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불황이 길어지길 바란다

[재테크]by 자본주늬

CEO's Spirit 1.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

 

|프롤로그

하나의 회사 또는 기업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다양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는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고객)는 회사의 제품이 만족스러우면 좋고, 근로자(직원)는 회사의 처우가 만족스러우면 좋고, 투자자(주주)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좋고, 경영자(임원)는 기업의 실적이 상승하면 좋겠죠. 따라서 자신이 소비자인지, 근로자인지, 투자자인지, 경영자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각각의 입장에 따라 회사 또는 기업을 다른 눈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 또는 기업과의 관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소비자 역할만 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근로자인 동시에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비자와 근로자에 그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창출하고 소유하는 사람들은 바로 투자자와 경영자입니다.

 

투자자의 눈으로 기업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와 실제로 잠재되어 있는 기업가치의 괴리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만약 기업가치가 저평가 되어 있다고 판단하면 주식을 매수하고 기업과 동행할 수도 있지만, 기업가치가 고평가 되어 있다고 판단하면 주식을 매도하고 기업과 이별할 수도 있죠. 하지만 경영자는 상황이 좋거나 나쁘거나 기업을 떠날 수 없습니다. 경영자와 기업의 관계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기업이 성과를 잘 내면 기분은 좋지만 다음에는 못할까봐 걱정되고, 반대로 기업이 성과를 못 내면 기분은 안 좋지만 다음에는 잘하기를 기대하죠. 경영자는 때로는 조언하고 때로는 인내하면서 기업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기업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경영자도 다른 선택을 내려야겠죠.

 

기업에 새로운 경영자가 임명되면 'OOO호 출범'이라는 헤드라인이 붙습니다. 경영자에게는 수많은 사람(직원)을 태우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시장)를 헤쳐나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배가 안전하게 순항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언제든지 배에서 내려서 구명조끼를 입을 수 있는 투자자와는 완전히 다르죠. 심지어 투자자는 보물섬이 보이면 동물적 감각(animal spirit)을 발휘하여 과감하게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자는 일생일대의 기회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니라면 보수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즉, 경영자는 보물섬처럼 보일지라도 기대수익과 기회비용을 비교해서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인간적 감각(man spirit)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영자의 인간적 감각을 배우고 익힐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업을 직접 경영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간접 경영할 수는 있습니다. 책, 기사,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기회를 발견하고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공부하고, 이를 최근 사례에 적용하면 값싼 대가로 값진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2023년에 기획한 'CEO's Spirit'에서는 하나의 기업을 골라 1년 동안 CEO의 눈으로 최근에 발생하는 이슈를 해석하고 전략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자 세계 패권의 헤게모니가 될 반도체 1인자, 삼성전자입니다.

 

Keywords
-삼성전자 잠정실적
-메모리 감산 불참
-파운드리 3나노 경쟁
-시스템LSI 엑시노스 부활
-삼성전자DS 포트폴리오

 

이번 주 금요일,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비 대비 69.0% 감소한 4조3000억 원의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를 대폭 하회하는 어닝쇼크였다. 시장에서도 반도체 불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반도체 한파는 예상보다 더 매서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새해부터 472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첫 적자이며, 외환위기 대비 2배 가까운 역대 최대 적자였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으로 반도체 수출이 감소했던 여파가 가장 컸다. 글로벌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IT 산업 전반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반도체 재고가 쌓였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유난히 여유롭다.

 

