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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오래된 풍경이 예술을 입었다… ‘취향 저격’ 부산 여행

by한국일보

1박2일 부산 감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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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베네치아 ‘부네치아’와 감천문화마을의 갤러리 ‘그린하우스’에서 판매하는 호떡아이스크림.

바야흐로 취향 여행 시대다. 여행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여행지도 진화한다. 부산역을 기준으로 해운대와 광안리 등 동부지역에 편중됐던 부산의 주요 여행지가 다른 지역으로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개인의 취향에 맞춘 새로운 테마와 명소의 등장으로 여행도 한층 풍성해졌다. 풍경과 예술을 주제로 1박2일 부산 대중교통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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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 도착한 SRT 고속열차.

부산에 갈 때면 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지만 이번엔 SRT를 이용했다.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는 KTX보다 10분 빠르고 요금(5만2,000원)도 10% 저렴하다.

초량이바구길 168계단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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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량동의 168계단.

초량이바구길은 목포의 근대역사거리처럼 한국에 몇 안 되는 기차역 앞 여행지다. 초량이라는 지명에 이야기를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 ‘이바구’를 합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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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이바구길의 ‘이바구공장소’. 교복체험을 할 수 있다.

부산의 산동네는 한국전쟁으로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초량이바구길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168계단. 부산항과 부산역에서 산복도로를 오르는 지름길이다. 어머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힘겹게 오르고, 아버지는 일감을 찾기 위해 부두로 뛰어 내려갔던 계단이다. 눈물겹고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그 시절 이야기는 ‘이바구공작소’에서 들을 수 있다. 기념엽서, 공갈빵과 진실빵, 교복체험도 가능하다. 동구 망양로486번길 14-13. 식사는 영남아구찜 대구탕(8,000원).

글씨의 향연 ‘펀터치갤러리 펀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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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터치갤러리 펀몽 내부에 쓰인 ‘펀체’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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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만이 풍기는 멋스러움이 있다.

‘펀터치갤러리 펀몽’은 초량이바구길의 숨겨진 보물창고다. 들어서자마자 글씨의 향연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디자인 붓글씨 ‘펀체’가 눈길을 잡는다. 캘리그래피와 비슷한데, 세로획은 두껍고 가로획은 리듬을 타듯 얇고 길고 유연하다. 오상열 대표가 벽면에 ‘세상 그 위로 날아오르자’라 쓴 글씨가 그 정형이다. 사각형에 갇힌 한글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렸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여행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외에 체험과 강의도 한다.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62층.

알록달록 포토존 ‘부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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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비유되는 장림포구 ‘부네치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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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부분만 보면 실제 유럽의 어느 도시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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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화의 조화, 부네치아 선셋 전망대에서 판매하는 얼그레이 더블샷 라떼(왼쪽)와 치즈어묵.

지하철 괴정역에서 사하구 5번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장림포구에 내렸다. 낙동강 하구의 작은 어항이 2012년 명소화 사업, 2019년 한국관광공사 강소형 잠재관광지 선정에 힘입어 새롭게 태어났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 풍광과 흡사해 ‘부네치아’로 명명됐다. 알록달록한 집과 포구는 어디에서 사진을 찍든 이국적이다. 부네치아 선셋 전망대는 추위를 피해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얼그레이 라떼에 치즈어묵을 시켰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의 조합이 부네치아를 닮았다. 사하구 장림로93번길 72 일대.

다대포해수욕장의 황홀한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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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해수욕장의 일몰 풍경.

바다 없는 부산 여행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 다시 사하구 5번 마을버스를 타고 다대포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백사장을 거닐다 손현욱 작가의 ‘배변의 기술’에 멈췄다. 2015년 열린 바다미술제에서 관람객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멀리 보이는 가덕도가 배경으로 잘 어울린다. 잠시 후 구름 사이로 가려져 있던 해가 바다로 내려앉는다. 바다와 해수욕장에 붉고 따사로운 기운이 번진다. 사하구 몰운대1길 14 일대.

형형색색 감천문화마을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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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에는 다양한 포토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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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사막여우’는 최고의 인증샷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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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내윗길과 감내아랫길을 이어주는 감천문화마을 148계단.

둘째 날 첫 일정은 감천문화마을로 잡았다. 지하철 토성역에서 사하구 1-1번 마을버스를 탔다. 산자락을 따라 형성된 계단식 가옥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의 힘겨운 생존 현장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참여한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눈물과 땀의 상징이던 감천마을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마을이자 사진 명소로 탈바꿈했다. 나인주 작가의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작품은 특히 인기다. 인증샷을 찍으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에서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하구 감내2로 203.

감천문화마을의 떠오르는 명소 ‘그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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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찬 화가의 추상화를 전시하고 있는 감천문화마을 ‘그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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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하우스 호떡아이스크림. 맛도 모양도 예술이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진짜 볼거리는 148계단 아래에 있다. 감내윗길이 상업지구라면 감내아랫길은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그린하우스’는 아기자기한 갤러리 명소로 꼽힌다. ‘나는 끝없이 비운다. 그리고 변화와 전진을 추구한다.’ 주인장 안영찬 화가의 말이다. 추상화를 그릴 때마다 삶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몰두하고, 또 다른 산을 찾아 오르듯 새 활동을 찾는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는 작가 나름의 방식이다. 그의 추상화에는 제목이 없다. 각자가 수수께끼를 풀듯 제목을 붙이고 해석하면 그만이다. 주전부리로 판매하는 호떡아이스크림, 프렌치토스트가 별미다. 사하구 감내1로 175번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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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 ‘덮스&스시’의 참치연어초밥(1만2,000원).

부산 여행의 마지막 식사 장소는 안영찬 화가가 추천한 ‘덮스 & 스시’로 정했다. 그는 특대형 회덮밥을 주문했고, 주인은 초밥을 권했다. 사르르 녹는 식감이 예술이다. 사하구 옥천로75번길 11.


사하구 문화관광 홈페이지(saha.go.kr/tour)에서 다대포해수욕장, 부네치아,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자세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