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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앞바다 ‘256개 진주알’ 보며…완도는 ‘빙그레 웃는’도다

by헤럴드경제

구멍뚫린 바위가 낚아챈 시선, 낙조로 이어져

바다위서 만나는 신비의 산악절경 ‘금당 8경’

‘서편제’ 촬영지·신흥리 해변·구들장 논…

신선이 살았다던 아시아 첫 슬로시티 ‘청산도’

고산이 만든 세연정·낙서재 반겨맞는 보길도

근심·걱정 날리듯 검은 몽돌 파도소리도…


완도군 256개 섬 중에서 동쪽끝 금당도는 미모를, 남쪽 청산도는 낭만과 지혜를 담당한다. 장보고 기지가 있던 본섬 체도(體島)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고금도는 힘과 정신력의 터전인데 비해, 남서쪽 보길도는 수려함과 애잔함을 함께 갖고 있다.


완도의 어느 섬은 해남, 강진과 더 가깝고, 다른 섬은 장흥, 보성, 고흥과 더 가까워, “그 섬도 완도 것이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56개의 보석은 남도 앞바다 동서로 길게 흩어져 있다.


서로 떨어져 있고 개성이 달라도 완도 사람들은 자연, 순수, 지혜라는 가치를 공유한다. 완도가 고향인 골프 챔피언 최경주와 스타 가수 거미(巨美)가 보여주는 겸손하고 순수한 면모, ‘자연과 역사 흔적을 잘 보존하는 게 완도의 매력’이라는 세평이 이를 잘 말해준다. 완도는 ‘빙그레 웃을 완(莞)’ 자를 쓴다.

금당도, 바다위에 뜬 공룡능선 혹은 백운대?

금당도 공산(138m)정상에서 본 다도해전경.

금당도는 고흥과 장흥 사람들이 탐내는 큰 바위섬이다. 여의도의 4배 조금 넘으니 꽤 크다. 얼핏 설악산 공룡능선 같기도 하고, 북한산 백운대를 닮기도 한 산악 절경이 바다위에 떠 있는 형국이다. 완도 본섬에서는 너무 멀기에 장흥군 노력항, 고흥군 녹동항, 우두항에서 배 타고 간다.


금당도의 잘 생긴 모습은 섬 둘레를 배로 돌며 봐야 제 맛이고 섬 안에서는 사방의 바다를 두루 조망하면 편하게 오르내리는 산악트레킹이 매력적이다.

금당도 코끼리바위. [정희조 기자]

금당면 정보센터(061-843-4077)를 통해 5명이 10만원에 1시간 동안 섬 주변을 일주하는 유람배를 타니 코끼리바위, 남근바위, 초가바위, 부채바위, 병풍바위 등 수천, 수만년의 세월 동안 바람을 맞고 파도에 씻긴 ‘금당 8경’의 신비로운 자태가 나타난다.


금당도 가학항에서 출발해 왼쪽으로 돌면, 남근바위, 코끼리바위가 잇닿아 있다. 가까운 곳에 초가바위도 신기하리만큼 소박한 초가집의 외형을 그대로 하고 있다. 교암청풍은 마치 대리석 기둥이 죽죽 뻗어나간 것 처럼 생겨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마저 든다. 세포전망대 아래에는 사봉세우가 있다. 비가 내리면 풍화작용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암석 사이로 빗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독특하다고 한다. 배를 가까이 대고 봐야 그 기기묘묘함을 느낄 수 있다. 스펀지처럼 구멍뚫린 바위와, 주상절리 처럼 옆으로 쭉쭉 무늬를 만든 부분이 어우러져 오랜 시간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율포항을 지나면 스님바위, 병풍바위, 부채바위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섬을 둘러 이어진 도로를 달리다 학령에 다다르면 차를 세우고 노을을 기다려보자.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석양 명소가 꽤 있지만 금당8경 중 하나인 ‘학령낙조’를 빼놓고 가면 섭섭하다. 섬의 구석구석을 보고 싶다면 율포항 앞에서 출발해 금당산 등을 능선따라 도는 약 8.5㎞의 동능선코스를 걸어보는 것이 좋다. 노력항 인근에서 낚싯배를 물색해, 호젓하게 떠다니며, 풍경을 낚고, 손맛을 감상할 수도 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청산도

