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 Trillion – 블랙록의 신화 #1

[재테크]by The DUDE

Summary

- 1경 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이야기

- 어린 나이에 CEO 후계자가 된 래리 핑크는 리스크 관리 실패로 첫 회사를 나오게 됨

- 이후 블랙록을 설립한 뒤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ALADDIN이라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로그램 개발

 

© iStock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 기준에서조차 경이로운 액수를 굴리는 기업이 나타났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발표된 운용 자금 규모(Asset Under Management: AUM)는 9.5 Trillion USD(9.5조 달러)로 원화 기준 1경 원을 상회한다. 최초로 1 Trillion USD(1조 달러)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던 애플처럼 경의로운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일반적인 경제 구조에선 적게는 “억” 그리고 많아야 “조” 단위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경”단위의 숫자가 튀어나왔다. 참고로 미국의 2분기 GDP가 22.7 Trilion USD이니 10 Trillion USD는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 GDP의 40%에 해당하는 자본금이다.

이 기업의 이름은 바로 ETF 제국을 이룬 Blackrock이다. 블랙록의 AUM 확장 속도를 비추어 볼 때 10월 중순에 발표될 3분기 보고서에 찍힐 AUM은 10 Trillion USD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월가를 주름잡는 골드만삭스, JPM 및 크레딧 스위스와 같은 이름은 매우 익숙할 것이다. 이들이 08년도 금융위기의 중심에 있었던 점도 한몫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역사가 길다. 100년이 넘은 기업들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블랙록은 역사가 이들에 비해 매우 짧다. 30년에 불과하다. 30년 남짓한 기간에 경 단위의 돈을 굴리는 기업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글은 창업자 래리 핑크(Larry Fink)가 맨바닥에서 시작해 월가의 정점이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블랙록이 세상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가 되고 래리 핑크가 월가의 왕으로 등극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 일단… 한번 거하게 말아 먹고 시작했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얼간이 창업자 래리 핑크는 UCLA 학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동대학 MBA 과정에서 부동산을 전공했다. 예상과는 달리 경제 및 재무학 같은 전통적인 금융 백그라운드는 없었다. 하지만 래리 핑크는 졸업 이후 First Boston이란 회사에 취업해 채권 트레이딩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나름 MBA에서 배운 부동산 지식을 활용해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된 모기지 채권을 주로 거래했다.

입사 이후 핑크는 빠르게 승진해 31살의 나이에 회사의 가장 젊은 임원이 됐다. CEO 자리는 거의 시간 문제였을뿐이다. CEO 가도를 밟는 젊은 임원 –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핑크는 그 당시 본인에 대해 스스로를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얼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핑크의 드높은 에고는 1986년 한순간 증발하게 된다. 당시 이자율의 급작스러운 움직임을 헤지 하지 못해 핑크와 그의 팀은 1억 USD의 돈을 날려 먹게 된다. 이로 인해 CEO 후계자였던 핑크는 구도에서 밀려나 결국 1988년 회사를 나오게 된다.

 

뱅가드와의 흥미로운 평행이론 명예를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쉽다는 말이 있듯이 핑크는 입사 이후 First Boston에 큰 돈을 벌어다 줬지만 한순간의 큰 실패로 CEO 후계자 라인에서 퇴출 당하게 됐다. 다만 핑크는 혼자 나오지 않고 본인과 함께 일했던 최측근들과 함께 퇴사했다. 그리고 채권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최고의 자산운용사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결국 핑크가 First Boston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CEO 후계자 타이틀이 아닌 퇴사를 함께 할 정도로 신뢰가 굳건한 동료들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점이 매우 흥미로운데 블랙록의 유일한 경쟁자인 뱅가드의 창업자 잭 보글(Jack Bogle)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례다. 잭 보글 또한 첫 회사였던 웰링턴 펀드에서 승승장구해 CEO가 됐다. 하지만 무리하게 진행했던 인수 합병으로 회사가 크게 흔들리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보글은 퇴사를 앞두고 웰링턴 펀드에 공개적으로 요청해 자신과 뜻이 맞은 직원들과 함께 나와 회사를 만들게 됐는데 이게 바로 뱅가드다.

 

| Blackrock의 출범

트라우마가 남긴 최고의 산물 일단 주력 아이템(채권)을 정했고 인력을 구성했으나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핑크는 당시 사모펀드의 제왕인 블랙스톤(Blackstone)의 스티븐 슈워츠먼(Steven Schwarzman) 회장을 찾아가 50% 지분을 대가로 5백만 USD를 지원받았다.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신생 벤처 투자 운용사의 사명을 Blackstone Financial Management로 명명했다. 블랙스톤에 빨대를 꽂은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인수 합병으로 CEO 자리에서 잘렸던 보글은 인수 합병에 학을 땠는지 뱅가드는 창립 이후 40년 동안 단 1건의 인수 합병도 하지 않았다(최근 이례적으로 Just Invest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인수 합병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미국에서, 심지어 금융권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찬가지로 First Boston에서 이자율을 제대로 헤지하지 못해 퇴출당한 핑크는 리스크 관리에 극도로 민감했다. 이로 인해 핑크는 자산운용도 운용이지만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로세스 정립에 큰 공을 들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최고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인 ALADDIN이다. 이는 Asset(자산), Liability(부채), Debt(채무) and Derivative(파생상품) Investment Network의 약자로 1경 원을 굴리는 블랙록의 근간이 되는 IT 기술이다.

 

Stone에서 Rock으로 진화 순항하던 핑크호(號)는 얼마 지나지 않아 '쩐주'인 블랙스톤과 더 이상 양립하기 힘들어졌다. 이유는 Blackstone Financial Management가 커질수록 핑크는 인재들에게 신규 지분을 발행해 나눠줬고 이는 기존 50%였던 블랙스톤의 지분을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블랙스톤과의 이혼이 임박하자 핑크는 슈워츠먼 회장을 다시 찾아가 신규 사명을 허락받았다. 왜냐면 블랙스톤이 이미 존재하기에 이와 유사한 이름을 핑크가 허락 없이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핑크가 택했던 신규 사명은 바로 Blackrock이었다. 슈워츠먼은 블랙스톤과 유사한 이름인 블랙록을 핑크가 블랙스톤에 보이는 경의로 생각했다. 이렇게 블랙록은 1994년 블랙스톤으로부터 독립해 1999년 10월 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블랙록이 운용했던 자금 규모는 1,650억 USD였다. 10 조 달러인 현재에 비하면 태양 앞에 반딧불 수준이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출처 https://www.ft.com/content/7dfd1e3d-e256-4656-a96d-1204538d75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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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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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자산운용사 상품팀 금융인. ETF와 지수에 대해 모든 걸 설명하겠습니다. “It started out as a product, and it became an industry” (일개 상품으로 시작한 ETF는 이내 그 자체로 산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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