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자 철수

[재테크]by 이철

 

 

Summary

- 미국 금리 인상이 가져올 홍콩의 자금 유출

- 이는 리스크 헤징을 위해 홍콩 부동산을 매입한 중국 본토 자본 유출로 이어짐

- 자본 유출 사태는 이미 중국이 예측한 것으로, 당국의 대응으로 분석해보는 중국의 입장

- 중국 정부의 대책이 가져올 세계 질서 변화

 

© iStock

 

사실상 확정된 홍콩의 금리 인상 4월 24일 홍콩 명보는 천마오보(陳茂波) 홍콩 재무국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천마오보는 블로그를 통해 “시장은 미국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할 것으로 예상” 하고 있으며, “홍콩의 이자율, 환율, 자금의 해외 유출, 그리고 이자율 상승이 기업에 줄 영향 등에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은 미 달러와 연동하는 PEG 제도를 운용 중이다. 때문에 환율에 주의한다는 것은 홍콩달러의 환율이 변동한다기보다는 환율에 변화를 줄 변동성, 즉 대량으로 외화를 매매하는 현상이 나타날지에 대한 관심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홍콩 재무국장 천마오보 © 명보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홍콩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져 홍콩달러에서 달러로 자금이 점차 흘러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홍콩달러는 이전과는 달리 중국 본토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어 순수한 금융 정책적 의사결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본 유출을 위한 완충 장치로 홍콩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는 2월이 4,911억 달러에서 3월에는 4,816억 달러로 감소한 상태다.

 

홍콩 외화 보유고 추이 © Trading Economics

 

홍콩처럼 적은 비용으로 외화를 구매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이 홍콩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연히 홍콩달러를 미 달러로 교환하고자 하는 추세를 보이게 된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홍콩 당국도 결국은 금리를 인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렇게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부동산 등 대규모 차입을 하는 영역이 관건이 된다.

다만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 소유자 절반 이상이 모기지론이 없으며, 은행 모기지 대출 기관은 8차례의 거시 건전성 조치에 따라 평균 소득 대비 지불 비율 36%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에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중국 자본 유출 그런데 홍콩 부동산의 모기지론 규모가 작은 것은 중국 본토 자본이 리스크 헤징을 위하여 홍콩 부동산을 매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들 자본은 리스크를 피해 홍콩으로 온 만큼 다시 차입 등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것을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본토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금융 기관에 가능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홍콩으로 이동한 중국 본토 자본의 대부분은 궁극적으로 중국 관할 구역 외부로, 다시 말해 외국으로 이동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하여 내륙에서 자금을 이동하기 쉬운 홍콩에 자본을 쌓아두고, 금융 투자 등을 하다가 기회를 보아 해외로 반출하려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이든 이렇게 중국 내 자본이 해외로 돈을 이동하기 시작하면 위안화는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4월 하순 위안화는 달러 대비 약 1.5% 하락해 2019년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번 위안화 환율 하락은 약 반년 동안 지속되었던 안정기의 끝을 알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을 늘리고 상하이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봉쇄로 심각하게 지장을 받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립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관련링크)

 

중국의 자본 유입/유출 추이 © Trading Economics

 

중국의 시나리오, 관건은 ‘환율’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2년 중국 경제 블루북을 통해 자본의 국외 유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상했고, 이에 대한 대응 정책을 건의한 바 있다. 즉, 이번 자본 유출 사태는 이미 중국 당국에서 예상하던 시나리오 중의 하나라는 의미다. 사회과학원의 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자본 유출의 발생을 주의하여 관찰하고 발생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수행한다.
  2. 중국의 통화 정책은 철저히 자국 중심으로 운영하고 미 연준의 통화 수축에 영향 받지 말아야 하며 위안화가 미국에 의해 절상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3. 미 연준의 화폐 정책 실시 기간 동안 대규모의 핫머니 유입이나 유출을 막고 위안화의 절상/절하 등의 변동폭을 줄여 안정화시켜야 한다.
  4. 수출 상황과 수출 기업들의 경영 현황을 밀접하게 파악하여 새로운 해외 시장 증가를 공고히 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이 2번이다. 다른 정책들은 외부에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알기 어렵지만 환율은 매일매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환율은 함부로 절상도 절하도 하기 어려운 지표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높여가는 상황에는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 중국 내 자본은 당연히 해외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 역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에는 어려움이 가중되지만 중국으로 자본이 유입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본 유출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중국 정부가 한 번도 인정한 적은 없지만, 위안화가 중국 당국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그러므로 이번 위안화의 급락은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된다. 현재 위안화 절하가 중국 당국의 일관된 정책인지 확신할 만큼 아직 충분한 시간이 경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만일 위안화 절하 노선을 취하고 있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한지 검토해 볼 수 있다.

