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서 포구의 분주함을 마주하다

[여행]by 걷기여행길

최근 몇 년 동안 나라 안에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생기고 또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좋은 길을 많이 걷다보면 눈높이가 올라간다. 걷기여행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초기에 걸으면서 좋아했던 길이 심드렁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어지간한 길에는 눈길도 주지 않게 된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길은 표정이 다양한 길이다. 산길, 숲길, 물길, 바닷길 등이 적당하게 이어지는 길이고 볼거리가 있는 길이다. 좀 더 욕심을 내 본다면 산길과 물길을 따라 걷다가 길 끝에서 바다를 만날 수 있다면 최상이겠다. 거기에 대중교통까지 편하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길을 바란다면 그건 지나친 욕심일까? 그런데 인천에 그런 길이 있다. 인천둘레길 6코스로 이름 붙여진 곳, 인천대공원부터 장수천을 따라 소래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인천대공원

인천광역시 남동구에는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녹지공간이 있다. 철마산, 거마산, 소래산, 관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인데 그 중 관모산 자락이 감싸 안고 있는 곳에 인천에서 가장 큰 공원인 인천대공원이 자리한다. 인천대공원에는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한 여러 시설들이 있어서 아이들과 나들이하기에도 좋고, 그다지 높지 않고 어렵지 않은 관모산(162m)의 등산로가 공원의 숲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기에 가벼운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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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은 가족끼리 나들이를 하기에도 그만이고 유모차를 가져와도 좋은 곳이다.

외지 사람이 인천대공원을 찾는 경우에는 대부분 정문인 서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시간적인 여유와 개인의 걷기 취향에 따라 대공원만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관모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도 하지만 공원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면 시간을 제법 잡아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관모산이나 공원의 이곳저곳을 돌아보지 못한다 하더러도 꼭 들러야 할 곳이 하나 있다. 인천대공원 동문 바깥은 만의골이라는 동네인데 이곳에 나이가 800살이 넘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발품을 팔더라도 꼭 가봐야 할 만큼 잘생기고 우람한 은행나무다. 은행나무 주변은 이런저런 식당들이 여럿 있어서 길 떠나는 나그네가 요기를 하고 가기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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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라서 공원은 썰렁하지만 온실 안에는 열대지방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심어왔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의 나이가 1,100년이 넘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에 승려들이 중국에서 씨를 가져와 절 근처에 심은 것이 전국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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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의골 은행나무 - 이파리는 하나도 달려있지 않지만 정말로 우람하고 기품 있는 은행나무다. 

암수 딴 나무인 은행나무의 열매는 냄새가 아주 고약한데 이름은 은행이라는 고상한 이름이다. 딱딱한 은빛 속껍질 때문에 '은 은(銀)'자를 썼고 살구와 비슷한 모습이라서 '살구 행(杏)'자를 붙였다고 한다. 은행나무를 달리 공손수(公孫樹)라거나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할아버지가 나무를 심으면 손주가 열매를 수확하는 나무, 잎 모양이 오리발을 닮은 나무라는 뜻이다.

 

행단(杏壇)은 학문을 배워 익히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공자님이 은행나무 아래 단을 만들어 놓고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인데, 은행나무는 독특한 향이 있어서 벌레가 꾀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어서라고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공자님을 모시는 향교 주위에 은행나무를 많이 심어서 유독 향교 근처에 늙은 은행나무가 많다.

소래습지생태공원

인천대공원을 떠나면 장수천이라는 도심 냇물을 따라가게 된다. 장수천은 소래포구를 지나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데 걸음도 소래습지공원까지는 이 장수천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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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천 - 전에는 오염이 심한 하천이었다는데 그동안의 정화노력으로 많이 깨끗해졌고 잉어들도 떼 지어 다닌다. 

인천둘레길의 이정표가 중구난방으로 부실하기에 이정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이정표가 불친절하더라도 나그네의 걸음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인천둘레길 이정표를 무시하고 장수천 둑길을 따르는 것이 걷기에는 더 편하다. 아파트 단지 옆을 지나는 냇물이라서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 역할도 하는 길인데 아파트 숲 사이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파트 숲과 남동경기장을 지나면 냇가 풍경이 갈대숲으로 바뀌는데 소래습지생태공원이 머지않았다는 신호다. 만수물재생센터 앞을 지나서 소래습지생태공원 북문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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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생태공원의 옛 소금창고 - 삭아가는 창고 너머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눈길이 닿는 너른 들판이 모두 소래습지생태공원이다.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지만 소래습지의 시작은 염전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 무렵 천일염 생산을 위해 이곳에 염전을 만들었고 염전에서는 1996년까지도 소금을 생산했다고 한다. 그 흔적이 습지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는 소금창고들이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허물어지고 삭아가고 있지만 몇 동은 아직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

 

공원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안내지도를 보면서 마음이 가는대로 들길을 걸으면 된다. 철새가 날아드는 호수도 있고 전기로 돌리는 풍차도 있다.

