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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 37

토성의 새로 발견된 위성들…‘작명’에도 규칙과 절차가 있다

by경향신문

위성 이름 붙이기

경향신문

최근 위성 20개가 새롭게 발견되면서 토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82개의 위성을 거느린 행성이 됐다. 토성 위성의 고유한 이름은 그리스신화 속 거인족 타이탄(토성 위성 중 가장 큰 위성)과 관련된 이름이나 자손의 이름을 붙인다. 토성 위성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어려워진 새 위성의 작명에 관심이 쏠린다.

천체에 이름 붙이는 공식 기구 ‘국제천문연맹’

위성 뜻하는 S에 발견 연도·행성·발견 순서 붙여 명칭 부여

‘S/2010 J 2’는 2010년 목성 주위에서 발견된 두 번째 위성

공전주기·질량·크기 등 물리량 결정되면 고유 이름 붙여

목성의 위성엔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 관련 인물들 선택

제우스의 연인들 이름만 쓰다 위성 늘면서 자손까지 허용

관측기술 발달로 새로 발견되는 위성들 급격히 증가

2014년부터 1㎞보다 작은 크기일 땐 이름 안 붙여


토성의 위성이 또 발견됐다.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20개의 위성이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스콧 셰퍼드(Scott Sheppard)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고 국제천문연맹 산하 소행성센터가 발표했다. 이번 발견으로 토성의 위성은 82개로 늘어나게 됐다. 공인된 목성의 위성이 79개이니 이제 토성이 태양계 내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이 됐다.


새롭게 발견된 위성들은 지름이 3㎞ 정도로 작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중 17개의 위성이 토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토성 주위를 공전한다는 것이다. 다른 3개의 위성은 토성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고 있다. 역방향으로 공전하고 있는 위성 중 2개는 토성에 가까운 위치에서 약 2년에 한 바퀴씩 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토성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역주행 위성들과 정주행 위성들은 약 2년의 공전 주기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깥쪽 궤도를 도는 위성들은 경사각 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몇 그룹으로 나뉜다는 것도 밝혀졌다.


위성들의 이런 특성들은 토성 위성의 기원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큰 위성이 조각 나서 작은 위성들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다른 공간에 있던 작은 천체들이 토성 영향권 안으로 들어와 위성이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위성들은 그 크기가 작은 천체들이기 때문에 토성의 위성계 형성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조각을 맞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편 내가 갖고 있는 또 다른 관심은 토성의 위성에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천체에 이름을 붙이는 공식적 기구는 국제천문연맹이다. 천문학자들의 공식적인 국제기구인 국제천문연맹은 천체들 이름을 붙이는 규칙을 정해 놓고 있다. 해나 달이나 눈에 보이는 천체에 대해서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다른 기회를 통해 이름이 붙여져 왔다. 문화권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딱히 누가 이름을 붙였다든지 공인을 받았다든지 하는 절차 없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렇게 이름 지어진 것이다. 맨눈으로 볼 수 없었던 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규칙을 정해 체계적으로 이름을 붙일 필요성이 생겼다. 달이나 화성 표면에도 이름을 붙일 필요가 생겼고 최근에는 외계행성에 이름을 붙여야 하게 됐다.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전통적인 이름 붙이기 방식을 존중하면서 천체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태양계 내에 있는 행성들의 위성에 이름을 붙이는 일반규칙은 이렇다. 왜소행성인 명왕성도 위성을 갖고 있고 소행성 중 일부도 위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성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있기도 하다.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이런 논쟁을 넓은 의미에서 포괄하면서 위성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위성은 자연적인 천체로서의 위성이다. 인공위성과 구분하기 위해 자연위성이라고 부른다. 그냥 위성이라고 부르면 자연위성을 말하는 것이다.


‘S/2010 J 2’라는 이름의 위성이 있다. ‘2010년에 목성 주위에서 발견된 두 번째 위성’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S’는 영어로 위성을 뜻하는 ‘satellite’의 첫 자를 따왔다. ‘2010’은 발견한 연도를 나타낸다. ‘J’는 목성의 영어 이름인 ‘Jupiter’ 첫 자에서 가져왔다. ‘2’는 그해에 목성에서 발견된 두 번째 위성이라는 뜻이다. ‘S/2003 S 1’이라는 이름의 위성도 있다. ‘2003년에 토성 주위에서 발견된 첫 번째 위성’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S’는 토성의 영어명인 ‘Saturn’의 첫 글자를 따왔다. 행성 주위에서 새로운 위성이 발견되면 이런 규칙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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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은 토성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는 위성과 반대 방향으로 공전하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새로 발견된 20개 중에서도 17개 위성은 역주행(붉은색)하고, 3개는 정주행(파란색)하는 위성으로 확인됐다.

다른 행성에서 새롭게 위성이 발견되면 ‘S’나 ‘J’ 대신 수성은 Mercury에서 ‘M’을, 금성은 Venus에서 ‘V’를, 지구는 Earth에서 ‘E’를, 화성은 Mars에서 ‘M’을, 천왕성은 Uranus에서 ‘U’를, 해왕성은 Neptune에서 ‘N’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수성과 화성의 영문 철자 첫 글자가 겹친다. 물론 수성에서는 위성이 아직 발견된 적이 없으니 현재로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혹시라도 수성에서 위성이 발견된다면 또는 화성에서 새로운 위성이 발견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수성의 위성을 표시할 때 ‘M’ 대신 Hermes에서 따온 ‘H’를 쓴다. 명왕성은 행성으로 여겨졌을 때는 명왕성의 영문 이름인 Pluto에서 따온 ‘P’를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왜소행성이자 소행성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발견되는 명왕성의 위성 이름을 붙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명왕성의 위성인 케르베로스(Kerberos)는 명왕성이 행성일 때 발견되었다면 당시 ‘S/2011 P 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S/2011 (134340) 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34340’은 명왕성의 공식적인 소행성 이름이다.


