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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대체 얼마나 무섭길래?…
영화가 보여주는 드론 공격

by한국일보

한국일보

영화 앤젤 해즈 폴른. 조이앤시네마 제공

미국 대통령이 자연을 만끽하며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공간인데다 경호원들이 배치돼 있어 사뭇 삼엄해 보인다. 적막을 뚫고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하늘이 시커매진다. 경호원들은 당황한다. 박쥐 떼인가 착각한다. 전열을 정비할 새도 없이 수십 대의 소형 드론이 하늘에 나타나 폭격을 가한다. 경호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강대국 대통령의 유고로 이어진다. 전대미문의 작전을 마친 드론은 여유롭게 사라진다.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앤젤 해즈 폴른’의 한 장면이다.

드론은 가공할 공격력을 지녔다. 소형이라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살상무기를 갖춰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영화가 남다른 드론의 속성을 간과할 리 없다. 전쟁물이나 액션물의 소재로 최근 들어 부쩍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제거하면서 드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화 속 드론 이야기, 드론과 관련한 영화 이야기를 소개한다.

신처럼 지구촌을 내려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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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인 더 스카이'.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2015)는 드론의 전지전능한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는 영국과 미국 케냐가 테러 조직 리더의 위치를 파악해 합동으로 생포작전에 나서면서 시작한다. 자폭테러가 임박한 걸 감지한 사령부는 생포작전을 사살작전으로 변환한다. 작전사령부는 케냐 빈민가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하늘에서 신처럼 내려다 보는 드론 덕분이다. 드론 작전본부의 조종사는 앉아서 드론을 조종하고, 땅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속속들이 들여다 본다. 사살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드론이다. 영화는 드론을 통해 전자게임 하듯 간단한 조작을 통해 살상이 가능해진, 비정한 현실을 되짚는다.

실물 같은 착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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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소니픽쳐스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은 미래형 드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파이더맨을 돕는 듯한 인물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한)는 드론을 대거 동원해 사람들 앞에 거대 시뮬레이션 영상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의 착시효과를 활용해 마침 자신이 슈퍼맨처럼 날거나, 거대한 괴물이 도시를 공격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상을 만들어내는 드론은 각각 총기를 갖추고 있어 미스티리오의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다. 트로이의 목마를 연상케 하는 공포다. 첨단과학이 만들어낸 드론의 이중성을 은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은 수백 대의 드론이 런던 브릿지를 공격하는 모습이다. 떼로 몰려드는 드론의 공격에 스파이더맨조차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진다. 영화는 슈퍼히어로물 주인공조차 곤경에 처하게 하는 드론의 공격력을 포착하며 공포심을 자아낸다.

비정한 살상무기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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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전쟁 굿킬'.

영화 ‘드론 전쟁: 굿킬’(2014)은 드론이 동원된 전쟁의 비정한 면모를 들춘다. 전투기 조종사로 3,000시간 비행한 토머스(이선 호크) 소령이 드론 전략팀에 배치된 무인 드론을 조종하다 겪게 되는 일을 다룬다. 토머스 소령은 드론으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어느 날 그가 속한 팀이 테러리스트 제거 과정에서 민간인까지 죽이게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영화는 정점으로 향한다. 드론 작전에 직접 투입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드론의 비정하고도 가공한 모습을 포착해 낸 영화다.

촬영장에 없어서는 안 될 드론

드론은 영화의 주요 소재로 떠올랐지만, 촬영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장비이기도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장면 대부분을 드론을 의지해 촬영하고 있다. 드론이 등장하기 전 항공 촬영은 고도의 기술과 더불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상대적으로 영세했던 한국영화계가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장면을 자주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다.


항공 촬영은 헬리콥터를 띄워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촬영 장비가 발달한 할리우드의 경우 소형 무인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담아 촬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용은 절감할 수 있었지만 기술이 덜 발전했던 시절 무선조종인 만큼 사고 위험이 컸다. 1970년대 TV드라마 ‘전투’로 유명한 배우 빅 모로는 1982년 촬영장에서 무인 헬리콥터 추락으로 숨졌다. 드론 촬영이 발달한 요즘에는 상상하기 힘든 사고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