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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충북 보은 가볼만한곳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by걷기여행길

폐허의 길에서 만나는 완벽한 안온함 '보은 삼년산성길'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무너진 성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절에 찾는 맛도 특별하다(2~3월 초).

보은 삼년산성은 1600년 전인 신라20대 자비왕 때 축성된 석성이다. 성을 완공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해서 삼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삼국사기에 전한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결정적인 요인 중에 하나로 이 삼년산성이 등장할 정도로 이곳은 요지이고, 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지금도 성벽두께에서 기가 질린다.

 

침입해오는 적군을 막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삼년산성은 특이하게도 성문이 바깥쪽으로 열리도록 설계되어 운용되었다. 즉, 방어를 하다가도 언제라도 성문을 열고 적진을 향해 돌격할 수 있는 과감한 공격스타일을 선보였다는 뜻이다.

나에게 무관심한 네가 좋다!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근년에 새로 보수한 서쪽 성문지를 통해 입장한다. 철쭉이 환한 계절은 성곽을 따라 분홍 띠를 이룬다.

삼년산성 걷는 길은 성곽 안쪽을 따라 한 바퀴 순환하도록 되어 있다. 5월 초에 찾은 보은 삼년산성은 성곽을 따라 피어난 철쭉꽃이 분홍 띠를 이뤄 화사함을 뽐낸다. 패전(敗戰)을 모르던 고려의 왕건마저 줄행랑을 치게 만들었던 무시무시한 이미지는 삼년산성 해설문에만 문자로 남아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알릴뿐이다.

 

필자가 시시때때로 찾는 곳이지만 우리 일행 외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늘 한산하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그 덕에 난공불락의 요새 속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의 평화로움을 깨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틈을 노리는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도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만 같은 안온함이 깃든다.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산성 입구인 서문지. 문축 초석이 남아 당시 성문이 바깥쪽으로 열리는 공격형이었음을 알려준다.

삼년산성 입구인 서쪽 서문지에서 왼쪽으로 길을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본다. 근년에 고쳐지어 새것처럼 느껴지는 입구의 성벽을 지나면 오랜 시간의 더께에 파묻힌 옛 성돌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곳은 무너진 성벽을 무심하게 방치한 듯 널브러진 성돌들이 급한 경사를 이룬 곳이 이어진다.

 

그런데 필자와 더불어 이곳을 함께 찾았던 100여명의 일행들 모두 이 무너진 성벽 구간에서 더 큰 마음의 안식을 얻었단다. 늘 가득 차서 반듯하게 높이 솟은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 무너진 옛터는 낯설다. 이 낯섦 속 안온함이 머무는 것은 자신의 빈틈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저 돌들의 무심함이 아닐까.

 

더 나아가 평소 대자연 속에서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것 역시 자연이 철저하게 인간에게 무관심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슨 이상한 짓을 하더라도 곁에 있는 나무가 참견하거나 잔소리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앞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겠다. “나에 대한 관심을 꺼주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하고 있다면, 자신에 대해 너무 지나친 관심을 쏟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겠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조금은 무관심해질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고, 실천해보자.

고려시대 석불의 조형미를 보라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고려시대 석불의 전형적인 친근함을 보여주는 보은사 석조 여래입상. 본문에 언급한 대로 감상해보시길.

무너진 성벽길 중간에 주황색 양철지붕을 얹은 보은사 사찰을 들린다. 100년 조금 넘은 사찰이지만 본당 옆 미륵전에 모셔진 고려시대 석조 여래입상을 친견할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인근에서 옮겨왔다는 석불은 형식보다 뜻을 중시여겼던 고려시대 불상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 조각 수법이 거칠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첫인상이 거칠어 보인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을 보거나 불상을 볼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얼굴부터 본다. 이 불상의 두상은 눈코입이 뭉뚝하여 적당히 새겨진 듯 보인다. 가슴 앞에 염주를 들고 돌리는 듯한 모습의 손도 큰 공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대충 조각되어 있다.

 

하지만 눈여겨보지 않는 옷주름의 유려한 곡선을 조금 가까이 가서 디테일하게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서 석불의 조형미를 전체적으로 다시 감상해보라. 석불 앞에서 기원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품어낼 수 있는 따스함과 친근함을 조금 무심한 듯 새겨진 두상과 손으로 구현해 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옷주름을 통한 장식미는 잃지 않았다. 석공이 허투루 쪼아 만든 작품이 아닌 것이다. 흔히 조형미가 떨어진다고 알려진 고려시대 석불들이 대체로 이와 같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눈여겨보지 않는 옷주름의 유려한 곡선을 조금 가까이 가서 디테일하게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서 석불의 조형미를 전체적으로 다시 감상해보라. 석불 앞에서 기원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품어낼 수 있는 따스함과 친근함을 조금 무심한 듯 새겨진 두상과 손으로 구현해 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옷주름을 통한 장식미는 잃지 않았다. 석공이 허투루 쪼아 만든 작품이 아닌 것이다. 흔히 조형미가 떨어진다고 알려진 고려시대 석불들이 대체로 이와 같다고 생각된다.