태양계 내 행성이나 소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들 이름은 앞서 설명한 규칙에 따라 정해진다. 발견된 위성에 대한 관측이 이어지고 공전주기나 질량, 크기 같은 물리량 등이 확실하게 결정되고 나면 명왕성의 위성인 케르베로스처럼 고유한 이름을 붙인다. 토성에서 20개의 새로운 위성이 발견되었으니, 일정한 시간 동안 관측이 이어져서 이들 위성의 물리량이 확실하게 알려지면 고유한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이다. 어떻게 이름을 붙일까?


처음으로 위성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갈릴레이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을 통해 목성의 위성 4개를 발견했다. 그는 메디치 가문에 목성의 위성들을 헌정한다는 의미에서 가문 이름을 목성의 위성들에 붙였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성의 4대 위성, 즉 갈릴레이의 위성 이름은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다. 이 이름은 갈릴레이와 거의 동시에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시몬 마리우스(Simon Marius)가 요하네스 케플러의 제안을 반영해서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20세기 중반이 되기까지도 목성 위성의 이름을 지을 때 목성 1, 목성 2같이 편의에 따른 이름 붙이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위성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관장하는 기관은 국제천문연맹이다. 1973년부터 천체들 이름을 결정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이 위원회에서 한다. 이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에는 발견자가 이름을 붙이거나 역사적으로 통용되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갈릴레이의 4대 위성처럼 지금도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위원회 발족 이전까지 모두 25개의 위성에 고유한 이름이 붙여졌다. 그 이후 목성의 위성 중 57개, 토성의 위성 중 43개, 천왕성의 위성 중 22개, 해왕성의 위성 중 12개, 왜소행성인 명왕성의 위성 중 5개, 이리스의 위성 중 1개, 하우메데의 위성 중 2개에 이름이 붙여졌다. 2004년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는 관측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발견되는 작은 위성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크기가 1㎞보다 작은 위성들에는 이름을 붙이지 말 것을 권유했다. 2013년까지는 발견된 모든 위성들에 이름을 붙이는 시도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작은 위성에 대해서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있다.


목성의 위성에는 전통적으로 목성의 상징인 제우스(또는 주피터)와 관련된 신화 속 이름을 붙였다. 제우스신과 사랑에 빠졌던 인물이 단골이었다. 국제천문연맹은 목성의 위성 이름을 제우스와 사랑에 빠졌던 신화 속 연인으로 규정했다. 목성의 위성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규칙을 따라 이름을 짓는 것이 힘들어졌다. 2004년 국제천문연맹은 제우스신의 자손들 이름을 위성에 붙이는 것을 허용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목성의 위성에 이름을 붙이는 원칙이 너무 애매하다고 지적하고 자신이 만든 이름 목록을 국제천문연맹에 제안하기도 했다. 발견된 목성의 위성이 79개에 이르렀고 그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짓는 문제는 계속 쟁점이 될 것이다.


미국 카네기연구소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2018년 7월 다른 연구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12개의 목성 위성에 일반인들이 이름을 붙여줄 것을 제안했다. 아무 이름이나 지을 수는 없다.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규칙을 지키면서 이름을 지어야 한다. 이름은 영어 철자로 16개 이하여야 한다. 너무 공격적이지 않아야 하고 다른 위성이나 소행성에 이미 붙어 있는 이름은 피해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 이름을 붙여서도 안된다. 정치·군사·종교와 관련이 있는 인물도 금지 대상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규칙인 제우스(주피터)의 연인이거나 자손이어야 한다. 심지어 목성의 자전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공전을 하고 있는 역주행 위성의 이름은 반드시 ‘e’로 끝나야 한다. 목성의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는 위성은 이름의 끝이 반드시 ‘a’로 끝나야 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목성의 위성 이름 짓기 행사가 열렸다. 카네기연구소에서 주도한 캠페인에는 어린이들 참여가 많았다고 한다.


2019년 여름 일반인들이 제안한 이름을 국제천문연맹이 승인하면서 5개의 목성 위성에 고유한 이름이 붙여졌다. 판디아(Pandia), 에르사(Ersa), 아이린(Eirene), 필로프로진(Philophrosyne) 그리고 유페메(Eupheme)가 그 주인공들이다. ‘S/2017 J 4’였던 판디아는 제우스와 셀렌의 딸 이름에서 따왔다. ‘S/2018 J 1’이었던 에르사는 판디아의 자매다. 제우스와 셀렌의 또 다른 딸 이름이다. ‘S/2003 J 5’였던 아이린은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 이름에서 가져왔다. ‘S/2003 J 15’였던 필로프로진은 제우스의 손녀 이름에서 가져왔다. ‘S/2003 J 3’이었던 유페메는 제우스의 손녀이자 필로프로진의 자매 이름에서 따왔다. 전통적 규칙을 지키면서 목성의 위성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토성의 위성 이름은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과 관련된 이름이나 그의 자손 이름을 붙이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목성의 위성에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토성의 위성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힘겨운 작업이 되었다. 새롭게 발견된 토성의 위성들 이름이 어떻게 붙여질지 무척 궁금하다.


▶필자 이명현

경향신문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