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동산을 다시 생각해야 할 이유

[재테크]by 서정렬

Summary

-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며 대안이 필요한 상황

- '고민을 끝'내기 위해 부동산을 산 영끌족은 새로운 '고민의 시작'에 직면

- 정부는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시장 규제를 해제하는 중

-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고 부동산을 다시 바라봐야 함

 

© iStock

 

고민의 ‘끝’이 아닌 ‘시작’ 앞뒤 없는 경우 같지만 ‘문제를 해결’ 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었다면,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답을 얼마 전 종료된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다. 꽤나 높은 시청률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되었던 ‘재벌집 막내아들(jtbc)’ 속 대사를 살펴보자.

극중 진양철 회장은 손자인 진도준 덕분에 ‘CAL828기’ 사고를 피해 목숨을 건짐과 동시에 일본에 팔릴뻔했던 국내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손자 진도준이 진양철 회장에게 남긴 메모 덕분이었다. 메모에는 반도체 업계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고래 싸움 가운데 신생 업체 순양그룹이 살아남을 나름의 방법이 담겨 있었다. 미래를 아는 점쟁이 포춘텔러에 버금갈 정도의 예지력을 갖고 있던 것일까. 의심이 많던 진양철 회장은 손자 진도준에게 날카롭게 묻는다. 그리고 손자인 진도준은 피할 수 없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진양철

: 니 혹시, 미래를 알고 있는 거 아이가?

 

진도준

: 알고 있었습니다. 미래가 아니라, 할아버지 마음을 알고 있었어요. 고래 싸움에 새우가 어부지리로 이기는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무모한 도전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한테 퀴즈를 내신 거죠. 정답이 아니라 지지와 응원을 구하는 마음으로요. 제가 알고 있었던 건, 할아버지의 그 마음입니다.

 

-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中-

 

드라마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혹시 진도준이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걸 진양철이 눈치챘을지 조바심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도준이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첫 대사를 치는 순간, ‘아~이렇게 전개되어야만 하나’ 싶었을 테다. 그런데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뒷부분 대사가 우리를 안심시켰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있었어요” 시청자로서 나만 느꼈을 안도감은 아니었을 듯하다. 그 다음 대사가 주옥같다. “(할아버지가 내신 퀴즈에 대한 저의 대답은) 정답이 아니라 지지와 응원을 구하는 마음으로요. 제가 알고 있었던 건, 할아버지의 그 마음입니다”

그렇다. 우리가 일상에서 결정하는 대부분의 결정은 스스로 내린 결정이고 본인의 책임이다. 그걸 모를 리 없다. 남의 책임으로 전가시켜서도, 시킬 수도 없음을 안다. 다만, 부담스러운 것은 그러한 내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스스로를 향해 계속 묻는 의구심이다. 그렇기에 다수의 사람들은 본인의 결정이 옳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런 결정이 부동산을 사거나 팔거나 또는 또 다른 선택과 관련된 결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정 자체가 나의 책임으로 귀착되더라도 내 결정 자체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바라는 마음은 (진양철 회장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을 듯싶다. 그런 진양철 회장의 마음을 진도준은 알고 있었다. 진양철 회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앞으로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포춘텔러였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면서 진양철 회장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원리금 상환 부담을 무릅쓰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영끌’로 부동산 ‘매입’ 강행한 이들이 많았다. 편하지 않은 심정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 절실히 영끌족에게 본인의 결정이 맞았음을 인정해 줄 ‘지지와 응원’으로서의 ‘마음’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 캡처 이미지 © 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 캡처 이미지 © jtbc

 

집을 사면 ‘고민의 끝’이 아닐까 싶었는데, 막상 집을 샀더니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상황에서 원금과 이자를 갚고 못 갚고의 문제와 상관없이 ‘부동산’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생각 끝에 답을 구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지금은 진도준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 미래를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동산에 대해 긴 호흡이 요구되는 ‘때’다.

 

윤석열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지난 12월 21일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와 관련해 ‘부동산연착륙 방안’이 발표됐다. 그리고 후속 대책의 성격으로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이 1월 3일 모습을 드러냈다. 불과 10여 일 후 규제완화를 위한 추가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간단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추가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나름의 판단 또한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된 시장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전매제한 줄이고, 실거주 의무 없애고…정부 부동산 연착륙 '총력전' © 이투데이(2023.01.03.)

