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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지극히 味적인 시장]

낮에는 아귀수육, 저녁엔 복 불고기…겨울바다의 선물에 ‘황홀’

by경향신문

창원 상남 오일장


아귀수육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내장…간도 괜찮지만 위보단 두 수 아래

겨울이면 최고조가 되는 복의 유혹…숯불에 빠르게 구워낸 살맛이 별미

진객인 대구도 빼놓을 수 없고 산란 위해 살 찌우는 붕장어도 군침 돌아

노지 시금치 달콤한 맛도 좋고 3월엔 미더덕 먹으면 입 안 가득 ‘봄 내음’

겨울과 봄 사이, 창원의 제철음식

경향신문

4와 9가 들어간 날에 열리는 창원 상남 오일장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상점가, 2층은 다양한 메뉴를 갖춘 식당가로 이뤄져 있다.

4년 전 대구 취재차 창원을 찾았다. 정확하게는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용원항이다. 올해 오십인 필자는 진해구보다는 진해시가 입에 더 잘 맞는다. 창원, 마산, 진해 세 곳이 모여 법적으로 창원시가 됐어도 머릿속은 아직 진해시다. 예전에 충무시가 통영시가 되었을 때도 오랫동안 혼자서는 충무시로 불렀다. 겨울이 되면 진해만에 진객이 찾아온다. 오랫동안 복원 사업의 결과로 어획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대구가 주인공이다. 대구는 1월 중순과 2월 중순 사이 한 달간 금어기다. 금어기에는 대구를 잡을 수 없지만 거제 외포항과 진해 용원항에서 인공산란을 위한 포획은 가능하다. 다른 곳에서 생대구 보기 힘들 때 두 항구에서만큼은 볼 수 있다. 대구 취재 이후로 오랜만에 창원과 이웃한 김해에 일도 볼 겸 4와 9가 들어간 날에 열리는 창원 상남시장 오일장을 구경삼아 다녀왔다. 창원 상남시장은 상설시장으로 주변에 백화점을 비롯해 상업시설과 빌딩들이 모여 있다. 지하 1층, 지상 1층은 상점가이고 2층은 커다란 쇼핑몰 푸드코트처럼 다양한 메뉴의 식당이 모여 있다. 오일장은 마당 넓은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상설시장을 감싸듯 열린다.

추위를 이겨 단맛 채운 노지 시금치

경향신문

2월 초 시장에서 만난 육지의 제철 채소는 시금치다. 차가운 바람에 맞서 자란 노지 시금치는 색은 어둡지만 단맛이 난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면 그 시점의 제철, 혹은 가장 많이 나오는 식재료를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핫’하기에 좌판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고, 가장 많이 사고판다. 2월 초순, 바다의 제철 식재료가 굴, 파래, 감태, 미역 등이라면, 육지는 딸기와 시금치다. 시금치로 유명한 곳으로 경상북도 포항, 전라남도 신안을 꼽는다. 포항의 것은 포항초, 신안은 섬초로 팔린다. 오일장 좌판에도 포항, 신안 것이 많다. 두 지역 외에도 남해, 진주, 창원 것도 간간이 보였다.


2월 노지 재배 시금치는 산지와 상관없이 찬바람이 설탕을 친 듯 달곰하다. 하우스에서 파릇파릇하게 키워낸 것도 있지만, 겨울 시금치는 거무칙칙해야 제 맛이 난다. 시금치를 보니 잡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생각났다. 시금치 넣은 김밥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어린 시절도 따라 생각났다. 상설시장 입구 좌판에서 다른 것보다 이파리가 작고 진한 녹색 시금치 두 더미가 눈에 띄었다. 거무칙칙한 색깔이 참 맛나 보였다. “할머니, 얼마예요?” “2000원, 고사리도 좋은데, 새벽에 삶아왔어.” “시금치만 주세요. 할머니 어디서 오셨어요?” “창녕. 아침에 버스 타고 왔어.” 시금치는 집으로 돌아와서 잡채와 김밥이 되었다. 살짝 데친 시금치의 맛은 예상대로 달곰했다.


채소 고를 때 모양 예쁘고, 반듯한 것을 고르라는 요령 아닌 요령이 있다. 요령 혹은 팁을 가장한 가짜뉴스다. 모양 예쁘고 반듯한 것과 맛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겨울 노지에서 나오는 시금치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단맛을 채우고 찬바람과 맞서다 보면 어느새 검은빛 나는 진한 녹색이 된다. 한겨울 맛있는 시금치는 키가 낮아 납작하고 거무칙칙하다. 이것이 정상적인 노지 시금치 모양새다. 시금치는 뿌리만 제거해야 한다. 뿌리와 잎이 연결된 위치의 분홍색 부분은 버리면 안된다. 몸 건강에 좋은 미네랄이 그 부분에 몰려 있다. 버리면 나만 손해다.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시장에 나온 생선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흔히 민어조기라 판매하는 영상가이석태다. 상남시장뿐만 아니라 마산 어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생선이다. 영상가이석태는 부세, 민어, 참조기, 수조기 등과 같이 민어과 생선이다. 같은 민어과 생선이라고 해도 부세, 민어, 조기와 사는 곳이 다르다. 민어, 조기는 서해와 제주 남부 해역을 회유하는 어종이다. 영상가이석태는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서아프리카 해역이 원산지다. 영상가이석태 말고도 참조기라 부르는 긴가이석태의 원산지도 똑같이 아프리카다. 영상가이석태를 민어조기라 판매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두 어종이 비싸기 때문이다. 같은 크기의 민어나 조기보다 훨씬 저렴하기에 민어조기라 부르지만 잘못된 것이다. 석태는 흰살 생선답게 비린내가 적고 맛은 담백하다. 매운탕, 구이로도 다른 흰살 생선과 견주어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판매를 해야 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민어조기가 아니라 영상가이석태로 불러야 한다.

