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불러온 나비 효과

[재테크]by 로아인텔리전스

| 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불러온 나비 효과

현대 문명은 산업혁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의 발전도 에너지 혁명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0년부터 국제 유가 흐름을 살펴보면, 2000년대에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고 이후 유가도 6년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배럴 당 120달러까지 상승한 유가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급락했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OPEC의 감산으로 고유가 시기를 구가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2014년 미국의 셰일혁명 덕분에 중동의 산유국들은 기름 파기 치킨 게임에 돌입하였고, 2014년 하반기 배럴 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는 2015년 하락을 거듭, 2016년 1월에는 23달러까지 하락하면서 급격한 저유가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생산 BEP 수준이 중동 산유국보다 높아서 채산성이 떨어지자 전세계적으로 석유 시추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였으며, 최근 전세계적으로 탈탄소 및 기후변화 대응이 강화되면서 유가는 정체되었습니다. 

반면 2010년에 일 100만 배럴도 되지 않던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은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9년 일 1,200만 배럴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한 후폭풍으로 크게는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이 경제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유가는 다시 폭락하였습니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수요 증가가 공급 증가를 앞서게 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밸류체인이 재편되었고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며 다시 한 번 고유가 시기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시추 활동이 다시 증가하고는 있지만 과거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수준처럼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최근 부각되는 ESG 이슈 때문인데,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려고 하는 국가의 업체들이 사용 기한이 30년에서 길면 50년까지인 유정을 개발해 생산해도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인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 기업들이 신규 유전을 확보하기 보다는 이미 투자된 유전의 활용성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석유는 10년 전 글로벌 E&P 투자에 대한 결과로, 유가가 $60 이상이면 채산성이 유지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기존의 채산성이 높은 유전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최근 유가는 Brent 기준 배럴 당 $100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조정 되었습니다. 수요 측면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4분기 중에는 점진적인 유가 반등을 기대하여 다시 배럴 당 $100 이상의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급과 수요 측면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공급 측면에서 석유 증산 속도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도 불구하고, OPEC+는 9월부터 원유 증산 속도를 하루 10만 배럴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셰일 오일 생산으로 에너지 자급이 가능해지면서 오바마 대통령 이후 중동 중심의 전략에서 아시아 중심의 재균형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우디 입장에서는 시리아 내전을 기점으로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를 고려해야 합니다. 게다가 석유 산업에 대한 줄어든 투자로 인한 OPEC의 생산 여력을 감안할 때, 중동의 적극적인 석유 증산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셰일 업계 역시 적극적인 증산보다는 주주 환원과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힘쓰고 있습니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증산 속도는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셰일 업계는 2014년 이후 OPEC과의 증산 경쟁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ESG가 더욱 강화되면서 금융 시장 접근성이 떨어진 미국 셰일 업계들은 더더욱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요 측면에서의 키워드는 'Gas to Oil 수요'와 '중국'이 될 것입니다. 최근 유럽은 천연가스 부족이 지속되면서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겨울철 난방 용으로 최대한 천연가스를 축적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동절기 성수기인 겨울철, 등유나 경유 중심의 석유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중국이 어느 시점에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것인지도 석유 수요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2021년 이후 중국의 석유 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감소 추세의 반등 시점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의 핵심 키워드는 'LNG'입니다.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값싼 천연가스를 육로로 배송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은 에너지 다변화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LNG 가격은 급등하게 됩니다. 게다가 지난 6월 미국의 LNG 기업인 프리포트 LNG(Freefort LNG)의 텍사스 화재 사고까지 겹치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79.6유로에서 168.7유로로 2배 이상 뛰었습니다.

 

LNG 가격 추이

출처: investing.com

 

지난 8월 4일 미국 최대 LNG 수출 터미널 및 수출 기업인 셰니어 LNG(Cheniere LNG)의 실적발표에서도 드러났듯이,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지정학적 에너지 안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유일한 LNG 수입 확대를 위해 조기 가동이 가능한 FSRU (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 해상에서 LNG를 적재/저장/재기할 수 있는 부유식 설비) 인수 기지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알제리, 아제르바이잔 등을 통한 PNG 공급 증량이 단기적으로 쉽지 않을 뿐더러 러시아 PNG 공급 대체가 절실한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LNG 인수 기지가 부재한데다, 기존 인수 기지들과 필요 국가 간 연결 배관을 설치해야 하는 인프라 적인 제약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17개 FSRU 인수 기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22년 2개, 23년 5개 기지가 가동될 예정입니다. 아직까지는 FSRU 사용이 LNG 터미널 보다는 많지만, 추후 LNG 터미널 비중이 늘어날 것이며,  장기적으로 독일은 이러한 LNG 터미널을 수소터미널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계획 아래 진행 중이기 때문에, 유럽의 탈탄소 계획과도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유럽에서 LNG 수입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이미 수급이 타이트한 국제 LNG 시장은 향후 몇 년간 세계 LNG 공급 능력, 증설이 둔화되는 가운데 유럽의 LNG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카타르와 미국 신규 LNG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관련된 국내 조선,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수혜가 이어질 것입니다.

