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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자산 중 부동산 비중 50% 이하로… 재테크보다 수입원 다변화를”

by한국일보

조진환 희망경제교육 대표

한국일보

조진환 희망경제교육 대표는 “자녀도 어릴 때부터 돈을 통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환(47) 희망경제교육 대표는 ‘나름 양심 있는 재무상담사’라고 자부한다.


외환위기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뚫고 대기업에 취업했던 그는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재무설계사가 되고자 3년 만에 퇴직했다. 저금리 시대 유망 직업이라는 평판이 높았고 당시 외국계 보험사가 도입한 대졸 남성 영업조직이 선풍을 일으키던 때이기도 했다. 이듬해 외국계 보험사에 취업해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상대로 종신보험을 판매하며 3년차에 억대 연봉 반열에 오른 그는 그러나 또 다시 3년 만에 회사를 관뒀다. 전문성을 기르며 고객 자산을 충실히 관리하고 싶다는 처음의 포부가, 이익만 좇으며 과도한 상품 판매에 몰두하는 조직에서 실현되기 어렵다고 느낀 탓이다.


거리로 나온 그는 선배 사무실에서 더부살이하며 유료 재무상담을 시작했다. 고객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펀드투자권유대행 자격증을 따고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펀드 폭락에 ‘윤리적 책임’을 느끼고 최근까지 펀드를 팔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1만명 넘는 고객을 상대로 상담과 강의를 하며 더욱 단단히 여문 소신을 담아 최근 ‘재테크만 열심히 하면 정말 부자되는 줄 알았다’는 책을 펴냈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부자가 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중산층이라면 집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서라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을 50%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등 수록된 내용은 어쩐지 ‘재테크를 하지 말자’는 말처럼 읽히기도 한다. 충남 천안에 있는 희망경제교육 사무소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재테크에 있어 집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닌가.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라면 모를까, 중산층 서민이 빚을 내 집을 장만하면 자산의 70~80%가 집에 묶이게 된다. 여윳돈으로 10%, 20%의 수익률을 내도 투자금 자체가 적으니까 원하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없다. 부동산 비중을 줄여 확보한 여유자금으로 직장 다니면서 뭔가 꾸준히 시도하는 편이 낫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수입을 다각화하라’고 조언했다. 무슨 뜻인가.


“자기 직업과 관련된 부수적인 일로 안정적 수입원을 여러 개 확보하는 것이 재테크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회사원들이 하루 종일 주식 시세만 쳐다보거나 투자할 부동산을 찾으러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지출보다 예산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정부와 기업은 연간 단위로 예산을 세운다. 그런데 가계는 대부분 매달 급여를 받다 보니 월 단위로 생각한다. 연간 기준으로 예산과 지출계획을 짜지 않으니까 자동차보험료, 휴가비 등 1년 단위로 발생하는 목돈 지출 때문에 계산이 꼬인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계획이 흐지부지 되기 쉽다.”


그럼 어떻게 돈을 관리해야 하나.


“가계부를 기록하는 것만으론 실효성이 낮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만큼 ‘뭘 하겠다’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통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소득에서 먼저 계산할 것은 저축할 금액과 가계운용에 필수적인 고정지출(교육비 아파트관리비 보험료 통신비 대출상환금 등)이다. 이어 수시로 지출하지만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생활비는 ‘변동지출’(식비 의류비 의료비 경조사비 문화레저비 등), 자동차보험료, 세금, 휴가비, 명절비용 등은 ‘연간지출’로 구분한다.”


지출을 구분한 다음 단계는.


”연간지출은 월 수입의 100% 정도면 된다. 예컨대 월 소득이 400만원인 가정은 연간지출을 400만원으로 상정하면 된다. 이 돈을 한꺼번에 모으기 어려우니까 매달 소득에서 10%씩 떼 연간지출 통장에 자동이체한다. 연간지출 합계가 10%를 넘는다면 줄여야 한다. 소득이 들어오는 급여통장에 고정지출과 저축할 돈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변동지출 통장(소비통장)과 연간지출 통장(저수지통장)에 이체한다. 그간 상담 경험에 비춰보면 급여를 고정지출 35%, 저축 20%, 변동지출 35%, 연간지출 10%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융자산은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예적금 40%, 펀드 40%, 주식 20% 정도의 비중이면 유동성도 확보되고 연간 6~7% 수준의 수익률도 확보된다. 다만 오랫동안 지켜보거나 잘 아는 종목이 아니라면, 또는 5~10년 단위의 장기투자가 아니라면 주식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위험성이 큰 주식을 계속 사고 팔다 보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다.”


보험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보험은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비용이기 때문에 가급적 순수보장성 보험을 가입하는 게 좋다. 특히 실손보험은 자산을 형성하는 단계인 서민층에게 필수적이다. 부부가 3대 주요질병(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진단보험을 우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단만 받으면 바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입원비, 치료방법 등 부수적 조건이 달린 특약은 가급적 넣지 않는다. 의료기술이나 의료행태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어 보장내역이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가급적 다이렉트를 이용하고, 매달 1만~3만원 내야 하는 운전자보험 대신 법률비용지원 특약을 활용한다.”


자녀 경제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릴 때부터 돈을 통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고교 1학년인 내 아들을 예로 들겠다. 월 5만원 용돈 중 1만5,000원은 저축통장에 이체하고 나머지 3만5,000원을 현금으로 준다. 먼저 저축한 뒤 소비하라는 뜻이 담긴 것이다. 4학년부터 이 방법으로 썼더니 현금으로 받는 용돈 범위에서 소비하는 습관이 들었다. 시험 마치고 친구와 어울리거나 생일에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구입할 땐 저축통장에서 꺼내 쓰면 된다. 그리고 돌잔치 선물, 입학 축하 용돈, 세뱃돈 등 아들이 비정기적으로 받는 돈은 일명 ‘평생통장’에 따로 모으고 있다. 중산층 가정이라면 자녀가 고교 졸업할 때까지 평생통장 잔고가 1,000만원 정도 된다.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에 아들에게 통장을 건네 관리하도록 할 예정이다.”


천안=글ㆍ사진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