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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겨를

스탠드업 코미디언 추천 명품 스탠드업 코미디 5

by한국일보

아직 한국에선 정통 스탠드업 코미디가 낯설지만 세계적으로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전 세계 유명 코미디언들과 함께 스탠드업 코미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 스탠드업 코미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코미디언 정재형, 송하빈, 알파고 시나시, 김동하, 대니 조가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명품 공연을 추천했다. 모두 넷플릭스에서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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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디 배우 트레버 노아. 넷플릭스 제공

트레버 노아 (정재형 추천)

미국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에서 방영 중인 시사 풍자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의 진행자로도 유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코미디언. 노아는 스위스인 백인 아버지와 남아공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1980년대 남아공에선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흑인과 백인 간 결혼이 불법이었다. “내 존재 자체가 범죄였다”고 말하는 그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정체성 혼란과 소외감부터 남아공의 역사와 사회 현실, 미국 정치 상황, 인종 차별, 이민자 혐오까지 성역 없이 풍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전 국민이 대통령직에 대해 공부하는 시대다. 대통령도 같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진지한 주제이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지적인 입담이 돋보인다. 노아는 특히 상황극 표현에 탁월한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성대모사부터 각 언어의 독특한 억양을 활용한 개그까지 천의 목소리를 자랑한다. 콩트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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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 배우 서배스천 매니스캘코. 넷플릭스 제공

서배스천 매니스캘코 (송하빈 추천)

2017년과 2018년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코미디언’ 10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와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아재’의 시선으로 해부하는 생활 개그의 달인이다. 공항 수화물 무게 검사, 스피닝 강습, 결혼식 댄스, 자동차 수리 등 일상에서 겪는 불합리와 아이러니를 매의 눈으로 포착해 웃음으로 승화한다. 괴팍하고 신랄하지만 해학이 넘치는 인생 특강이 공감을 자아낸다. 매니스캘코의 또 다른 강점은 연기다. 다채로운 표정과 역동적인 슬랩스틱으로 혼자서도 무대를 꽉 채운다. 19금 농담과 욕설이 거의 없고 소수자를 비하하지도 않아서 누구나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 덧붙여, 매니스캘코는 올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진행자였고,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그린 북’과 이달 말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 맨’에 배우로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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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 배우 러셀 피터스. 넷플릭스 제공

러셀 피터스 (알파고 시나시 추천)

2004년 출연한 캐나다 TV 코미디 쇼가 유튜브에 올라가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전 세계 25개국 120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코미디언’ 3위. 넷플릭스가 스탠드업 코미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섭외한 코미디언이기도 하다. 인도계인 피터스는 인종과 민족, 계급, 문화적 고정 관념 등을 고급 유머로 풀어낸다. 자신의 출신뿐 아니라 유태인, 무슬림, 히스패닉까지 폭넓은 시선으로 다룬다.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서구 백인 사회는 물론이고 새로운 문화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민자 사회도 그에겐 풍자 대상이다. 독설과 촌철살인은 그의 가장 큰 무기.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한 가지 표현이 각 나라마다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언어유희를 구사하며 객석을 주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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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 배우 디온 콜. 넷플릭스 제공

디온 콜 (김동하 추천)

과거 ‘코난 오브라언의 투나잇 쇼’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미국 최대 방송 시상식인 에미상에 후보로도 올랐을 만큼 다재다능하다. 백인 동네에 살고 있는 유일한 흑인 가족 이야기를 그린 ABC 시트콤 ‘블랙키시’에도 출연해 미드 팬에게 친근하다. 콜은 가식 없는 날 것의 표현을 지향한다. 그래서 성적인 농담도 과감하게 다룬다. 수위가 높아 좋고 싫음이 엇갈릴 수는 있으나, 금기를 깨부수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미국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치고 빠지는 개그와 리듬감 있는 대사, 독특한 추임새와 몸 동작 등 무대에서 에너지가 넘친다. 객석 반응이 시큰둥할 때는 메모지를 꺼내 “이 주제는 별로군” 하면서 펜으로 쓱쓱 지우는데 그런 모습조차 익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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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 배우 조 코이. 넷플릭스 제공

조 코이 (대니 조 추천)

지난해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로 꼽히는 캐나다 몬트리올 저스트 포 래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올해의 코미디언상’을 수상한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가. 2017년 하와이 호눌룰루 공연에선 11회 2만3,000석을 매진시키며 아티스트 단독 공연으로는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웠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워필드 극장에서 6회 공연을 완판시킨 유일한 코미디언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이는 가족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특히 사춘기 아들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그런 아들을 키우는 아빠의 애환을 주제로 삼아 인생의 희로애락을 거침없이 풀어낸다. 간혹 19금을 넘나들고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무대에 노련미가 넘친다. 코이는 대니 조의 스승이기도 하다. 대니 조가 2000년 즈음 미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연히 공연을 본 코이가 먼저 다가와 여러 조언을 해 줬고 그 인연으로 함께 공연도 했다고 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