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논제로섬게임(Non Zero-Sum Game)’에 도전하는 이유

[재테크]by 서정렬

SUMMARY

- 백종원의 예산재래시장 상생 프로젝트는 ‘지역(부동산)재생·개발 프로젝트’의 축소판

- 예산재래시장이 활성화되자 상품 가격, 인근 숙박비, 가게 임대료 등이 상승

- 당장은 수익을 높일 수 있겠지만 향후 제로섬게임으로 이어질 가능성

- 서로 협력하며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와 상권을 살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

 

충남 예산시장 재개장 '활력'…전국 재래시장 활성화 모델로 각광 © 뉴시스(2023.04.02)

 

다시 재개장한 예산재래시장 백종원도 예외 없다. 백종원이 나서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쉽지 않다. 시장(market) 특히 재래시장은 또 다른 정글(Jungle)이기 때문에 여전히 ‘정글의 법칙’이 적용된다. 충남 예산재래시장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예산상설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는 백종원의 솔루션에 따라 하루 100명도 안 오던 시장에서 10~20만 명 이상 방문객이 늘었다. 이에 예상하지 못했던 음식, 주차 등 각종 서비스 불만이 터져 나왔다(1월 194,163명, 2월 236,477명 방문). 그러자 백종원은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휴장에 들어갔고 이후 다시 재개장 했다.

아래 내용은 예산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알린 유튜브 ‘백종원 시장이 되다’ 13화(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를 보고 정리한 내용이다. 예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휴장과 재개장 사이에 어떤 의사결정과 솔루션이 보태졌는지 그리고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관찰자 주관적인 시점으로 정리될 수 있음을 밝힌다.

처음 알게 되었다.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조직도 말이다. 유튜브를 보면 이번 예산 재개장 프로젝트에 관여한 부서들이 나열되어 있다. 유튜브에서 백종원이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번 재개장에는 더본코리아가 부분적으로 관여한 것이 아니라 소위 한꺼번에 달려들어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짧은 기간 내에 기존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소개된 참여 부서는 이렇다.

 

예산재래시장 재개장 관련 더본코리아 사내 참여 13개 팀

가맹사업, 마케팅기획사업, 재경본부, 구매물류사업, 인사팀, 업무지원팀, 조리개발팀, 브랜드기획팀(유튜브에는 ‘브랜드기회팀’으로 나옴. 자막 오타인 듯), IT기획팀, 주류사업팀, 지역개발사업팀(아무래도 예산군 관계자 및 관련 팀으로 보여 예산군 홈페이지 확인 결과 예산군 산업건설국 건설교통과 소속 ‘지역개발팀’으로 확인됨. 그러나 더본코리아 사업팀 일수도 있음), 외식산업개발원, 티엠씨엔터

 

© 예산군 홈페이지 조직도 화면 캡처 이미지

 

재개장의 방향성에 대해 백 대표는 “자금은 들어갔지만 마치 건드리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자”고 언급한다. 휴장 후 재개장 전 예산재래시장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났었다. 예산군과 더본코리아에서 함께 파악한 내용은 이렇다. 예산군 지역개발사업팀(+더본코리아)에서 파악한 문제점은 1. 장터 광장 관련 문제점(장터 광장 평탄화 작업 및 먼지 예상 작업), 2. 화장실 관련 문제점(남&여 1개소씩 추가로 설치 완료(여성전용 화장실 1개소 추가 설치 예정)), 3. 주차장 관련 문제점(혼잡함을 최소화할 주차요원 배치), 4. 대기시간에 대한 문제점(클레임의 40%를 차지한 순서 대기 시간 문제→ 모든 방문객들은 (장터 광장 테이블 예약 시스템 도입해) ①대기 접수 하기, ②자리배정, ③ 음식 주문으로 일괄 정리, 기계 사용(키오스크) 사용 불편 고객 위해 현장인력 배치, 매장별 대기 화살표를 그려서 복잡하게 뒤엉켰던 대기 줄 정리) 등이다.

