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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짬] 광주21세기병원 김성용 내과원장

“태국 공항서 외국인 접촉했다는 ‘환자 한마디’가 단서였다”

by한겨레

[짬] 광주21세기병원 김성용 내과원장

한겨레

“확진자 분들이 무탈하게 잘 넘겨서 한없이 기쁩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의증으로 첫 소견을 냈던 김성용(50) 광주21세기병원 내과원장은 19일 “무엇보다 지역 내 감염이나 병원 안 감염으로 사태가 확산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가 16번째 확진자로 판정을 받은 뒤 의사인 그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가 이날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16번·18번째 확진자 모녀도 이날 오전 전남대병원에서 퇴원했다. 16번째 환자의 친오빠인 22번째 확진자도 앞서 퇴원했다.


두 확진자의 퇴원 때까지 언론 접촉을 거절했던 김 원장을 이날 전화로 처음 인터뷰했다.


비중국 여행객 첫 ‘감염 의증’ 소견


질병본부 검진 대상 아니어서 ‘환송’


돌아온 ‘의심 환자와 딸’ 2인실 격리


1주일뒤 16번·18번 확진자로 판명


일반인 전체로 진단 대상 확대 계기


“빠른 진단위해 중소병원 키트 보급을”

한겨레

김 원장은 중국에 간 적 없었던 환자를 코로나19 의증으로 판단한 계기는 “환자가 준 ‘힌트’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확진 전 그 환자는 딸의 인대봉합 수술을 지켜보려고 병원에 왔다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했다. 김 원장은 “처음 병원에 왔을 때 발열이 심한 상태여서 흔히 유행하는 독감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독감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의심하기 시작했다. 환자가 호흡기 증상이 없었지만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폐렴’이라는 소견을 냈던 것이다.


당시 환자는 폐절제술을 한 뒤 암 진단을 받은 상태였는데 1월 15~19일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김 원장은 “태국의 공항 출국장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접촉했을 수도 있다”는 환자의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태국에 많이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공항에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짐작했고, 환자의 고열 증상 기간과 잠복기 등이 코로나19 증상과 일치했어요.” 그는 전남대병원에 보낸 진료 의뢰서에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고 적었다.


그런데 환자는 다시 21세기병원으로 되돌아왔다. 전남대병원 의료진은 “태국을 다녀온 환자지만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며 보건소에 신고했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 ‘중국 방문자 이외의 환자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조사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 원장은 이 환자를 2인실로 안내해 딸과 함께 지내도록 조처했다. “다시 돌아온 이 환자분을 격리한 조처가 지역과 병원 안 감염을 막을 수 있었던 주원인이라고 봅니다.”


김 원장은 다시 돌아온 환자를 정성껏 진료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며칠간은 특별히 증상이 나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 갑자기 혈담이 나오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결국 지난 3일 이 환자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두번 째 진료 소견서에서 그는 일반적인 바이러스 폐렴이 의심된다고 적었다. “그때 제가 오해했던 게 있었어요. 전남대병원에서 1월27일 이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것으로 생각했 거든요. 그런데 전남대병원에도 당시 진단시약이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다행히 전남대병원 의료진도 광산구보건소에 강력하게 항의해 이 환자가 코로나19 진단 여부 검사를 받도록 했다. 지난 4일 이 환자는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16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았고, 이튿날 그의 딸도 18번째 확진자가 됐다. 중국이 아닌 태국에 다녀온 뒤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진단 대상이 일반인 전체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16·18번째 환자들과 접촉했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행정 지원 인력 등 161명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결과도 이날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21세기병원은 환경 가검물 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돼 오는 24일부터 정상 진료를 다시 개시할 예정이다.


일상으로 복귀한 그는 “집에 갇혀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니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더라. 곁에 있는 가족들이 전염될까봐 걱정도 많았다”고 한숨을 돌렸다.


김 원장은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빠른 진단”이라고 강조했다. 중소병원까지 진단 키트를 보급해 누구나 검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려면 공공행정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광주시 차원에서 지역 감염 대책을 논의할 감염병 관리지원단 같은 기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정대하·김용희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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