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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by안혜연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오키나와 여행, 외롭고 묘한 데 놓인 카페들을 찾아다녔다. 비가 내려서 마지못해 택한 카페행이었는데 이렇게 근사할 줄이야. 어느 곳 하나 기대에 못 미치는 곳이 없었다.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아직도 가보고 싶은, 궁금한 카페가 수두룩하다. 일단 장롱에 고이 모셔둔 운전면허부터 해결하고 보는 게 좋겠다. 위치가 영 이상하고 수상해서 렌터카 없이는 절대 못 찾아가니까.

숲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카페 고쿠, Cafe こくう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샛길로 빠져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다. 거친 나뭇가지가 렌터카를 박박 긁어놓는 것 같았다. 보험을 들어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찔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 눈앞에 펼쳐진 작은 마을을 마주하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땅이 많은, 이제 막 조성 중인 주택단지가 산 위에 있었다. 예닐곱 채쯤 되는 집들을 지나 길 끝에 놓인 외딴 집에 차가 멈춰 섰다. 키 작은 간판에 '카페 고쿠'라고 쓰여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비밀을 품고 있을 듯한 오묘한 위치의 카페, 오키나와 카페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였다. 가게에 발을 들이고는 잠시 넋을 놓았다. 이 카페를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얌전히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없다. 창밖 풍경이 근사해서, 탁 트인 숲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경이 놀라워서. 떡 벌어진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키나와는 아직 초록빛 짙은 여름이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구름이 점차 걷히며 맑아지고 있었다.


카페 고쿠에서는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한껏 누린 채소와 곡물들로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다. 밥과 국을 따로 담고 둥근 접시 위에 조물조물 만든 찬을 조금씩 보기 좋게 얹는다. 오키나와현에서 무농약 혹은 농약을 적게 사용해 키운 채소들을 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얇은 튀김옷을 입힌 뒤 바삭하게 튀기고, 장맛으로 양념해 구수하게 버무려 내는가 하면 새콤달콤하게 절여 만든 채소 반찬도 있다. 본래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간단히 요리한다. 얼핏 보면 메인 요리가 없는 듯 보이지만 상에 오른 모든 채소들이 주인공이다. 살랑살랑 바람 부는 툇마루에서 자연과 함께 먹는 밥. 입에도 착 붙고 몸에도 맛있다.

지붕 위에 올라앉은 시샤, 야치문킷샤 시사엔 やちむん喫茶 シーサー園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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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랑 말랑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을 애써 접어두고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비 오는 날엔 카페에 우두커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야치문킷샤 시사엔, 역시 깊은 산속의 카페다. 내가 고른 카페들만 이런 건가? 아니면 오키나와의 카페들이 대체로 이런 식인 걸까? 대단히 외진 데 있다. 오키나와의 오래된 집을 개조해 카페로 꾸몄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장소는 2층. 가만히 앉아 귀 기울이면 물소리가 나고 작은 새의 울음소리도 이따금 들린다. 지붕 위에 올라앉은 시샤(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전설의 동물)와 눈이 마주치기도. 먹빛 지붕에 빗물이 툭툭 떨어지는 모습도 꽤 운치 있을 것 같았는데, 카페에 머무는 동안에는 하늘만 그렁그렁했을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 비밀에 부쳐두고 싶은 장소지만, 믿고 보는 배우 공효진이 나오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등장한 탓에 이미 널리 알려졌다. 외떨어진 곳임에도 한국인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예스러운 집에서 풍기는 운치가 마음에 드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히라야찌다. 오키나와식 부침개 같은 건데 맛없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맛있다고 감탄하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지만, 기대감이 전혀 없어서 그랬는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새콤한 감귤주스와 은근히 어울리는 맛.

천연 효모 빵집, 베이커리 스이엔 パン屋 水円

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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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외딴 카페들

오키나와 본섬에서 가장 매력적인 카페, 스이엔. 상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 같은 조용한 동네의 소박한 빵집이다. 아담한 집에 둥지를 틀었다. 사실 여긴 시내로 돌아가는 길, 잠시 들러 빵만 사가지고 가려던 참이었다. 미닫이문 속에 감춰진 분위기에 매료되어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는 그랬다. 헨젤과 그레텔이 빵 한 조각을 들고 집을 나설 듯한 동화 같은 모습의 카페. 가게 앞에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나무도 비현실적인 무드에 한몫한다.


카페 안을 장식한 드라이 플라워, 켜켜이 쌓인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소품들에 눈이 멈춘다. 온통 나무 빛깔이어서 따듯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안쪽에 넓게 자리한 제빵 공간에서 천연 효모 빵을 굽는다. 보기엔 뭉툭하고 투박해 보이는 빵들이지만 살짝 뜯어 입에 넣고 씹어보면 스이엔의 빵 맛을 향한 칭찬들에 공감하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풍미와 고소함이 입안 가득.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일주일에 달랑 4일만 문을 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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