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개혁의 키는 농촌이다

[재테크]by 이철

Summary

- 중국 농촌의 토지는 공유제이긴 하나 정부 소유가 아닌 ‘집체소유’

- 집체소유가 농촌 개발에 장애가 되자 소유권, 양허권, 경영권으로 토지 권리를  분리

- 토지 유전 정책을 통해 대규모 농촌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중국 정부

- 농촌 경제 개혁은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미중 경쟁의 승기를 쥐여줄 핵심

 

© iStock

 

9월 26일 중국 인민망은 안후이성 펑양 현 샤오강촌(安徽省凤阳县小岗村)의 이야기를 게재했다.(관련링크) 이 조그만 시골 마을이 중국 농촌 활성화의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샤오강촌은 2.132만 무(,1무=666.67㎡)의 집체소유 토지와 1.37만 무의 농촌 토지를 ‘경영권 양허’(토지유전/土地流) 했다. 독자 여러분에게는 매우 생경한 단어들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바로 이 한 줄짜리 문장에서 앞으로의 중국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도 마음대로 못하는 농촌 토지 우선 “집체소유”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자. 많은 분들이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토지는 모두 국가 소유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중국 농촌의 토지는 ‘집체소유’로서 ‘공유제’이기는 하지만 ‘정부 소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농촌 토지는 해당 촌민들이 함께 공동으로 소유하는 ‘집체소유’로서 중국 정부라도 마음대로 조치할 수 없다.

집체소유는 유럽식 공산주의에서 자본가에 ‘지주’를, 노동자에 ‘농민’을 대입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제창한 마오쩌둥에 의해서 확립되었다. 동시에 한 줌에 지나지 않던 중국 공산당이 전국 농민들의 지지를 얻어 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중국 공산당에게는 그야말로 어머니의 자궁, 모태라고 불러야 할 개념이다.

그러나 이 집체소유는 중국 농촌이 고도성장에서 배제되는 효과를 가져온 주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농촌 토지를 이용하려면 전 농민의 동의를 얻어야 했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농민들에게 현대화나 인터넷 같은 개념을 설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농촌 경제를 위한, 어쩌면 더 정확히는 농촌 토지를 활용하기 위한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정책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면서 농촌 경제의 분위기가 수면 아래에서 바뀌고 있다. 필자가 그동안 관찰한 결과 시진핑 주석과 중국 지도부가 주창하는 쌍순환 경제, 공동 부유, 삼농 정책, 삼지일부, 토지유전, 그리고 삼권분치 등은 모두 일관된 정책이며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토지 권리를 쪼개어 꾀한 농촌 경제 활성화 우선 “토지유전”을 보자. 토지유전이란 토지라는 말에 유전(流传)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다. 이 정책은 농촌의 토지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사업을 위해 토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토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토지를 팔거나 단순히 임대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투자 개념인데 우리의 리스 개념에 가깝다. 즉, 기업은 농촌에서 토지를 빌려 사업을 한다. 그러면서 토지 임대료에 해당되는 대가를 지불하는데 단순 임대료가 아니라 사업에 대한 지분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사업을 정지할 경우 토지는 원상태로 농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동시에 사업에 필요한 인력은 해당 농촌의 농민들을 고용하여 충당해야 한다.

이렇게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 토지 유전 정책이다. 샤오강촌이 2.132만 무의 집체소유 토지와 1.37만 무의 농촌 토지를 경영권 양허(토지유전/土地流转) 했다는 것은 샤오강촌이 대규모로 이 토지유전 계약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토지 단위인 무(亩) 는 대략 666.6667 m2로 우리나라의 200평 정도다. 2.132만 무는 약 400만 평, 1.37만 무는 240만 평 정도 되니 샤오강촌이 토지유전한 땅은 합쳐서 640만 평이나 된다.

