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만능 ‘연’터테이너
연상호의 ‘시청률 매직’

by한겨레

장르 불문 맹활약 연상호 감독


주목받았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천만 관객 기록한 영화 ‘부산행’…

드라마·영화·웹툰까지 넘나들며

스크린·TV·모바일콘텐츠 제작


“영화-드라마 구분 무의미한 시대

OTT 말고 다른 게 나오지 않을까…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 고민”

한겨레

티브이엔(tvN) 드라마 <방법> 스틸컷. 티브이엔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웹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열일’하는 연상호 감독의 활약이 눈부시다.


연 감독이 각본을 쓴 티브이엔(tvN) 드라마 <방법>은 요즘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진경(조민수) 도사의 섬뜩한 최후로 마무리된 8회 방송은 유료방송 가구 평균 5%(닐슨코리아 제공)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법>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만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정지소)와 신문사 사회부 기자(엄지원)가 아이티(IT) 대기업 뒤에 숨은 거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당, 굿, 부적 등 무속신앙의 요소를 접목한 한국형 오컬트(마술, 악령, 영혼, 사후 세계 따위를 다룬 괴기물)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연 감독이 드라마 각본을 쓴 건 <방법>이 처음이다. 그는 5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급격히 바뀌는 드라마 산업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좋은 제안이 와 참여하게 됐다”며 “연출보다 대본 집필로 먼저 경험하고 있는데, 영화와 달리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업 방식이 재미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처음 월화 밤 9시30분에 편성한다고 했을 때 ‘그 시간대에 오컬트 장르를 사람들이 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기쁘다”며 “오컬트 안에 혐오 사회라는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녹였는데, 시청자들이 이를 잘 읽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네이버 웹툰 <지옥>의 한 장면. 누리집 갈무리

요즘 그는 <송곳>으로 유명한 만화가 최규석 작가와 함께 네이버 웹툰 <지옥>도 연재 중이다. 연 감독이 2003년과 2006년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 1·2부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최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기적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과 맞닥뜨린다는 공포·스릴러 장르로, 지난해 8월 시작해 현재 27화까지 올라왔다. 앞으로 30화쯤 더 연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 감독과 최 작가는 같은 대학 동문으로,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작업에 도움을 주고받아왔다. 연 감독은 “<지옥>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로 만드는 것도 추진한다. 3월 말, 4월 초께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겨레

영화 <반도> 포스터. 뉴 제공

그는 영화 <반도>의 후반 작업에도 한창이다. 올여름 개봉 예정인 <반도>는 전작 <부산행>의 4년 뒤를 배경으로 하는 속편 격 영화다. 이야기가 직접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세계관을 공유한다. 부산마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허가 된 반도를 탈출하는 이야기로, 강동원·이정현·권해효 등이 출연한다. 벌써 북미, 프랑스, 영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외국시장에 선판매됐다.

한겨레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한 장면.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 제공

영화와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연 감독은 사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상명대 서양화과 1학년이었던 1997년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해, 군대에 다녀온 뒤 컴퓨터를 이용한 2디(D) 애니메이션 작업에 몰두했다. 학교폭력을 다룬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이 주목받으며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도 초청됐다.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는 종교 문제를 다뤘는데, 이는 나중에 오시엔(OCN) 드라마 <구해줘 2>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은 <부산행> 이전 이야기를 다룬 좀비물 <서울역>(2016)이다.


연 감독은 2016년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으로 첫 실사영화를 연출했다. 그는 “<돼지의 왕> 이후 꾸준히 실사영화 연출을 제안받았다. 사실 대학 1학년 때 습작처럼 단편영화를 찍어본 적이 있었을 정도로 실사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넘기고 칸영화제에도 초청받은 그는 이후에도 <염력> <반도> 등 실사영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겨레

영화 <부산행>을 연출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 뉴 제공

다음 도전은 뭘까? 연 감독은 “앞으로 드라마에 치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젠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드라마 플랫폼 형태도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말고도 다른 뭔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의 혁신성보다 플랫폼의 혁신성이 더 빠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