 

© [백종원 시장이 되다 13화] 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동영상 시청 중 놀랐던 부분은 예산상설시장 방문객 가운데 5~10% 정도 고객들만 식사가 가능했다는 외식산업개발원 관계자의 언급이다. 물론 방문객 모두 음식을 먹고 가려고 온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먹고자 하는 고객의 다수가 음식을 먹고 가지 못했다면 문제가 있다.

 

© [백종원 시장이 되다 13화] 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메뉴의 다양화를 통한 매장별 인원 분산 전략’이었다. 그래서 기존 5가지 메뉴에서 11가지 메뉴가 추가되어 재개장 때 선보였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를 왜 시작했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언급했다.

 

“이 프로젝트는 ‘시장’을 살리는 데 있는 게 아냐. (충남)예산 전 지역의 경제 활성화가 목표”

 

예산상설시장은 그저 ‘도구’일 뿐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경제활성화’라는 것이다. 처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접하는 백 대표의 속마음이 밝혀진 부분이다. 그가 꿈꾸는 장사꾼(?)으로서의 목표 또한 드러난 순간이었다.

 

© [백종원 시장이 되다 13화] 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면서 유튜브 내용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예산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예산상설시장 외 지역에 찾아오는 관광객을 분산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인들과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백종원은 사업가스러운 면모로 얘기한다. “이거, 이거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회사와 관련해서” 그러자 화면에 이런 자막이 뜬다. 〈중요한 사업〉‘지역 경제 활성화’. 이어 백종원은 말을 이어간다. ‘지역경제활성화 사업 노하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사업가적인 (마인드로서의)꿈’이 내비쳐진 대목이다. (기승전 사업 노하우를 언급하면서 기존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유튜브를 통해 다 소개되고 난 이후) “돈 있는 기업(카드사, 금융사)들이 이 사업을 카피하면 어떡하죠?”라는 참석자의 우려에 대해 백종원은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지역 활성화 사업 카피는 순기능”이다. “카피한다면 카피하도록 내버려 둬라”라는 식으로 통 큰 사업가적 면모 또한 보인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던 과거 재개장 준비를 위해 투입된 인력이 처음 예산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공사할 때보다 더 많이 동원됐다. 무려 14곳의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시장(market)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재개장 공사 중 찾아와 일일이 확인(감리) 하는 꼼꼼함도 보여줬다. “디테일은 놓칠 수 없다”, “먹거리는 많을수록 좋다”라는 감리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순탄할 것만 같던 순간, 유튜브 자막은 불협화음을 예고했다. ‘어느 정도 것 해야지. 진짜 꼴뵈기 싫어 죽겠네’

 

© [백종원 시장이 되다 13화] 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장사가 잘 되자 점포 주인들이 기존 임차 상인들에게 퇴거를 요청한 것이다. 유튜브에는 생략되었겠지만 기존 가격보다 2배 넘게 매입한 상가도, 그 이상을 요구해 매입 성사가 안 되었거나 요구하는 가격대로 매입한 상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백종원 덕에 장사가 잘된다고 하니 기존 점포의 주인들은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했을 터. 올라간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한다면 나가라고 퇴거 명령을 했을 게 자명하다. 그래서 쫓겨나는 임차인이 생기게 되는데 이 현상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우리나라 말처럼 그야말로 ‘둥지 내몰림’ 현상이 예산 재래시장에도 나타난 셈이다.

누구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사가 잘 되니 나는 가격을 올려 받아야겠다’라는 마음을 먹는 자영업자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혼자가 아닌 지역 차원의 확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 하나 때문에 지역 재래시장 활성화 명분이 희석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꼴이 되고, 결국 자신조차 망하게 된다. 경제 게임이론으로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 그 자체인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

 

제로섬게임(zero-sum game): 한쪽(승자)이 얻는 이득과 다른 쪽(패자)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 게임에 참가한 양측 중 승자가 되는 쪽이 얻는 이득과 패자가 되는 쪽이 잃는 손실의 총합이 0(zero)이 되는 게임. 폰 노이만(Johann Ludwig Von Neumann)과 오스카 모르겐스턴(Oskar Morgenstern)에 의해 처음 주창되었고 1981년 레스터 C. 더로(Lester C. Thurow) 교수가 발표한 저서 “제로섬 사회 : 경제변화의 분포와 가능성(The Zero-Sum Society: Distribution and the Possibilities for Economic Change)”이 출간되며 널리 쓰이기 시작.

