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재테크]by 에드워드

지난 7월 말부터 8월 1주 사이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2022년 2분기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삼성전자와 SK hynix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몇몇 업체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향후 실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시작된 반등장에서 하락분의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만 놓고 본다면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재고 과다 등 복합적인 이슈로 인한 하반기 실적 우려는 어느새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한 모습이다. 

2분기 실적에 대한 정식 분기 보고서는 분기 마감 2개월 가까이 지난 8월 중순 이후에 공시된다. 3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되어서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시황이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 시장 변화를 알아채기가 어렵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만의 상장 기업들은 매월 10일경 전달의 매출 실적을 의무적으로 공시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시장과 전후방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시황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대만 반도체, 전자(EMS) 기업들의 2022년 매출 실적을 전년도 매출과 비교해 봤다. 참고로 월간 매출은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대만 NTD(New Taiwan Dollar) 매출 정보를 사용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월평균 환율을 활용하여 원화로 산출했다. 

7개월치의 실적이 누적된 OSAT업체들의 매출 실적을 보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대만 OSAT업계의 맏형 격인 ASE와 SPIL는 매출 성장세가 견조한 모습이다. 특히 ASE는 2021년 12월 중국에 위치한 4개 공장(ASE Kunshan, Shanghai, Suzhou, Weihai)을 사모펀드인 WiseRoad Capital에 매각했다. 4개 공장의 매출액만 해도 연간 1조 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2022년 매출실적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2년 들어 ASE가 고부가가치 패키징에 집중하면서 매출과 이익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SPIL은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물량이 빠져나가며 다른 업체들 대비 성장률이 낮았으나, 2021년 말부터 중국 기업들의 빈자리를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회사들이 채워주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올해 Wafer 출하량이 대폭 늘면서 Wafer와 패키징 된 반도체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테스트 하우스(KYEC, Ardentec 등)의 매출액 성장이 눈에 띈다. PSA 그룹에 속한 특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Winbond의 매출 호조로 인해 Winbond의 Wafer를 패키징 하는 Walton의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OSAT업체들에게서는 반도체 경기의 다운 사이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만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PTI는 Kioxia와 Micron, Intel의 패키징 위탁 수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재고 조정을 위해 패키징 물량을 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빠르면 8월부터 전년도 대비 매출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스마트폰, TV, 모니터의 디스플레이 화면 구동을 위해 사용되는 DDI(Dispaly Driver IC)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DDI Wafer의 Bumping과 패키징을 담당하는 Chipbond, Chipmos의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Chipbond의 경우, DDI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되다 보니 Chipmos보다 더 빠르고,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DDI 반도체의 수요 감소 현상에는 DDI 반도체 설계 회사와 패키징, 패널 회사가 한데 엮여 있다. 단일 업체의 매출 하락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전후방 산업이 연계된 연쇄적인 충격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DDI 설계 업체인 Novatek와 패키징 업체인 Chipbond & Chipmos, 중국 & 대만의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과 이를 통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전자기업까지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DDI 반도체에 대한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3분기부터 공급망 안에 있는 업체들의 매출액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패키징 & 테스트(OSAT)를 포함한 반도체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의 수요량이 1 Tier 업체들의 생산 능력을 넘어서야만 2 Tier 업체들에게 생산 물량이 이전된다. 이때 1 Tier 업체 들은 자신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징 & 테스트 서비스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은 하위 업체들에게 이관한다. 마찬가지로 2 Tier 업체들의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물량은 3 Tier 업체들이 나눠 갖게 된다. 시장이 호황일 경우, 3 Tier 업체들까지 생산 라인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반도체 위탁 생산 물량이 넘쳐난다. 하지만 시장이 다운 사이클로 접어들면 물량 확보가 어려운 3 Tier 업체들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한다.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았거나 주요 거래선의 사업이 원활하지 않은 업체들은 이미 연초부터 매출액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7월 마감 기준 대만의 20개에 달하는 OSAT상장사들 중, 이미 10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Lead Frame 기반의 저가, 저사양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들(GREATEK, TICP, Lingsen, YTEC)의 매출 감소가 컸으며 감소세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사양 반도체의 주요 Foundry 업체인 Win Semiconductor와 novoton 그리고 대만의 수많은 중소형 팹리스 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이들 업체들과 연계되어 있다.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DRAM) 생산업체인 Nanya Technology의 사업은 4월부터 지속 감소하고 있다. DRAM 가격의 하락과 재고 증가로 인해 작년보다 더 많은 수량의 Wafer를 생산했음에도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Nanya와 같은 Formosa 그룹에 속해 있는 OSAT인 FATC의 매출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Nanya의 매출액은 지속 감소한 반면 FATC는 오히려 작년보다 매출액이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 5%가 채 안 되는 Nanya의 매출액 변화를 추적하는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낙수효과와 연관이 있다. 삼성전자와 SK hynix 그리고 마이크론이 이끌어가고 있는 DRAM 시장에서 Nanya는 변방에 위치해 있다. 그동안 Nanya는 시장이 호황일 때 늦게 반응하고, 시장이 침체로 들어설 때 먼저 반응한다. 지난 2017~2018년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를 복기해 보면 Nanya의 실적은 삼성전자, SK hynix보다 1분기 먼저 꺾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Nanya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Nanya의 재고가 천정부지로 쌓여가는 상황에서 Wafer 가공 수량이 감소하게 되면 Nanya를 통해 매출 대부분을 일으키는 FATC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패키징 하는 국내 OSAT 업체들도 FATC와 유사한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세계 경기가 침체로 들어서게 되면 삼성전자와 SK hynix는 보유한 재고 소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미 두 손 가득 쥐고 있는 재고로 인해 Wafer의 패키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삼성전자와 SK hynix가 가공이 완료된 Wafer의 패키징을 유보하거나 Wafer 생산량을 줄이기 되면 국내 OSAT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업체들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그 시기를 예상보다 일찍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TSMC, UMC를 비롯한 대만의 중대형 Foundry 업체들은 2022년 7월까지의 누적 매출액에서 작년 대비 38%~45%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TSMC의 경우, 2022년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대만의 Foundry 산업은 성장 일로에 있지만 전후방의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꺾이지 않는 Foundry의 성장세로 인해 향후 반도체 산업이 경착륙 할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황이 급변하면서 반도체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업체들은 2022년 매출 예상치를 대폭 낮췄다. 납기가 긴 제품을 공급하는 일부 업체들의 경우, 올해 매출보다는 내년도에 큰 폭의 매출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회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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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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