 

글로벌 LNG 수급 전망

출처: 블룸버그

 

| 다양한 에너지 관련 산업에 소요되는 피팅 산업

그 중에서도 특히, 피팅은 석유화학플랜트, 조선 및 해양플랜트. 발전플랜트 등 전방 산업의 설비나 구조물에 설치되는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관이음쇠를 의미합니다. 주로 배관의 방향/직경 변경, 주 배관에서 분기하여 배관할 때 사용하거나 이를 연장하거나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기능을 한합니다.

피팅은 외형과 용도에 따라 세분화되는데, 먼저 외형에 따라서는 배관의 방향을 바꾸는 Elbow, 분기에 사용되는 Tee, 작은 배관과 큰 배관을 연결하는 Reducer, 직경이 같은 배관을 직선으로 연장하여 연결하는 Flange, 배관을 마감하는 Cap, 유체 흐름 개폐 및 조절하는 밸브, 유체 압력을 유지 시켜주는 Regulator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계장 용은 밸브와 Regulator가 대표적입니다. 용도에 따라서는 용접 용과 계장 용으로 나뉘어지는데, 용접 용 피팅은 액체나 기체 운송 목적의 주배관에 사용되며, 계장 용 피팅은 주배관 주변에 부착되어 주배관 상태를 계측, 제어하거나 시료를 채취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하는데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피팅산업의 사이클은 약 10년 정도인데, 2013년 이후 저유가 시기가 이어지면서 지난 10년 간 부진했으나, 코로나 이후 락다운이 해제되고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방 산업인 석유화학, 정유 등의 산업이 회복 중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다변화 정책 등으로 유럽향 LNG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아시아, 중동의 석유화학 수주가 재개되면서 피팅 산업 내 살아남은 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하게 되었습니다.

용접용 피팅의 경우, 경쟁 상대인 유럽 업체들은 과거부터 특정 재질 및 크기의 제품을 생산하는 소형기업 형태를 유지해왔으며, 현재까지도 태광, 성광벤드와 같이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춘 종합 피팅 회사는 이탈리아의 Tectubi, Technoforge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국내 용접용 피팅업체인 성광벤드와 태광은 규모와 납기 대응력, 품질, 기술력 측면에서 글로벌 피팅 산업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계장용의 경우 미국의 스웨지락과 파커가 글로벌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는 하이록코리아가 있습니다.

피팅의 전방 산업은 중후장대 산업이어서 관련 산업의 수주가 향후 피팅의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플랜트 산업의 경우, 프로젝트 예산의 2% 정도가 피팅 구매에 투입되며 조선해양은 2%, 발전플랜트는 1~2% 수준입니다. 주로 프로젝트 공정률 10%부터 발주가 시작되며, 20~30%에서 피팅 발주가 본격화, 분할발주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주 증가는 추세적인 트렌드를 보입니다.

재질 별로는 카본강, 스테인리스강, 합금강 등이 있는데, 스테인리스강과 합금강의 수익성이 카본대비 5배 이상 높습니다 .따라서 제품 믹스에서 스테인리스나 합금강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익성이 커지게 되는데, 최근 LNG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스테인리스와 합금강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피팅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최근 전방 산업에서의 수주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초호황기 수준의 수퍼사이클 진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1년 이후 주요 한국업체의 플랜트 수주 내역

출처: 한국플랜트산업협회, 로아인텔리전스 재가공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선행지표로서 피팅업체들의 수주잔액에서 기납품액을 빼면 실적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앞서 언급한 전방 산업의 회복에 따라 실적이 크게 턴어라운드 하고 있습니다.

해외 EPC 업체들의 주요 프로젝트 수주로 인해 피팅업체들의 실적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도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입니다.

 

일본 chiyoda 실적 컨퍼런스 중 주요 수주 프로젝트

출처: Chiyoda

 

| 고밸류에이션을 받은 시기의 데자뷰

과거 2007-2008년도에 피팅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화학플랜트 발주 증가와 친환경 이슈로 인한 LNG선박 발주가 주된 이유였듯이, 현재 시점 역시 2007-2008년도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동일하게 데자뷰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일본 JGC 컨퍼런스 내용 중 주요 수주 프로젝트

출처: J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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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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