​길 끝에서 포구의 분주함을 마 ​길 끝에서 포구의 분주함을 마

(왼쪽)전기로 바람개비를 돌리는 모형 풍차지만 이른 아침 해가 뜰 때나 저녁 무렵 해거름에는 제법 그럴듯하다.

(오른쪽)소래습지생태공원 폐염전의 소금창고 건물이다.

소래포구

소래습지생태공원을 떠나 1km 남짓이면 소래포구다. 소래포구는 언제나 관광객들로 분주하고 왁자지껄하다. 소래포구는 소래 갯벌에 염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시흥 쪽으로 넘어가는 배를 타던 한적한 작은 나루였다고 한다. 소래에 염전이 생기고 또 일제가 조선의 물자 수탈을 위해 수원과 인천을 잇는 협궤열차 수인선을 부설하면서 소래포구는 수인선 공사인부와 소래염전의 염부들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정박하는 포구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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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에 정박 중인 어선들 - 또 다른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겠지.

그 뒤 1974년에 인천 내항이 준공되면서 소형어선들은 소래포구로 모였고 새우파시로 발전하면서 수도권의 대표적인 재래어항이 되었다. 수도권에서 접근이 쉽고 수인선 협궤열차의 낭만과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모이는 바쁘고 떠들썩한 포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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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을까? 로 고민하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다.

소래(蘇萊)라는 지명유래에는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은 신라와 연합하여 나당연합군을 결성한 뒤에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중국 산동성의 내주(萊州)를 출발하여 지금의 소래포구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 뒤부터 소정방의 소(蘇)와 내주의 래(萊)에서 한 글자씩 따와 ‘소래’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 예전에는 이 지역에 소나무가 많아서 ‘솔내’로 불리다가 소래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 지역의 지형이소라처럼 생겨 소래가 되었다는 설, 그리고 지형이 좁다는 뜻의 ‘솔다’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지명의 유래야 어찌됐던 나그네의 발길은 자연히 갯내 물씬 풍기는 포구로 향하게 되고 북적이는 인파를 헤치고 시장 구경을 끝내면 식성에 맞는 식당을 찾아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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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갈수록 포구의 분주함과 소란함은 잦아들게 되지만 대신 나그네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게 된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 10.6km

걷는 시간 : 3시간 30분 (순 걷는 시간.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인천대공원,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포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거리는 더 늘어나고 시간도 더 잡아야 한다.

걷는 순서 : 인천대공원(호수광장) ~ 장수천(장수교~담방마을~서창jc~만수물재생센터) ~ 소래습지생태공원(습지원~전시관~주차장) ~ 소래포구


교통편 

찾아가기

 - 인천 버스 : 8, 11, 14-1, 15, 16-1, 30, 103-1, 909(정문) 22, 532, 535-1, 536(남문)

 - 인천 지하철 : 시청역 시청후문 8 / 간석오거리역 15, 30, 532, 534, 536 / 인천터미널역 11, 22

 - 서울 지하철 : 지하철 1호선 송내역 남쪽 광장에서 버스로 환승 8, 11, 14-1, 16-1, 30, 103-1, 909 

돌아오기

 - 수인선 소래포구역에서 인천방면으로 가거나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방면으로 갈 수 있다.

 - 수인선 소래포구역 앞에서 인천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걷기여행TIP

​길 끝에서 포구의 분주함을 마
*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386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인천대공원,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포구

 

식당 및 매점: 인천대공원 동문 밖 음식점 밀집지역, 인천대공원 정문 안쪽 편의점, 소래습지생태공원 입구 간이매점, 소래포구 음식점, 편의점 밀집지역

 

숙박업소: 소래포구역 부근은 모텔 밀집지역이다.

 

길안내

- 인천둘레길의 이정표가 친절하지 않아 이정표를 따라 걷기는 어렵다. 

- 인천대공원의 자전거광장 중간쯤에 있는 장수천 상류를 찾아서 걷기 시작한다. 하류로 내려가면서 장수천 오른쪽 둑길을 따라가다가 장수교 부근에서 징검다리로 장수천 왼쪽 둑길로 건너와 하류로 내려간다. 장수2교를 지나면서 다시 자연스럽게 장수천 오른쪽 둑길로 건너가게 된다.

- 남동체육관 부근이 공사 중이어서 노선이 교란되어 있는데 살짝 우회하면 길은 찾아 걸을 수 있다.

- 서창 JC 아래를 지나면 바로 장수천에 놓여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서 장수천 왼쪽 둑길을 따라간다.

 

코스문의: 인천둘레길 추진단  032-433-2122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  032-433-2122

http://www.iagenda21.or.kr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2016.01.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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