국의 작가 윌 셀프(Will Self)는 지금을 구텐베르크 마인드가 저물어가는 시대로 진단했다. 그의 의미는 소설과 책이 점점 죽어간다는 한탄이었지만 사실 여기엔 의미심장한 문화인류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2050년에 가장 일반적인 문화콘텐츠 매체는 책이 아닌 동영상이 될 것이다. 그 시대의 지식인이나 교양인들도 책보다는 활자와 이미지, 동영상이 혼합된 복합미디어를 가장 선호할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사람들은 어떤 가치관과 정서를 지니게 될까? 흔히 활자매체가 시각매체보다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하는데, 정말로 사람들의 상상력이나 창의성은 줄어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 수용의 한계를 깨는 세대


21세기 세대는 과학기술을 정적인 것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바뀌는 것으로 인식한다. 어릴 때부터 마치 숨 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태블릿 등의 정보단말기를 이용하며 성장하는 데다, 3년 안팎의 단위로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의 성능 변화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기성세대보다 훨씬 신기술에 대한 저항감이나 부담이 적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더 열려있다.


현재 과학기술 중에서 인체와 직접 연관되는 분야, 즉 유전공학이나 인공동면 등의 생명과학은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윤리적 금기에 막혀 있다. 복제인간이나 유전자 맞춤아기는 실현될 경우 의료복지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이지만 잘못 악용될 가능성도 커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인체에 기계를 접합하거나 컴퓨터 칩을 삽입하는 사이보그 기술은 점점 주목받는 추세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이대로 가면 2045년께 ‘기술적 특이점’이 와서 신인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신인류는 두뇌와 컴퓨터의 결합으로 의식과 기억이 사이버스페이스로 옮겨가고 영생을 누리는 존재다. 사실 이런 예측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추세 자체는 맞다. 그리고 핵심은 시대정신이 바뀔 가능성을 말한다는 것이다. 기계(컴퓨터)의 도움으로 인간의 인지 및 정보처리 능력이 향상되면 결국은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윤리적 상상력도 더 발휘될 것이다. 2050년에는 지금의 우리가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신체 개조나 조작이 횡행할지도 모른다. 도나 해러웨이가 말한 ‘인류와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 문명’이 사실상 실현되는 것이다.


2050년 신인류의 시대정신


2050년이면 사이버공간에 거대한 경제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운위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와 행복의 기준이 지금과는 꽤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주역은 물론 21세기 세대들이다.


실물경제가 아닌 가상현실에 산업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은 21세기 세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는 일이다. 이들은 구세대와는 달리 ‘성찰이 있는 과학기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20세기는 성찰이 빠진 과학기술의 시대였다. 세기적 과학기술은 세기적 윤리문제와 쌍둥이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러나 그 폐해가 점점 누적되면서 그 빚이 고스란히 21세기 세대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핵폐기물 등등 골치 아픈 문제들을 만들어낸 20세기 인류는 앞으로 인류 역사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성세대를 준엄하게 꾸짖는 21세기 세대는 이미 등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그레타 툰베리이다. ‘타임’지 선정 ‘2019년 올해의 인물’인 툰베리는 2003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얌전히 학교에 있는 대신 동맹휴학을 통해 기성세대의 각성을 촉구하자는 청소년기후행동을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그가 UN기후행동정상회담 발표 자리에서 ‘어떻게 우리한테 감히 이럴 수 있냐?’라고 일갈한 장면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2050년은 과학기술의 발전보다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가 더 놀라운 세상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 같은 AI(인공지능)가 생활 깊숙이 들어오고 우주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겉으로 드러날 모습도 있지만, 가치관의 확장은 그 이상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일 것이다. 21세기 세대는 여러 SF에서 묘사해왔던 다양한 디스토피아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의 기성세대는 상상하기 힘든 과감한 결정들을 연달아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 ▶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