헤럴드경제

청산도 신흥리 해수욕장의 신비한 파도모양. [촬영=김광섭 작가·완도군청 제공]

난대성 기후로 늘 푸른 청산도는 완도 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50분이면 닿는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이곳은 옛날에 신선이 살았다고 해서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불렀다고 한다. 권덕리에서 가파른 트레킹 길을 따라 30~40분 오르면 범바위 전망대(해발 183m)에 이른다. 바다로 뻗어나간 곶들은 하나같이 거북이를 닮았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다 위에 떠있는 아기거북과 이를 바라보는 어미거북의 모정이 애처롭다. 다도해가 발아래 펼쳐진 범바위 정상에서 가파른 트레킹을 거북이 처럼 올랐던 고단함을 잊는다.


‘느린섬 여행학교’학교라는 공립 숙식 힐링센터가 있는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지정을 받았다. 임권택 감독은 1992년 당리고개를 ‘서편제’ 촬영지로 삼았다. 꽃길을 거닐며 가슴의 한(恨)을 창으로 풀어내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더없이 좋은 분위기였다는 것. 카타르시스 섬이다.


청산도 동쪽의 신흥리 해변은 육각 릴레이파도로 유명하다. 평평한 백사장에 물때가 되면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앞선 파도를 뒤따르는 파도가 밀면서 내는 물결 도형이 때론 삼각형이었다가 때론 육각형으로 변한다.


청산도에도 계단식 논이 보이는데, 여느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모래흙인 사질토로는 논농사 짓기 힘들어 물이 흩어지지 않게 평평한 돌로 겹겹이 쌓아 물을 가둬놓은 뒤 빈공간을 흙으로 5~6회 다져 인공답 ‘구들장 논’을 고안해냈다. 이 탁월한 지혜에 놀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청산도 민가 뒷산 언덕에선 풀을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을 가끔 본다. 이 초분(草墳)은 사랑이다. 조상님 매장 전에 지상 초막에 가묘를 지어 3~5년간 은덕을 기린뒤 묻었다.

예송리와 구개등의 사무치는 감성

완도 본섬의 감성 스팟, 정도리 구개등 몽돌해변.

보길도를 무대로 한 어부사시사를 근원부터 살펴보면, 안빈낙도가 전부는 아니다. 전남 해남 집에 있던 윤선도는 병자호란 소식을 듣고 집안의 장정과 노복 수백 명을 배에 태우고 강화도로 진군했지만 항해중 항복 소식을 듣는다. 세상을 등지겠다는 마음으로 제주도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렸지만 태풍을 만나 보길도에 피항하게 된다. ‘지국총’은 어쩌면 체념이 짙게 밴 노랫가락일지도 모른다.


세연정 등 그가 지은 건축물 20여곳과 수면 위로 솟은 일곱 개의 바위섬 세연칠암 등 섬 곳곳에 붙인 이름이 몇백년전 그대로이다. 뛸 듯하면서 뛰지 못한다는 뜻의 바위 ‘혹약(惑躍)암’의 이름은 나라와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 같다.


고산 문학체험공원에서 세연지, 무희가 춤 출 때 세연정까지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옥소대, 산봉우리가 연꽃잎처럼 둘러친 부용동, 윤선도의 서재 낙서재를 만난다.


예송리해수욕장의 검은 몽돌이 낮은 파도와 부딪는 소리는 참으로 사랑스럽다. 서쪽 끝에는 망끝전망대와 제주 유배 가다 이곳으로 피항한 송시열의 ‘글씐바위’도 인증샷을 남길 곳이다.


완도의 몸에 해당하는 본섬 ‘체도(體島)’에 들어오면, 1050㏊의 광활한 면적에 3500여종의 자생식물이 자라는 완도수목원, 장보고에서 지석영, 최경주까지 완도의 지혜와 용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보고기념관, 파도가 들어왔다가 나가는 소리가 기가 막히는 정도리 구개등 몽돌해변, 약산 동백숲해변, 건강한 전복빵 등 오감으로 감정 정화할 소재가 참 많다.


자연을 사랑하고, 지혜와 힘을 갖고도 잘 난 척 할 줄 모르는 완도가 오늘도 빙그레 웃고 있다.


글=함영훈·김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