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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11년 마블 역사’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영웅들

by경향신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국내 개봉 4시간30분 만에 100만 관객 넘어서 ‘광풍’ 실감

멤버들 과거여행 통해 또 다른 감동…마블 전작 복습 ‘필수’

경향신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24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영화 티켓을 예매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보다 완벽한 마무리는 없다.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아이언맨>(2008)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펼쳐진 11년간의 대장정을 탁월한 서사로 끝맺음했다.


특히 영화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등 MCU ‘원년 멤버’들의 성장과 변화에 주목하면서 이를 가능케 한 ‘역사’를 반추하게끔 한다. 동시에 22편의 영화를 통해 나날이 확장되던 세계관을 한 차례 정리하고 완결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앞으로 MCU를 이끌어 갈 새 주역을 비추는 일도 잊지 않았다.


영화는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단 시간인 개봉 후 4시간30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전날 이미 사전 예매량 200만장을 돌파하며 예견된 결과다.


총길이 180분57초에 달하는 이 ‘MCU 종합선물세트’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조심스레 답하자면 이렇다. MCU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을수록,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영화는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이후, 악당 타노스(조시 브롤린)에 의해 우주의 생명체 절반이 사라진 절망 속에서 시작된다. 남은 어벤져스 멤버 역시 가족과 친구, 자신의 일부까지도 잃어버린 상실감과 패배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5년간 양자 세계에 갇혀 있던 앤트맨(폴 러드)이 갑자기 나타나, 어벤져스 앞에 뜻밖에 복수의 열쇠를 내민다.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과거로 이동,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자는 아이디어다.


과거로 떠나는 여행은 곧 켜켜이 쌓인 MCU 역사로의 여행이다. 인피니티 스톤들이 있는 자리는 곧 어벤져스 멤버들이 각기 다른 영화에서 분투했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의 행선지는 2012년 뉴욕, 2013년 아스가르드, 2014년 모라그 행성 등으로 정해진다. 오랜 팬이라면 눈치챌 것이다. 이 시공간들이 각각 <어벤져스>(2012), <토르: 다크 월드>(201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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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흘러간 영화의 뒷이야기로 침투한 어벤져스 멤버들은 그곳에서 과거의 자신 혹은 사랑했던 사람들을 만난다. 이때 인물별로 특화된 서사와 개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최강의 ‘캐릭터쇼’ 어벤져스 시리즈다운 연출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의 자신과 방패를 맞대고 싸우는 장면,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자신보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 만나는 장면 등을 볼 때 관객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역시 그렇지!’


악당 타노스와 어벤져스의 대격돌이 벌어지는 영화의 말미, MCU는 과감히 ‘세대교체’를 천명한다. 아이언맨 등 ‘원년 멤버’들은 타노스와의 육탄전을 통해 패전의 경험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타노스와의 긴 싸움은 곧 어벤져스 멤버들의 인생 그 자체였다. 싸움 속에서 이들은 영웅으로 재탄생했고 성장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고 잃었으며, 때로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 싸움이 언젠가 끝나야 한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어벤져스 ‘원년 멤버’의 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 기나긴 서사가 완결을 맞이할 수 있다.


아직 서사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지만, 눈에 밟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여성들이다. 캡틴 마블(브리 라슨)을 필두로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 와스프(이밴절린 릴리),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발키리(테사 톰슨) 등이 한 무리를 이뤄 돌격하는 장면이 강조된다.


한편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인 새 방패는 자연스럽게 흑인인 팔콘(앤서니 마키)의 손에 들려진다. MCU의 새 주역은 흑인, 여성 등 소수자들임을 명확히 하는 대목이다. 영화 초반 “꼰대들뿐이잖아. 젊은 피가 필요해”라는 아이언맨의 대사는 이 같은 세대교체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 밖에 영화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전투 장면을 선보이는 등 볼거리 면에서의 재미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간 MCU 영화 속에 나온 영웅들이 힘을 모아 싸우는 장면은 장대한 스펙터클을 형성하는 동시에 팬들에게 바치는 ‘팬 서비스’로도 기능한다. MCU에서 한동안 얼굴을 비치지 않았던 해피 호건(존 파브르)이나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턴), 발키리 등이 등장할 때 관객의 감격은 더욱 커진다. 물론 이 같은 감격을 제대로 느끼려면 무엇보다 앞선 MCU 작품들에 대한 ‘복습’이 필수다.


MCU는 이렇게 지난 시대를 완결하고 다양성으로 경주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둘러싼 독과점 논란이 뜨겁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현재 2933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예매율 2위 영화의 약 3배 규모다. 지난해 개봉 첫 주말 상영점유율이 77.4%에 달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양성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영화 산업의 다양성을 향한 도약은 아직 요원한 걸까.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