지금 이 순간, 성곽길에 충실하자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완벽하게 복원한 구간, 적당히 복원한 구간, 방치한 구간 등 다양한 느낌의 길을 걷는다. / 폐허의 무심함이 선사하는 완벽한 휴식, 내려놓고 걸어보라.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동북치성 위에 만든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쪽 파노라마 풍광. 사방이 탁 트인다.

다시 오래된 성벽을 따라 낮은 언덕을 오른다. 왼쪽으로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은 동북치성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 샛길이 보인다. 어지간하면 계단 위 전망대에 올라보길 권한다. 특히 시계(視界)가 트인 날이라면 더더욱 놓치지 말아야할 명불허전의 파노라마 풍광이 열린다. 왜 이곳에 긴 시간과 물자와 인력을 들여 산성을 지어 올렸는지 알게 된다. 연둣빛이 성벽을 두를 때도 좋지만 나뭇잎이 없는 계절에는 무너진 성벽이 도드라져 더 운치가 있다. 코앞의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한 분이라면 더더욱 이곳에 올라 작은 액정화면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광활한 세상이 있음을 실감해볼 필요가 있겠다.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복원해 놓은 동문지.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힐링되는 성곽 산책길 '보은 삼년산성

저 거대한 장벽을 세우고 난 후 진정 안온함을 느꼈을까. / 보은시를 둘러싼 분지 중앙인 오정산에 축성되어 주변이 넓게 조망된다.

동쪽으로 바깥세상과 소통하던 동문지도 다시 복원한 모습이다. 동문 지나 이어지는 성곽길이 탁 트여 보기에 좋다. 그 성벽 위를 걸어가는 이들을 먼발치서 보노라면 길 위의 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길은 사람이 제 스스로를 위해 만든 것이니 온전히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길의 주인은 사람이고, 그 길을 걷는 사람이 임자다. 그리고 그 길을 지나간 뒤에는 그 길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그 길이 좋아도 싸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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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성곽길에서 멀리 보이는 보은사. 북쪽 성벽을 병풍처럼 두른 배치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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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 두께에서 왜 이곳이 난공불락의 요새였는지 가늠된다.

과거의 실수나 실패, 아픔을 계속 가슴에 담아두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것도 지나간 길을 놓지 못하고, 계속 끌어않고 힘들게 걸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는 아무리 후회해도 바뀌지 않는다. 반면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순간인 것이다. 순간순간을 잘 살아내면 미래는 자연스럽게 좋은 길로 이어질 것이다.

 

보은 삼년산성을 찾았다면 온전히 두 발로 딛고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집중하여 순간순간을 걸어내길 바란다. 그곳이 어디일지라도.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시간 : 1시간 30분 내외 (관람시간 포함)
  2. 거리 : 2.6km
  3. 걷기 순서 : 주차장~서문지~서쪽 성곽길~보은사~동북치성 전망대~동문지~남문지~서문지~주차장

걷기 여행 TIP

  1. 압축 소개 : 보은 삼년산성은 산성의 나라라 불렸을 만큼 수많은 산성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산성마니아들이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명불허전의 산성 답사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찾아도 한적하여 안온한 마음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신라의 삼국통일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이 삼년산성에서 출동한 군사들이었다. 지금은 적군의 창칼을 막는 역할을 내려놓고 이곳을 찾는 현대인들을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주는 충실한 안식처가 되었다.
  2. 관광 포인트
    1. 입구인 서문지의 문초석(공격형 산성임을 알 수 있음)
    2. 동북치성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파노라마 풍광
    3. 보은사 고려시대 석조 여래입상의 친근함과 당시의 형식미
  3. 화장실 : 삼년산성 주차장, 보은사
  4. 식수 및 식사 : 없음
  5. 교통편
    1. 대중교통 : 보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약 10분 거리 (택시비 약 5천원 내외)
    2. 자가용 : 보은 삼년산성 주차장
  6. 코스문의 : 보은군 관광안내소 043-542-3006
  7.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윤문기 여행작가

 

"해당 길은 2019년 6월 이달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