샤오강촌의 지도자인 옌진창(严金昌)은 토지유전 후 산업이 들어서자 농가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오가는 사람과 근로자들이 생기니 아무것도 없는 곳에 생긴 이 식당은 장사가 잘 된 모양이다. 시작할 때 식당에는 테이블이 4개에 불과하였으나 이제 26개가 되었고 연 수입이 30만 위안이 넘는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은 눈치챘겠지만, 이것은 중국 정부가 농민들에게 토지유전 정책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농촌 기본 운영 시스템이 농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며 시진핑 총서기가 농촌의 기본 경영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개선하며 공동 번영의 길을 가겠다고 강조한 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농촌 경제를 산업과 투자로 유인하여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토지 유전이 가능해진 것은 2016년 10월, 중앙청과 국무원이 "농촌 토지 소유와 경영권 분리 개선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나서부터다. 농촌 토지 계약 관리권을 양허권(도급권/하청권)과 경영권(관리권)으로 나누어 소위 소유권, 양허권, 경영권의 분리 병렬화를 시행한 것이다. 다시 말해, 토지를 가진 사람(농민), 그 토지를 빌려 가서 활용할 권리를 받은 사람(대체로 정부), 그리고 해당 토지를 활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람(기업)으로 농촌 토지의 권리를 3개로 쪼갠 것이다. 이를 삼권분치(三分置)라고 한다.

중국 공산당은 삼권분치가 중국 농촌 개혁의 또 다른 주요 제도적 혁신이며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보도에 의하면 현재 중국은 전국 2억여 농가의 토지계약 관리권 증서를 받았고 계약된 토지는 15억 무에 달한다. 그러니까 3천억 평의 농촌 토지가 계약되었다는 말이다. 실로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토지계약이 만료되면 시범 사업을 30년간 순차적으로 연장한다고 하니, 사실상 이제 농촌은 본격적인 산업 개발에 들어갈 모양새다.

 

미중 경쟁 판 흔들 비장의 카드 중국 인민망에 의하면 중앙정치국원인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왕천(王晨)이 위의 기사가(관련링크) 보도된 바로 다음 날인 26일 농촌진흥촉진법 집법 검사조 제2차 전체 회의에서 연설하였다.(관련링크) 그는 시진핑 주석이 삼농(三农/농업, 농촌, 농민을 말함) 업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잘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천은 법 집행 검사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취약한 농촌 집단 경제력, 농촌 인재 부족, 기본 공공 서비스 자원 부족과 같은 약점과 문제도 발견되었다면서 농촌 활성화 촉진법이 정한 주요 원칙과 관련 규정을 관철해야 하며 "농업, 농촌, 농민" 사업에 대한 당의 전면적 영도를 항상 견지하고 강화하며 당의 의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이틀 연속 농촌에 대한 이야기가 중국 국영 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농촌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14차 경제 계획에서 농촌 정책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정작 진행되고 있는 내용은 이렇다 할 것이 없긴 했다. 때문에 10월에 열릴 20차 공산당 전국 대표자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3 연임을 하며 차기 지도부가 결정이 되면, 본격적으로 농촌 관련 정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이렇게 농촌 정책에 고심하는 이유는 미국과의 충돌이 백열화되는 이 시점에서 내수 시장이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규모로 내수 시장을 단기간에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농촌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농촌 경제를 발전시킬 경험, 기술, 자본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농촌 소득을 두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중국 GDP는 곧바로 미국을 추월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상당 수준 고도화된 중국 대도시의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투자 효율성은 열악한 농촌에 투입하는 자본의 효과성과 비교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농촌 경제 개발을 가로막는 너무나도 큰 장애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집체소유인 것이다. 과거 중국의 공산 혁명을 성공시켰던 이 농지 개혁은 그동안 부패한 관료들의 장난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 경제 개발의 발목을 잡는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과거 마오쩌둥의 공산 혁명이 분노한 농민들 힘에 의해서 이루어졌듯이 농촌의 경제 정책을 자칫 잘못 건드리면 중국 공산당의 독재 체계가 거대한 동란으로 들어서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20대에서 차기 지도부를 결성하고 본인의 권력을 확실히 틀어쥘 수 있게 된다면, 중국 공산당은 농촌의 경제 개혁을 감행할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중국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을 목도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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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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