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시즌, 행동주의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재테크]by 뉴히어로

|행동주의 펀드

2015년 10월 5일, 삼성전자 이사회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발신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의 자회사인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탈이었지요.

​이들은 삼성전자 보통주 76만 218주를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과 30조 원의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엘리엇의 제안에 응답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앞으로 배당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이에 엘리엇은 시세 차익 약 1505억 원과 배당금 약 248억 원을 합쳐 삼성전자 투자로 두 달여 만에 1753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엘리엇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행동주의 펀드 혹은 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란, 대상 회사의 경영·재무 정책 등에 영향을 줘서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을 증대시키려는 투자 전략을 취하는 헤지펀드를 말합니다.

​또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activism)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이러한 행동주의 전략을 통해 투자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립니다.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 후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 재무구조 개선, 지배 구조 개편 등의 방안을 적극적, 때로는 적대적으로 요구합니다.

​회사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측면 때문에 '기업사냥꾼'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2006년 KT&G의 경영권을 위협하며 1500억 원의 차익을 챙겨갔던 칼 아이칸의 아이칸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형태의 주주가 나타나 기업과 시장 사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적대적 매수를 막는 이사회 시차임기제(staggered boards)와 포이즌 필(poison pills)을 폐지하는 등 지배 구조 변화를 꾀하는 방법은 1990년대 이후 공무원연금과 노동조합연금 펀드들의 행동과 유사합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주식을 사들인 후 주주에게 현금을 더 많이 돌려주거나 주가를 끌어내리는 사업을 포기하게 하는 등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적어도 자신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일을 하도록 경영진을 압박합니다.

​이들의 행동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업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태도를 조장하고 재무지표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문제점

행동주의 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장기적 투자 관점이 아니라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단기 시세 차익을 내고 떠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들의 개입을 받은 글로벌 기업들 중 성장한 사례보다 경영 안정성을 침해당한 사례를 찾기가 더 쉽습니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와의 소통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맥킨지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경영개입 초반에는 기업 경영진에 협조적이었던 펀드들도 종국에는 적대적 태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 등 극단적인 공격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놓인 기업에게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요.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면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그들의 주장처럼 정말로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과 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보유 지분 이상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선한 존재'로 인식해서는 곤란하겠지요.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영역이 늘어난 것은 지난 정부에서 '대주주 의결권 3% 룰'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거 채택된 영향이 큽니다.

​감사위원 선임 등에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상법 규정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소수 주주권 행사의 선택적 적용 명문화 이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활동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이 이들의 주장처럼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과 이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보다는 주식을 매집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높여 수익을 내는 약탈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합리한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떠들썩하게 개선장군 행세를 하고 나타나 결국 시세 차익을 챙기고 떠나는 '먹튀' 행태를 보이는 것이지요.

​또 행동주의 펀드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배당 확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배당을 확대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여력을 줄이므로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소모적인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도 기업 활동에 큰 부담입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것은 실제로 지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경영권 분쟁 이슈가 주가 상승과 출구전략에 효과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면 대주주는 물론 일반 투자자도 해당 주식에 주목합니다. 이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상당한 규모의 지분을 매입한 뒤 수익을 내려면 이를 팔아 수익을 확정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단기간 대량 매도하는 경우 주가 급락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3월은 주총 시즌입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에 따라 기업 경영 환경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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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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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D대학 경영정보학과 겸임교수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현상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뉴히어로입니다. 특히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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