위안화 절하 노선을 중국 당국이 취한다면 앞서 지적한 대로 수출을 늘리기 위한 것일 가능성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앞서 사회과학원의 의견 중 4번에 해당된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통화 환수에도 불구하고 통화 완화를 하고 있는 것도 사회과학원의 건의 중 2번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번에 해당되는 자본의 유출을 주의하고 있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남아있는 3번을 보면 위안화의 절상/절하는 한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유입/유출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자본 유출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위안화는 절상이 되어야 맞다. 그리고 이것은 4번의 정책과 모순된다. 결국, 중국 당국이 자본 유출의 리스크와 수출 부진의 리스크 중에서 수출 부진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우선 수출은 중국 경제 전반적인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의는 없다. 그리고 자본 유출에 대해서는 당국이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통제 가능한가, 통제 불가능한가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는 자본 유출은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여 설립한 현지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현상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전쟁이 발생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2019년 이래 중국 내 외국 기업 수 통계를 밝히지 않다가 최근 2020년까지의 외국 기업 수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내 외국인 투자 기업 수 추이 © 국가통계국

 

이 그래프를 보면 언뜻 외국 기업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을 보면 이미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근자에 이르러 그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자본 철수의 두 번째 부류는 핫머니의 성격을 가지는 외국 금융 자본의 유출이다. 최근 블룸버그는 “홍콩, 미국, 중국주로 주로 구성되어 있는 54억 달러 규모의 KraneShares CSI China Internet Fund(티커 KWEB)에서 투자자들이 4월 철수한 자금이 1900만 달러”라고 보도했다. 규모는 작지만 2022년 들어 자금 유출이 커진 첫 사례라는 점이 상징성을 갖는다. (관련링크)

더불어 CAIXIN은 “해외 투자자들이 3월 기록적인 속도로 중국 채권 보유량을 소진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유입이 2분기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내놓기는 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201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 2월 중국 채권 보유량을 줄인 것을 보면 외국 금융 자본이 유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3월 중국 국채 해외 보유액은 2조 4300억 위안으로 2.09% 감소했으며 중국 정책 은행이 발행한 채권 보유액은 1조 위안으로 한 달 전보다 3.8%나 줄었다. (관련링크)

마지막으로 중국인들, 즉 중국 국내 자산의 해외 유출이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1조 달러에 이르는 국내 자산의 유출을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시진핑 그룹은 이를 막기 위해 무척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모든 사업과 금융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출국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다.

중국은 1, 2년 전부터 사실상 여권의 신규 발급을 최소화 했으며 기존 여권도 회수하고 있다.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면 돈도 움직이기 어렵다. 또한, 다액 현금 관리 제도를 도입하여 사람들이 하루 인출하거나 예금할 수 있는 한도액을 줄였다. 이는 다수 명의를 이용하여 외화를 바꾸던 지하 은행의 관행을 쳐부순 것이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도 추방했고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가장 큰 외화 유출 수단인 국내 중국인 자산의 반출을 막은 입장에서 보면, 외국 제조업과 금융 자본의 철수는 중국 정부가 막을 수 없는 추세이다. 반면 수출에서 유입되는 외화는 중국 정부가 100% 통제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인위적으로 수입 규모를 줄여 무역 수지 흑자를 늘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불황형 수술 흑자, 즉 수출 규모는 증가하지만 수입 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 수출입 추이, 단위 백만 달러 © 국가통계국

 

중국의 몇 수 앞이 불안하다 우리가 중국 정부의 속내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대책이 단기적 유출 방지보다는 ‘자주적 통제’ 쪽에 무게를 실은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러 중심의 경제체제가 향후 구미 중심의 경제 체제로부터 이탈해 나가는 움직임일 수 있다. 결국 중국은 미국의 정책 수단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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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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