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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겨울여행지, 남해바래길 13코스

by걷기여행길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서는 문턱, 그래도 따스한 남해바래길 13코스 이순신호국길

이순신의 유산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겨울여행지,

남해는 아직 가을이 한창이다.

서울은 겨울이 시작되었다는데 남해는 아직 가을이다. 온갖 칼바람을 막아줄 것만 같은 패딩 점퍼를 걸치고 이곳까지 달려왔다만 가벼운 긴 팔 셔츠 한 장이면 충분히 길을 나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산이 울긋불긋하고 공기는 여전히 선선하다. 몇몇 단풍은 이제야 물들기 시작했고 밭에서는 뒤늦은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서는 문턱. 그 가을의 시간이 여전히 느릿느릿 흐르는 이곳에서 누군가는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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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과 그의 군사들을 표현한 조형물

노량 앞바다에서는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만한, 역사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조선군과 일본군이 7년간 지리멸렬하게 싸웠던 전쟁이 끝을 맺는 순간이기도 했다. 1598년 11월 18일. 그러니까 정유재란이 끝나는 그 마지막 해 가을에 이순신은 이곳에서 마지막 남은 일본 수군을 격퇴했고, 그 자리에서 전사했다. 전방급 신물언아사(前方急 愼勿言我死). “눈앞의 전투가 아직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그의 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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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난 후, 이순신의 유해는 남해의 작은 포구 마을에 올랐다. 관음포에서 노량해협이 보이는 한 언덕까지 운구 행렬이 이어졌다. 남해충렬사가 그곳이다. 노량해전의 격전지가 잘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잠시 쉬어간 셈이었다. 사태가 정리되자 그의 유해는 아산으로 이장되었고, 이제 이곳에는 가묘와 사당 등 당시의 흔적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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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래길 13코스 이순신호국길은 바로 그 관음포와 남해충렬사를 연결하는 6.7km 길이의 길이다. 관음포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순신순국공원을 출발해 이락산 자락을 넘어 월곡마을, 감암마을 등을 지나 남해충렬사까지 이어진다. 2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고는 하나, 아름다운 풍경과 오묘한 분위기의 숲, 고즈넉한 포구 마을을 지나는 내내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질 않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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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남해바래길 13코스의 시작점인 이순신순국공원은 이순신의 유허가 처음 뭍으로 올라온 관음포를 중심으로 조성된 추모 공간이다. 그의 순국을 기리는 한편, 나라를 구하는 데 노력했던 그 공을 칭송하는 곳이기도 하다. 크게 야외 공원 산책로와 영상관, 사적 232호 관음포이충무공전몰유허지, 호국광장 등으로 나뉜다. 이순신과 임진왜란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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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이 노량해전의 현장을 조망할 수 있는 첨망대로 이어진다.

이순신순국공원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관음포이충무공전몰유허지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좋아하는 공간이다. 길을 가득 메운 소나무는 물론, 사이사이에 자리한 동백나무는 매년 겨울 빨간 꽃망울을 터뜨려 길을 한껏 화사하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부터 둘러보기에는 마음이 앞섰다. 대성운해, ‘큰 별이 잠기다’라는 뜻의 편액이 걸린 비각을 지나 첨망대로 향하는 500m의 그 길은 특히 더 고요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 길의 끝이 노량해전의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누각이라는 게 매번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는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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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초상화

영상관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주도했던 전투, 그중에서도 노량해전을 다루는 3D 영상을 상영했다. 건물 내에 임진왜란과 관련된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다. 영상관과 산책로로 이어진 리더십체험관은 단체 관람객의 연수 등을 위한 공간처럼 보였는데, 한옥으로 꾸며진 것이 단아한 멋을 풍기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명언 등을 따라 쓰는 체험, 장군복을 입고 북을 울릴 수 있는 복식체험 등 소소한 즐길 거리도 마련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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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순국공원 호국광장, 분청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완성한 호국의 벽

다시 영상관을 지나 호국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노량해전 당시의 모습을 분청도자기에 그려낸 벽화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분청도자기 벽화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단다. 그 뒤로 조성된 각서공원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여러 조형 작품을 만나볼 수도, 임진왜란의 여러 기록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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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이 정박하고 있는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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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코스 초반에는 포구가 이어진 둑길을 따라 걷는다.

본격적으로 남해바래길 13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차면방파제가 있는 곳으로 나아간 뒤, 이락산 자락을 타고 오르는 길이었다. 바다를 곁에 두고, 하늘 가까이에서 걷는 길인 것이다. 잔잔한 바다는 400여 년 전 그날의 절박함을 간직하고 있기라도 한 것인지. 조금은 야속해 보이기도 했다. 바다 건너로는 여수가, 곳곳에 솟은 섬들과 그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어선들의 실루엣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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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락산 자락으로 오르는 길

이락산 사이로 난 임도를 따라 올랐다. 아직 가을걷이가 미처 끝나지 않은 모습과 함께 이제 막 채소를 심는 이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밭두렁 위에서 조곤조곤 잠든 길고양이는 인기척이 들려와도 실눈을 떠 살짝 확인할 뿐. 다시 달콤한 낮잠에 빠져드는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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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바래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은 물론, 리본과 안내 표지도 적절히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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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쌓인 임도