|1. 메모리,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

2022년 4분기,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NAND에서 감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도 DRAM과 NAND에서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감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메모리 경쟁사들의 감산에 동참하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은 원래 업다운 사이클을 반복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감산을 하지 않고, 시황과 무관하게 일관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메모리에서 다시 한번 기술 초격차를 벌리기 위함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돌입하지 않으면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급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한 반도체 산업은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경기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패러다임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기가 천천히 회복되는 게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경기 호황으로 반도체 기업들은 유례 없는 실적을 달성했고, 그 어느 때보다 기술 투자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아직 영향력이 미미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급속도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반도체 1인자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현재 반도체 산업은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미중갈등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동맹을 다진 대만과 일본은 수혜를 입었지만, 중국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대한민국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반도체 겨울이 길어져야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들도 추격을 잠시 멈출 것이고, 삼성전자도 시스템 반도체의 성장에 발맞춰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겨울은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 점유율을 벌릴 수 있는 기회다. 반도체 불황이 본격화된 2022년 3분기 삼성전자의 DRAM 시장 점유율은 40.6%로 2분기(43.4%) 대비 2.8%p 감소했고, NANA 시장 점유율은 31.4%로 2분기(33.0%) 대비 1.6%p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가면 독점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쟁사를 무너뜨릴 만한 치킨게임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기술적인 우위를 벌리는 투자를 아끼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의 방향타를 쥐고 있기 때문에 마켓 리더의 여유를 누릴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의 데이터 저장 기능에 시스템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 기능을 탑재한 PIM(Processing In Memory),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호환성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2. 파운드리,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2022년 12월 29일, TSMC는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2022년 안에 3나노 양산을 성공시겠다는 약속을 막바지에 이뤄낸 것이다. 그런데 TSMC가 새로운 기술이나 공정을 발표하는 자리에 류더인 회장이 직접 나서고 정부 관계자와 해외 협력사까지 초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는 TSMC에 6개월 앞서 3나노 양산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행위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기존의 핀펫 공정 대신 GAA(Gate All Around)라는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며 기술적으로 앞서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존심을 구긴 TSMC가 발끈하고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5나노와 4나노 공정에서 TSMC에게 완패한 삼성전자가 드디어 3나노에서 TSMC를 넘어설 발판을 마련한 것일까?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칩을 대량 생산하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의 전용 칩을 파운드리에서 주문을 받아 소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좋은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고객 가치로 연결짓지 못하면 파운드리 경쟁력은 소멸된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끈끈한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영향도 있겠지만 TSMC가 팹리스의 러브콜을 받는 비결은 바로 TSMC가 구축한 파운드리 생태계에 있다. TSMC는 '2022 OIP(Open Innovation Platform) 에코시스템 포럼'에서 TSMC 공정에 최적화한 칩 생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TSMC가 디자인부터 테스트까지 턴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팹리스는 TSMC 공정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 또한 2022년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을 개최하며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먼저 TSMC의 협력사였던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의 'DSP(Design Solution Partner)'로 합류하며 IP 경쟁력이 향상되었고, 지멘스와 손을 잡고 EDA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TSMC에게 ASE가 있다면, 삼성전자는 한국계 미국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와 함께 OSAT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TSMC와 3나노 경쟁에서 제대로 붙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불황이 반가울 수 있다. 로열티가 강한 팹리스일지라도 불황 속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저렴하면 한번이라도 쳐다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율을 끌어올리기도 해야 하지만 이참에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따내야 한다. 

 

|3. 시스템LSI, 설계를 살려야 한다.

2023년 2월에 출시 예정인 갤럭시S23에는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8 2세대'가 전량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가 75%,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이 25% 가량 탑재되었지만 출시 직후부터 GOS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 의미에서 갤럭시S23에 자체 칩을 포기하고 퀄컴 칩만 탑재한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자존심을 버리더라도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아성을 깰 만한 신작을 출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존 바 형태의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 혁신을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폴더블 형태의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고, 2023년을 폴더블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2.0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자체 칩 설계 능력을 살리는 것이 핵심 과제다.

 

2022년 이재용 회장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첫번째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는 변화 대신 안정을 택했다. 역대급 위기에서도 2인의 대표이사 부문장과 4인의 주요 사업부장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대신 모바일 사업부 임원인사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갤럭시의 재도약을 위해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문성훈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1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퀄컴에서 무선 칩셋 개발업무를 담당했던 최원준 MX개발실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모바일 AP 개발팀을 신설했다. 일각에서는 자체 AP 개발보다는 최적화 솔루션 개발 과정의 일환이며 엑시노스는 이미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삼성전자의 생존은 자체 칩 개발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앞으로 빅테크의 판도는 자체 칩이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자체 칩을 사용할 경우 범용 칩을 사용할 때보다 성능이 훨씬 향상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애플은 자체 칩을 아이폰과 맥북에 탑재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한편 미디어텍이 설계한 칩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으며, 오포도 2024년 자체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심지어 구글은 자체 설계한 칩이 탑재된 폴더블폰을 2023년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장에서 왕좌를 지키고 자율주행과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자체 칩을 개발해야 한다. 시스템LSI는 삼성전자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사업부다.

 

삼성전자는 가전, 모바일, 반도체 삼각편대를 앞세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장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DS부문에서도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가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성한 덕분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을 즐길 수 있다. 메모리는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불황이 크게 오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위기가 지나가면 삼성전자가 먹을 수 있는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파운드리는 TSMC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불황에 요동치는 메모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캐시카우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이다. 시스템LSI는 아픈 손가락이지만 불황이라고 자르지 말고 대수술을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반도체 설계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TOP 1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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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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