 

논제로섬게임(non zero-sum game): 한쪽(승자)의 이익과 다른 쪽(패자)의 손실을 합했을 때 제로가 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 미국의 수학자인 존 내쉬(John Nash, 1928~2015)에 의해 제기된 게임 이론.

 

지역(부동산)재생·개발 프로젝트의 축소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종원은 예산군청에서 숙박업소 대표들과 국수집 대표들을 대면하면서 현재의 적정 가격을 올리지 말고 유지하자고 설득한다. 그리고 그런 백 대표의 취지에 공감하고 다시 단합해 백종원의 상생 프로젝트와 함께 하기로 결의한다. 그 이후 얼마 전에 예산시장이 재개장했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이다.

 

© [백종원 시장이 되다 13화] 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뒷이야기지만 상가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해서 쫓겨 나가는 상인들과 숙박료를 2배 이상 올려 받겠다는 숙박업소 대표들을 백종원이 만나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아니 격정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화난 듯 보인다. 왜 2~3년을 못 참느냐는 것이 요지다. 지금까지 어려웠는데 장사 좀 된다고 가격 올려서 부자 될 것도 아니고,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들이 다시 찾지 않을 텐데 그렇게 되고 싶냐면서 그들을 설득하는 모습이다.

 

주의 깊은 독자라면 위 캡처 화면(왼쪽)을 보고 숨은 그림 찾듯 무언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렇다. 더본코리아에는 지역개발팀이 조직으로 존재한다. 백종원 대표가 지역 살리기에 또는 지역 상권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진심인 이유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숨겨 놓는다. © [백종원 시장이 되다 13화] 재개장 완료한 환상의 예산시장...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백 대표는 결국 ‘논제로섬게임(non zero-sum game)’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가져가지만 총합이 0(zero)이 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예산재래시장을 살려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게 목적이었다. 더불어 예산재래시장과 예산을 충남에 속한 하나의 지역이 아닌 ‘전국구’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돕고 있던 것이다.

‘논제로섬게임’에는 ‘대립’과 ‘협력’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게임 참여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게임 참여자 서로가 ‘협력’할 경우에는 양측 이익이 모두 증가할 수 있지만, 서로 ‘대립’할 경우에는 양측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다.

시장 상인회의 기존 점주 이외 인근 점주들의 시장 상인회 가입 조건을 볼 때도 이러한 협력 관계를 유지·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조건은 이렇다. 1.위생, 2.가격, 3.서비스 3가지다. 어쩌면 백종원이 골목을 누빈 ‘골목식당’이나 지역 특산물을 알리고 판매를 도운 ‘맛남의 광장’ 등 다수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지속적으로 해왔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상인회에서는 예산시장 메뉴와 겹치면 회원으로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쟁 메뉴를 피해 전체가 잘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여한다. 상인회와 군과의 협의를 통해 예산시장 주변 상인들이 백 대표가 솔루션을 제공한 예산장옥시장과 대립할 경우 1.해당 메뉴 장터 광장 취식 금지, 2. 관련 쓰레기 수거 거부를 결정했다.

결국 백종원은 논제로섬게임을 통해 서로가 협력으로 이익을 보기를 원한 것이고, 본인의 이러한 접근이 지역 경제와 상권을 살리는 성공적인 ‘로컬브랜딩(local branding)’으로 이어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 될 수 있기를 원한 것이다. 지방 소멸, 인구감소 시대 속에서 게임 체인저로서의 비즈 모델(Biz. Model)을 새롭게 만들고 싶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대목에서 백 대표의 예산시장 상생 프로젝트는 지역(부동산)재생 및 개발 프로젝트로 읽힌다. 얼마 전 재개장 했으니 다시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예산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향배가 기존 재래시장 및 지역 활성화 가능성과 관련해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백종원의 무운을 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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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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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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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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