노량대교와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가 생겨서인지, 아니면 그전부터 사용하지 않았던 길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2차선 도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가는 이가 없어서일까. 길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왠지 모르게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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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래길 13코스는 점점 더 깊은 숲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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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꼭대기에 남겨둔 감

임도를 지나 숲길로 접어들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능선에서는 다시 반가운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껏 가을의 들녘을 장식했던 억새가 점점 야위어가는 모습으로, 그러나 여전히 바람결을 따라 흩날리고 있었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이 저 멀리에서도 억새의 춤사위를 한껏 꾸며냈다. 언덕 위 감나무, 이제는 앙상해진 그 나뭇가지 끝에는 마을 주민 누군가가 남겨 둔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도 했다. 까치를 위한 것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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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과 소나무로 가득한 숲

또다시 이어진 숲길. 이제는 내리막길을 따라 월곡마을로 향하는 길이다. 편백으로 가득한 숲이 나타났다. 편백과 소나무가 빼곡하게 오솔길을 뒤덮었다. 깊고도 오래되었음 직한 숲. 바깥세상의 모든 소리를 차단이라도 한 듯이 고요했다.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이따금 울려 퍼지는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자박거리는 소리까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숲에 온 것 마냥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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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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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대교

숲은 길지 않았다. 대신 마을을 내어주었다.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는 작은 포구가 노량 앞바다를 따라 불규칙하게 묶여 있었다. 다들 조업에 나섰는지 마을은 조용했다. 벌써 찾아든 철새들만이 오가는 이들을 반길 뿐이었다. 일렁이는 물결은 연신 방파제를 적시고 있었다. 저 멀리 노량대교의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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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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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남해대교의 모습

하동군과 남해군을 잇는 노량대교는 1973년 건설된 남해대교를 대체하는 교량으로, 2018년 9월 13일 개통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양쪽 육지에 주탑을 건설하고자 세계 최초로 주탑을 비스듬하게 세우는 공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브이(V) 자로 펼쳐지는 듯한 양쪽의 주탑은 노량해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듯하고, 유선형의 케이블 형태는 학익진의 형태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바로 아래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바다가 흐르니, 이런 의미 부여도 꽤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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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리 마을 풍경

노량대교 아래로, 저 멀리 여수가 보이는 곳까지 펼쳐진 바다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햇볕을 한껏 받아내고 있었다. 강태공들이 던지는 낚싯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지이잉거리며 신나게 돌아가는 릴 소리만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매일 새벽 차가운 공기를 쩌렁쩌렁 울려댈 도매시장이 멀끔히 정리된 모습, 어구 사이로 요리조리 날쌔게 움직이는 길고양이들의 모습, 줄에 매달린 채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하고 있는 듯한 생선들의 모습. 영락없는 어촌의 얼굴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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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충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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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충렬사, 제사를 준비하던 재실

이순신호국길은 남해충렬사에서 끝을 맺는다. 이순신의 순국 직후, 관음포에서 이곳으로 온 것이니, 남해바래길 13코스는 이순신에서 시작해 이순신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순신이 처음으로 안장되었던 남해충렬사 뒤쪽 무덤은 여전했다. 사당은 현재 공사 중이지만 12월 초순이면 끝난다니, 조만간 한 번 더 들러도 괜찮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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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래길을 걷다가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 생선을 말리는 모습

노을빛만큼이나 긴 여운이 바다를 적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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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갔다.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기도 했고, 왠지 길을 곱씹어 보고 싶기도 해서. 조금은 천천히 걸었다. 남해바래길 13코스를 벗어나 거미줄 같은 마을의 골목길을 탐닉해보기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순신순국공원 앞바다가 발끝에 닿을 무렵,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남해의 가을을 미처 다 느끼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노을도, 붉게 물든 여운도 그리고 나도 이 가을의 끝을 애써 부여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거리 : 7.2
  2. 코스 경로 : 관음포이충무공전몰유허~(0.6km)첨망대~(0.7km)이순신영상관~(2.7km)월곡항~(1.5km)감암위판장~(1.5km)이순신순국공원(관음포이충무공전몰유허, 첨망대, 이순신영상관 다 있음) - 차면항(현장종합안내판에 씌여 있음) - 월곡항 - 감암위판장 - 남해충렬사
  3. 소요 시간 : 2시간30분
  4. 난이도 : 보통
  5. 찾아오는길 : 마을정류장에서 남해읍 방면 버스를 타고 터미널까지 가시거나, 남해대교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음. 남해터미널 (055)863-5056,
    1. 가는 차: 남해터미널에서 차표 발행시 이순신순국공원 간다고 하고 기사님께도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 주심
    2. 오는 차: 남해충렬사에서 남해대교 입구로 가면 남해터미널 가는 차 자주 있음
  6. 문의전화 : 남해군 미래전략사업단 055-860-3624, 남해바래길사람들 (055)863-8778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이충무공전물유허지, 차면마을, 월곡마을, 남해충렬사 등 코스 내 6개소
  2. 식수 : 사전준비
  3. 매점 : 이충무공전몰유허지, 남해충렬사 인근
  4.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 사진 : 김정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