 

1월 3일 발표된 주요 내용은 ‘규제완화’를 통한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우선,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주요 핵심 지역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구), 하남시의 부동산 규제(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를 해제한다. 동시에 주택 전매제한 기간 또한 대폭 줄였다. 이와 함께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와 공공 주택 보급 등 국토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 국토교통부는 3일 상기 내용을 ‘2023 정부 업무보고’ 형태로 발표했다. 규제 완화의 요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과도한 규제 정상화’로 명명했다. 문 정부 이전 수준의 규제 완화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기존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또한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기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던 도심복합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 역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배제한다. 이번 규제 완화로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규제가 대폭 줄어든다. 현재 전매제한은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비수도권 4년)인데, 규제 완화에 따라 수도권 전매제한은 최대 3년(공공택지와 규제지역 3년, 과밀억제권 1년, 그 외 지역 6개월)으로 완화된다. 비수도권의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1년으로 개선된다. 전매제한 기한의 개선 방안은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개정 즉시 적용될 예정이다.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분양자의 실거주 의무 기간은 기존 최대 5년에서 아예 폐지된다. 더불어 실거주 의무 폐지 시 기존 실거주 의무 기간 또한 소급된다. 적용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이 내용은 주택법이 개정되어야 함에 따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아울러 미분양 급증을 막기 위해 청약 관련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정책 효과를 위해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을 폐지한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할 수 있는 분양가 상한은 12억 원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을 없애 모든 분양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을 지역 상황과 여건에 맞춰 해제할 수 있도록 지자체 해제 권한을 기존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반도체와 방산, 원전산업 등 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아예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한다.

이외에도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분양 새 브랜드인 ‘뉴:홈’을 2027년까지 공공분양과 임대물량 10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총 7000가구 사전청약을 7월과 12월로 나누어 공급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운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내 연 500억 달러 수주 달성을 위한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1.3 대책에 앞서 2022년 12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 방향’ 속 ‘부동산 연착륙 방안’ 역시 기존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를 담고 있다. 빌라왕, 건축왕 등으로 대변되는 ‘전세사기’의 피해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대차 시장 안정 대책 내용도 포괄되어 있다. 앞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것과 ‘규제지역을 풀고 대출 규제 한도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 2023 경제정책방향 주요 내용 © 연합뉴스(2022.12.21.)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완화에 속도를 낸다. 다주택자의 취득세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내년 5월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1년 연장한다. 더불어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역시 완화하는 동시에 주택 공급량 확대 유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총론적으로는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완화에 속도를 낸다는 뜻이다. 일견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완화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지난 2022년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타가 제시된 것이다.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규제 빗장을 푸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부동산 수요심리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 해제는 일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다주택자를 위해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명확한 답이 요구된다.

 

부동산, 과거와는 달라 달라! 현재의 집값 하락세는 아무도 막지 못한다.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서가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금의 집값 하락에 대해 ‘하락’이 아닌 ‘조정’이라는 지적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지금의 집값 조정국면은 일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패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대세 하락 국면’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가격 조정 및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여러 가지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Private Sector)이 참여해 원도심이나 구도심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Marina Bay)’와 같이 용적률 완화와 용도 복합(Mixed Use Development)을 개발하는 식이다. 주거지역 내 상업시설 용도 개발이 가능한 형태의 '도심복합개발사업(도시혁신구역, 도심융합특구, 입지규제최소지구 등)'도 예가 될 수 있다. 기존의 CR리츠나 개발리츠 외에도 미국은 90조, 호주는 25조 원 규모의 ‘헬스케어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를 해왔는데, 이러한 리츠(Reit's) 활성화 방안도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인구는 감소하고 지방 도시의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겪은 코로나19 등의 사태는 ‘부동산’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자산으로서의 부동산과 부동산 시장이 앞서 경험했던 시점, 시대의 경험과 달라질 수 있음을 목도했다. 이젠 경험적으로 안다. 부동산과 부동산 시장,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수 있음을. 더불어 부동산을 선택한 ‘개인’ 역시 실패할 수 있음을. 이러한 경험치는 각자에게 향후 부동산과 관련된 그 어떤 선택에 있어 ‘트라우마(trauma)’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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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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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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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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