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년 후 지구를 삼킬 태양 …인류가 사라진 뒤 태양계는 어떤 모습일까

[테크]by 경향신문

‘태양계의 노년기’ 가늠할 외계 행성계 발견

행성 딸린 백색왜성 첫 발견

왜성 표면온도는 태양의 5배

얼음행성 대기를 녹이고 있어

경향신문

지구에서 204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발견된 백색왜성 ‘WDJ0914+1914’ 상상도. 주변 얼음행성의 대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유럽남부천문대(ESO) 제공

지구 생태계의 핵심인 식물은 광합성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이산화탄소와 물을 바탕으로 햇볕을 받아 살아가는 일종의 생체 공장인 것이다. 지구에서 1억5000만㎞ 떨어진 태양에서 날아드는 빛은 식물에 ‘연료’인 셈이다.


햇볕이 영원히 고마운 존재인 건 아니다. 점차 강해지는 태양의 빛과 열기 때문에 대략 5억년 뒤부터는 지상에서 동식물이 살아가기 힘들어질 거라는 게 과학계의 시각이다. 이 시기 태양은 지구의 수호자가 아닌 셈이다. 그 이후에도 태양은 계속 밝아지고 뜨거워진다. 지금부터 대략 50억년 뒤에는 태양 내부에 저장된 수소가 바닥나면서 몸이 부풀기 시작한다. ‘적색거성’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적색거성으로 십수억년을 보내며 남은 힘을 모두 소진한 태양은 이전보다 빛과 열이 훨씬 떨어진 ‘백색왜성’이 된다. 덩치는 지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과학계에선 이 시기를 전후해 태양계 행성들이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아직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성이나 금성, 지구처럼 태양과 가까운 행성들은 적색거성 단계에서 태양에 먹히거나 타버릴 가능성이 크지만 해왕성이나 천왕성처럼 비교적 멀찍이 떨어진 행성들은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은 것이다. 백색왜성으로 변한 태양과 이 행성들이 계속 지금처럼 ‘한 식구’로 남을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영국 연구진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가늠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내놨다. 연구진은 최근 지구에서 2040광년 떨어진 곳에서 ‘WDJ0914+1914’라는 백색왜성을 발견했는데, 이 주변을 공전하는 거대 얼음행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확인한 것이다. 행성 파편을 제외하고 백색왜성 주변에서 번듯한 행성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발견은 직접 행성 사진을 촬영한 게 아니라 백색왜성 주변에서 수소와 산소, 황 등 거대 얼음행성의 대기에서 발견되는 물질을 확인해 간접적으로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워릭대 보리스 캔시케 수석연구원은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 별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행성을 지니고 있지만, 행성이 대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색왜성은 수명이 거의 끝난 별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WDJ0914+1914’는 온도가 2만8000도에 달한다. 태양 표면 온도의 약 5배다. 여기서 분출되는 뜨거운 에너지 입자가 얼음행성의 대기를 벗겨냈고 과학자들이 이 상황을 감지해낸 것이다.

목성 밖 행성들 미래 보여줘

연구에 참여한 칠레 발파라이소대의 마티아스 슈라이버 연구원은 “이번에 발견된 백색왜성은 태양계의 먼 미래를 내다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언론에 말했다. 태양은 적색거성 단계에서 수성과 금성, 지구 같은 행성들을 포식한 뒤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잡아둔 채 차가운 대기를 조금씩 벗겨내는 형태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진의 발견으로 확인된 셈이다.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남아 있다면 태양계 내 행성에서 몸을 피할 곳을 찾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선보인 중국 영화 <유랑지구>처럼 부풀어 오르는 태양을 피해 완전히 다른 별로 이동해야 할 운명이 우리 후손들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2019.12.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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