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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숙취해소제’의 배신

by경향신문

매출 해마다 폭발세...의학적 효과는 거의 없어

전문가 “비싼 돈 주고 사먹기보다 꿀물이 낫다”

경향신문

혈중 당류의 부족은 숙취를 유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취해소제에는 설탕 함유량이 높을뿐 숙취해소 효과는 미미하다.

음주전후에 숙취해소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규모는 2015년부터 3년간 평균 15%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숙취해소제는 효과가 거의 없다. 그냥 비싼 음료수나 차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두통, 얼굴홍조, 두근거림 등이 대표적인 숙취증상이다. 원인은 알코올이 분해돼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독성을 지녀 간 손상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숙취해소제는 아세트알데히드 배출에 탁월한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촉진제로서의 효능효과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숙취나 간 손상을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숙취해소제를 판매하는 업체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어떤 의학적 근거도 없다.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중 ‘숙취해소’ 명목으로 허가받은 제품은 하나도 없다. 간 기능개선제, 강장제, 피로해소제 등만 있을 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숙취해소제를 ‘일반식품’으로 관리한다. 이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처럼 임상을 토대로 안전성, 효과 등을 인증 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숙취해소제를 구매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고대구로병원 간센터 이영선 교수는 “숙취해소는 간을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대사로 인한 아세트알데히드 등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숙취해소제에 포함된 성분이 음주로 인한 독성을 줄여주거나 물질대사를 촉진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숙취해소제의 수분과 당분이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다. 2017년 약학정보원의 ‘숙취해소제의 진실’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혈중당류가 부족하면 숙취를 유발한다. 대부분의 숙취해소제에서 설탕함랑이 다소 높은 이유다. 또 숙취해소제가 간 기능보조제로 허가 또는 인정됐어도 숙취를 신속히 해소시키지는 못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몸에 당분과 수분을 공급하면 아세트알데히드 대사가 촉진돼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데 과음 후 설탕물이나 꿀물을 찾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단 숙취해소제의 나머지 성분들이 직접적으로 간 해독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을 해독하면 숙취가 풀린다는 것은 비의학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식약처는 숙취해소제광고에 '음주전후' '숙취해소'라는 문구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영업의 자유, 광고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사용을 허가했다. 이후 효능효과를 강조한 숙취해소제광고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특허와 인증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센터 전대원 교수는 “숙취해소제의 효과는 매우 미미할 뿐더러 일반식품에 불과해 효능효과나 기능을 부여해선 안 된다”며 “비싼 돈을 주고 숙취해소제를 먹기보다는 차라리 꿀물을 마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숙취해소에 약간 도움을 준다고 해도 간 손상을 막거나 해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헬스경향 허일권 기자 h.onebook@k-heal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