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을 꿈꾸는 사람: 국동완 작가

[컬처]by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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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을 꿈꾸는 사람: 국동완 작가

국동완 작가

국동완 작가

금천예술공장 8∙9기 입주작가 국동완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런던 캠버웰예술대학에서 북아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갤러리조선에서 개인전 'The Automatic Message'를 진행했고, 영국 데이비드 로버트 아트 파운데이션, 대구아트스퀘어,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커먼센터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스코틀랜드 글렌피딕 아티스트 레지던스에 참가했으며 2016년 7월부터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로 있다. 컬러링북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과 도록 'The Autimatic Message: Drawings by Dongwan Kook'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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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 21x29.7 종이에인쇄 / 국동완 지음 / 바운더리북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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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 펼침면)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 21x29.7 종이에인쇄 / 국동완 지음 / 바운더리북스 2016

국동완 작가가 재작년에 출간한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은 컬러링북이자 작가의 도록,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책이다. 중학교 방학 숙제였던 2절지에 세계전도 그리기 이후 ‘색칠하기’를 해본 기억이 없는 나는 이 책을 경험하기 위해 오랜만에 서랍을 뒤져 색연필을 꺼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하나 고르고 부분부분 칠해진 작가의 흔적을 빤히 들여다봤다. 신중하게 색연필 한 자루를 뽑아 들고 검은 선으로 둘러싸인 투명한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색연필은 생각보다 예민한 존재여서, 공간을 빈틈없이 색으로 채우려고 무리하게 힘을 주면 질감이 울퉁불퉁해지거나 선 밖으로 색이 삐져 나가기 일쑤였다. 나는 금세 조급함도, 힘도, 욕심도 내려놓고 서서히 진해지는 색깔을 감상하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이 그림의 제목은 무엇인지, 내가 완성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컬러링북을 아우르는 그림의 정체는 배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들은 놀랄 만큼 다채롭게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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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 펼침면)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 21x29.7 종이에인쇄 / 국동완 지음 / 바운더리북스 2016

“제 작업은 사실 출발점이 모두 같아요. 유학을 고민하던 시절 심적으로 참 힘들었는데,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누군가가 밤에 꾼 꿈을 아침에 적어보는 방법을 추천해줬어요. ‘나는 꿈도 안 꾸고, 기억도 안 나는데?’ 그 얘기를 들은 제 첫 반응이었죠. 그런데 힘들었던 때라 뭐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해봤던 것 같아요. 처음엔 정말 어려웠는데 한 달 정도 노력하니까 꿈을 쓰는 게 정말로 되더라고요. 베개 아래에 일기장과 필기구를 끼워놓고, 아침에 의식이 돌아오면 최소한의 불빛에 의존해 기록했어요. 그 과정이 제게 신기한 경험을 가져다줬죠. 분명히 내가 꾼 꿈인데, 다시 읽는 게 너무 생경하고 재밌는 거예요.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이니까 이걸로 작업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1년 치 정도 기록이 쌓였을 때 작업북을 만들었어요. 'Dreaming Piece' 시리즈가 바로 그 작품이에요. 날짜별로 작은 책이 차곡차곡 꽂혀 있고, 독자가 한 권을 골라 꺼내서 펼쳐 보면 책 속 이미지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글만 남아 있죠. 이미지 전체를 볼 순 없고 아주 작은 구멍으로 부분만 확인할 수 있어요. 아침마다 꿈을 붙들려고 하는 순간의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거예요. 책에 적혀 있는 건 제 꿈이지만, 읽는 사람에겐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죠. 일종의 무의식, ‘즉각적인 꿈 꾸기’를 독자에게 경험하게 해주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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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모습) Dreaming Piece II : a series of 143 books made of dreams from May 2008 to July 2010 / 2010-2018 / Book: 145x205mm Silkscreen on paper / Bookcase: 340x210x167mm Powder coating on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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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펼침면) Dreaming Piece II : a series of 143 books made of dreams from May 2008 to July 2010 / 2010-2018 / Book: 145x205mm Silkscreen on paper / Bookcase: 340x210x167mm Powder coating on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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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Dreaming Piece II : a series of 143 books made of dreams from May 2008 to July 2010 / 2010-2018 / Book: 145x205mm Silkscreen on paper / Bookcase: 340x210x167mm Powder coating on steel

힘들었던 순간, 국동완 작가는 자신의 무의식적 꿈에서 예술가로서의 꿈을 다시금 발견했다. 어쩌면 그 꿈이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억압에서 벗어나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제 꿈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와 작품이라는 형태를 입고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작가가 택한 방식은 무엇일까.

