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여행]by 걷기여행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서베리아!” 올 겨울, 서울은 시베리아처럼 추워서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어디 서울뿐이랴. 폭설로 인한 제주 공항폐쇄는 별로 뉴스거리도 안 될 정도였고, 지루할 정도로 전국은 꽁꽁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언제 봄이 오는 것일까. 매서운 겨울이 지긋지긋해지던 차에 살짝 날이 풀린 틈을 타서 바깥바람이나 좀 쐴까? 겨우내 잔뜩 움츠려들었던 관절을 살짝 풀어주는 정도로만. 그래, 이번엔 금오산 올레길이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영하의 날씨에 금오지(금오산 저수지)는 꽝꽝 얼어붙었다

구미, 서울역에서 ITX 타고 3시간

후다닥 뛰어서 구미행 ITX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바깥이 추울수록 이불 속이 달콤한 탓이다. 기차에 올라탔을 땐, 방금 스피드스케이팅을 한 선수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얀 들숨과 날숨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날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춥다.

 

목적지는 구미 금오산 올레길. 일단 서울에서 구미역까지 ITX (새마을호)로 3시간,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뚜벅이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왕복 6시간은 벅차기 때문이다. 좀 더 빠른 KTX를 탈까 했지만, 구미김천역은 구미역보다 금오산 올레길 입구에서 훨~씬 멀어서 포기했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영업장 폐쇄로 금일 휴무! 오리배들은 푹 쉬세요

구미역에서 금오랜드 백운교 앞까지는 3.6km. 거리가 짧아서 시간상의 문제로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비는 3,400원이고 10분 정도의 거리이므로 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꽤 괜찮다. 당일치기 걷기여행에서는 시간절약이 가장 신경써야할 문제다. 만약 시간 여유가 있다면 구미역 후문에서 27번 버스를 타고, 일곱 정거장을 지나서 자연학습원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길의 시작점인 백운교 앞에 버스가 서니까 편하다.

2.3km의 금오지 수변산책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금오산 올레길은 금오산 저수지(금오지)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2.3km의 산책코스다. 저수지 둘레를 따라 걷기 때문에 오르막길이 없고 풍광이 꽤 좋다. 그래서인지 영하의 날씨에 저수지가 꽝꽝 얼어붙었는데도, 홀로 운동하는 사람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달달한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꽤 많이 보인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27번 버스를 타면 자연학습원 입구에서 내리세요.(오른쪽은 독립투사 박희광의 동상)

금오랜드 맞은편에 있는 ‘자연학습원 입구’ 버스정류장 앞. 독립투사 박희광의 동상 옆의 백운교에서 걷기 시작한다. 다리 옆에 보행방향을 표시되어 있지만, 코스는 호숫가를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상관없다. 다리를 지나면 위쪽 차도와 아래쪽 수변 둘레길로 갈라지고 곧 정자가 나타난다. 그 후 계속 이어지는 올레길은 흙길과 긴 수변 데크길, 저수지 위에 떠있는 부교로 다양하게 바뀌면서 걷는 재미가 있다.

길은 짧아도 벚꽃길, 흙길, 숲길, 데크길, 제방길, 부교까지 걷는 재미

커브가 아름다운 호숫가 주변에는 나목이 된 벚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현지인 택시기사님이 말씀하시길, 벚꽃이 피면 저수지가 참 아름답단다. 달빛이 빠진 호수와 해사하게 웃는 연분홍벚꽃. 상상만 해도 낭만만랩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겨울. 회초리를 찰싹 찰싹 맞는 것처럼 살갗을 에는 겨울바람에 벚나무는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2.3km의 수변 둘레길, 길이는 짧지만 물·숲·산이 어우러진 풍광은 다채롭다

길 중간에 아스팔트로 만든 정자도 있고, 곳곳에 벤치도 있고, 둘레길 옆에 가까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 갈 수 있는 경상북도 환경연수원도 있다. 특히 구미시 탄소제로 교육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체험장 등이 잘 꾸며져 있어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 산책길에는 좋을 듯하다. 그곳을 돌아보고 나와서 다시 올레길로 접어들었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퐁당 퐁당 호수를 건너는 기분으로 가볍게!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대공연은 한번쯤 보고 싶다

비록 짧기는 하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데크길 다리, 호수 한가운데서 무대공연을 펼치는 배꼽광장, 호수 위를 걸을 수 있는 부교, 길은 얼굴을 바꿔가며 계속 이어진다. 그러다, 앞서 걸어가던 아이와 아빠가 ‘저게 뭐지, 뭐지?’ 하면서 어딘가를 가리키며 손가락질을 한다. 일부 얼음이 녹은 호수 위로 무언가가 머리만 내밀고 헤엄을 치고 있다. 옆을 지나가던 다른 사람이 갑자기 흥분한다. ‘앗, 수달이다!’