아귀수육 제대로 먹는 법

경향신문

아귀수육

마산을 몇 번 갔지만 아귀찜을 먹은 적이 없다. 이번에는 먹을까 하다가 아귀를 먹긴 먹었지만, 찜이 아닌 수육으로 먹었다. 아귀는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잡힌다. 대구 어획할 때 아귀도 많이 잡히기에 용원항 대구 판매대에 수 kg대의 커다란 아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귀는 사시사철 난다. 반건조한 아귀찜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아귀 수육은 지금 아니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아귀수육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내장이다. 내장은 위와 간 두 가지가 나온다. 녹진한 간의 맛도 괜찮지만 쫄깃하고 고소한 아귀 위보다는 두 수 아래다. 두 부위 다음이 껍질이고 가장 맛없는 부위가 살이다. 내장을 먹고 나면 쫄깃했던 살맛이 ‘살 따위’가 된다. 아귀수육의 맛이 열 냥이면, 위가 다섯 냥, 간이 석 냥이다. 나머지는 껍질과 살이다. 누구랑 같이 아귀수육을 먹으러 간다면 먹기 좋은 살은 배려 깊은 척 상대방 접시에 먼저 덜어준다. 내 접시에는 살도 없는 회색 내장을 콩나물과 함께 쌓아 놓고 먹는 것이 아귀수육 먹는 방법이다. 선심 쓰듯 “아귀는 간이 최고”라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나야횟집 (055)246-1514

복어 거리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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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불고기

저녁으로는 아귀찜을 먹을까 하다가 복 불고기를 선택했다. 겨울이면 맛이 최고조로 오르는 복의 유혹이 더 강렬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복 먹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잡히는 양도 많거니와 제철이다.


마산 어시장 주변에 복요리 전문점이 몰려 있다. 튀김, 탕, 회, 불고기 등으로 다양한 복요리를 즐길 수 있다. 복 거리 바로 옆이 아귀찜 거리다. 아귀찜 외에도 1959년에 창업한 고려당 빵집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복어 거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반건조한 아귀찜을 먹으러 가다가 주차장 너머 간판에 홀리듯 빨려 들어갔다. 복 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상호가 ‘나들이’다. “낮에도 아귀 먹었으니 복이 좋겠지” 혼잣말하고는 목적지를 바꿨다. 들어가기 전 식당 메뉴를 보니 다른 것은 안 보이고 복 불고기만 전문이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메뉴가 단출한 식당치고 맛없는 곳은 없었다. 서울에서 먹어 봤던 복 불고기는 철판이나 프라이팬에 볶는 형태였지만 여기는 숯불구이였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주문했다. 찍어 먹는 소스로 간장, 식초, 유자를 섞은 것과 참기름장이 나온다. 소금구이는 새콤한 소스에, 양념구이는 고소한 기름장에 찍어야 제 맛을 본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스를 바꾸면 맛이 반감된다. 숯불에 빠르게 구워낸 복어 살맛이 별미다. 전골식으로 하는 불고기와는 맛의 결이 다르다. 복 매운탕이나 복 맑은탕도 있지만 숯불 복 불고기에 곁들이는 용도의 음식이다. 나들이복집 (055)246-9011

바다는 아직 겨울

마산의 서남쪽 진동면 고현은 미더덕 생산지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미더덕을 생산한다. 작은 고현 포구에 가면 미더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몇 군데가 있다. 비빔밥, 무침, 회 등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미더덕은 나물처럼 봄이 주는 선물이다. 엄밀히 말하면 겨울 바다가 주는 선물이다. 미더덕은 3월과 4월이 제철이다. 육지는 봄이지만 바다는 여전히 겨울이다. 음력 2월, 보통 양력으로 3월이 바다의 영등철로 수온이 가장 낮은 시기다. 영등철을 지나야 비로소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며 봄이 온다. 봄철이 아니면 미더덕은 냉동했다가 사용한다. 오일장에 미더덕이 나와 있었지만 많지 않기에 미더덕 대신 반건 생선구이를 선택했다. 창원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꾸덕꾸덕 말렸다가 사용한다.


대구, 참조기, 감성돔 그리고 명랑…. 명랑? 명랑은 무엇인가 싶어 물어보니 “명랑이 명랑이지 다른 이름은 모른다”고 한다. 살집도 좋고 맛도 깔끔했다. 흰살 생선 같은 맛과 모양새지만 일반적인 생선과 다른 꼬리지느러미가 달랐다. 미거지(메기의 방언)나 물메기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남쪽 바다에서 그런 모양의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생선 중에 붉은 메기가 있다. 붉은 메기 말린 것을 구운 것이 생맥주 안주의 최고봉 나막스다. 다른 지역에서는 은대구라 부르기도 한다. 냉동한 것을 보니 붉은 메기 같았다. 명랑이든 붉은 메기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생선구이로 나온 네 가지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먹다 보니 참조기는 맛만 보고는 그대로 남겼다. 생선 양이 많았기에 그중에서 가장 맛없는 것이 남았다. 주홍정 (055)271-2266


겨울과 봄 사이 창원의 제철 식재료는 대구, 복어, 아귀다. 산란을 위해 살을 찌우는 붕장어도 맛있다. 겨울이라면 반건 아귀찜보다는 아귀수육이다. 3월에는 다른 것보다는 미더덕이다. 출장이나 여행가면 유명한 음식보다는 제철 음식을 우선 선택한다. 제철 식재료는 갖은 양념보다는 간단한 양념이 더 맛있다. 제철을 찾으면 조금 더 맛있는 여행이 된다.


필자 김진영 식품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