 

“'Dreaming Piece'는 꿈을 기반으로 한 첫 작업이었어요. 꿈을 기록한 지 10년이 넘었거든요. 이 작품은 그 기록을 일정 기간 잘라내서 시리즈로 만든 것이죠. 그다음엔 드로잉 작업을 했어요. 꿈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무의식이다 보니까, 그 내용은 결국 제게 글자의 모습으로 남게 되잖아요. 활자로 남은 무의식 덩어리를 보며 자신에게 좀 더 파고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기록 속 단어를 채취해 드로잉 작업을 시작했죠. 처음엔 한지에 흑연으로 그렸어요. 왼쪽 위에서 시작해서 점점 선을 번져가며 의식적으로 자유 드로잉을 하고자 노력했죠. 활자를 가지고 하는 다양한 추상미술 작업은 모두 나에게 닿으려는 일종의 제스처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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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ful document 200x100cm 한지에 흑연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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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ful document 200x100cm 한지에 흑연 2011

국동완 작가는 어떻게 보면 조금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남들은 수능에 집중할 고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스스로가 웹 디자이너보다는 ‘메어커’에 가깝다는 걸 깨닫게 해준 소중한 회사 생활이었다고. 회사에 다니며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파악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선택한 것이 영국 유학이었다. 석사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책’이라는 플랫폼을 좋아하며, 나아가 이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수십 편의 작품이 있지만, 가장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을 꼽자면 단연 책일 것이다. 작가는 2016년 말, 컬러링북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을 출간했다. 2년 만에 완성한 작업 'A Ferry'를 해체하고 다시 콜라주해 단행본의 형태로 엮은 것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작업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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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erry 195x64cm 종이에 색연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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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erry 195x64cm 종이에 색연필 2016

“'A Ferry'는 세월호 설계도면 위에 2년에 걸쳐서 그린 그림이에요. 이전까지 저는 저 자신에게 향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어떤 주제로, 어떤 그림을 그려도 그와 비슷한 이미지가 나오더라고요. ‘이건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죠. 제가 세월호를 선택하기보다는 세월호를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2년 동안 이 작업을 붙들고 있는데, 무언가 이대로 작업을 끝낼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완성된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작품을 계기로 삼아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작품의 복사본을 떠서 선 하나하나를 해체해봤어요. 그걸 펼쳐 놨더니 자연스럽게 콜라주가 시작되더라고요. 그 부분들을 정리해서 독자가 직접 색칠해볼 수 있도록 책으로 만들었어요. 몇 년 전에 컬러링북 붐이 불었는데요. 저는 ‘과연 힐링이란 무엇인가’ 하는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이 책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참혹한 그림도 예쁘게 칠하다 보면 힐링이 될까?’ 하는 마음인 거죠.”

 

국동완 작가가 생각하는 책의 매력은 그 특유의 ‘물성’에 있다. 보고, 만지고, 냄새 맡았을 때의 총체적인 경험. 영상을 비롯한 오늘날의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강요한다고 생각하기에, 언제 어디서나 그 모습 그대로 사람을 기다려주는 책에 마음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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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alcomanie life 81x45cm 종이에 색연필 2014

2016년 두 번째 개인전을 진행한 작가는 다음 전시를 위한 준비를 조금씩 시작했다. 그 주제는 아마도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첫째 육아와 둘째 출산에 대한 현실적 고민, 내면에 품고 있던 목소리가 작품을 통해 모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흑백으로만 작업하던 그림에 문득 색을 입히고 싶다고 결심했던 것처럼, 국동완 작가의 작업은 자신만의 뚝심과 힘을 갖고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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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bookcase #1 63x105x12 나무에 페인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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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bookcase #2 [83x190x23]x3 PVC에 페인트 2013

글 김태희 기자
사진제공 국동완 작가
영상 정광석 시민PD
디자인 이한솔

2018.11.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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