앗, 수달이다! 금오지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꽝꽝 얼은 얼음호수의 숨구멍으로 깜짝 등장한 수달, 반갑다!

수달이 금오산 아래 저수지에 살다니. 순식간에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삽시간에 수달은 사라졌다. 망원렌즈가 아닌 것이 퍽 아쉬웠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수달의 주요 서식지는 전국의 국립공원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금오산국립공원은 빠져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 330호 멸종 위기종 1급이라니 누구든 한번 체크하시길!

‘금빛 까마귀’라는 이름의 금오산

사실 금오산은 이름 그대로 ‘금빛 까마귀’라는 뜻이다.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고구려의 아도화상이 눌지왕 때 선산(현 구미시) 해평면에 한 바위 위에서 좌선을 하다가 모례장자의 기부를 받아 도리사를 창건했다. 그런데 아도화상이 이 산 부근을 지나다가 저녁노을에 까마귀가 황금빛을 띄고 날아가는 것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붙인 것이란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저녁노을에 물들어 날아가는 금빛 까마귀 대신 은빛 얼음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수달을 보았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물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교, 이 코스의 악센트다

금오산과 금오지가 한눈에, 올레길 전망대

부교가 끝나는 지점에 올레길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전망대까지는 400m. 잠시 망설였다. 계단의 경사가 수직으로 보일만큼 만만치 않다. 한발 한발 천천히 오르며, 가끔 뒤돌아서면 금오지의 제방길이 내려다보인다. 계단이 끝나면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 흙길이다. 얼마가지 않아 그 길의 끝에 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올레길 전망대까지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400m를 가야한다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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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오산과 금오지!

저 멀리 금오산의 실루엣이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하다. 검은 먹선 아래로 짙고 옅고 겹쳐지고, 대자연이 그려낸 솜씨에 늘 그렇듯이 감탄한다. 역시 전망대는 힘들어도 빼먹으면 아쉬운 곳이다. 금오산 아래의 세상은 꽝꽝 얼어붙어있다. 언제쯤 봄이 오려나. 나도 모르게 안달을 내지만, 굳이 안달하지 않아도 봄은 오고 있다. 단단한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은빛 얼음호수 위를 걷는 재미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얼음이 균열을 일으키며 봄은 오는 중!

코스 요약

  1. 금오랜드 앞 백운교-금오유선장-경상북도환경연수원 앞-물 위에 놓인 데크길-제방길-물 위에 놓인 데크길-금오랜드 앞 백운교(약 2.6km, 45분)
    *금오산올레길 주변 채미정, 경상북도환경연구원, 전망대 등 관람시간 제외

교통편

  1. 찾아가기 : 구미역에서 12번 버스로 금오산 입구 하차.(소요시간 5분정도) / 구미역에서 도보로 40분 정도 소요.(구미역후문-올림픽기념관-경북외국어고교-금오산오래길) / 구미시외버스터미날에서 12번버스로 금오산 입구하차(소요시간 7분) http://bis.gumi.go.kr(구미시내버스안내)
    승용차 이용시 경상북도 구미시 원평2동 1008-1 구미역
  2. 돌아오기 : 찾아가기의 역순

Tip

  1. 자세한 코스 정보 : 걷기여행 | 두루누비 www.durunubi.kr
  2. 화장실 : 금오산올래길입구 주차장 올래길쉼터 옆
  3. 식수 : 식수보급처가 없으니 인근지역에서 구입, 식수대 있음.
  4. 매점 : 출발점인 올래길 쉼터, 금오산유선장 등 인접지역에서 활용가능함.
  5. 코스 문의 : 금오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54-480-4604

글, 사진: 정윤주(여행 블로거)

2019.02.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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