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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드론과 함께한 걷기여행

우리나라 가볼만한 곳 '대덕산 금대봉 생태탐방로 분주령 코스'

by걷기여행길

야생화 향기에 취해 하늘하늘 걷는 길

 

몇​ 해 전 12월 말 함백산 일출을 찍겠다고 허벅지까지 눈 쌓인 길을 헤치며 산에 오른 적이 있다. 태백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에 머물고 있는 바람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어찌나 힘이 좋던지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았다. 바람을 등지고 손을 ‘호호’ 불며 보온병에서 따뜻한 물을 따랐다. 함백산 칼바람은 그 온기마저 삽시간에 앗아가 버렸다. 참 야속한 바람이었다.

 

태백 고한에서 택시를 타고 두문동재(1,268m)에 올라서는 길, 잠시 옛 추억을 떠올려 봤다. 매서운 추위와 바람 앞에 주목 군락을 바라보던 겨울 산행의 추억이 이른 여름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말의 뿌리가 있는 고갯길

백두대간이 내려오는 두문동재는 천상의 화원길로 불리는 꽃길로 유명하다.

함백산 만항재부터 시작하는 길은 오래전부터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장소로 이름난 곳이다. 이른 봄 시작하는 꽃의 축제는 가을이 다 돼서야 끝을 내는 듯하지만 겨울이 오면 주목 위에 핀 상고대로 바통을 이어간다.

 

이번 코스는 함백산을 내려와 두문동재부터다. 이곳부터 금대봉~대덕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무나 들 수가 없다.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 (https://reservation.knps.or.kr/main.action) 에서 미리 사전 입산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인원도 하루 300명으로 제한된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돌아 오르막이 끝나고 백두대간 두문동재 비석 앞에 택시가 섰다. 해발 1,000m를 훌쩍 넘기자 바람 또한 달고 상쾌하다. 그런데 재는 높은 산의 고개란 이야기인데 두문동이란 단어가 생소하다. 가만 설명을 읽어보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지 않음을 뜻하는 두문불출(杜門不出)이 여기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시작이 어디인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말의 뿌리를 만남 셈이었다.

 

본래 두문동은 고려 말 유신들이 조선 건국에 반대하며 벼슬을 거부하고 은거하던 경기도 개풍군 광덕산 서쪽 골짜기에 있었다. 그러다 조선 초 이곳에 살던 고려 망국 유신 가운데 일부가 삼척 땅에 유배 온 고려 마지막 왕 공양왕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러던 중 공양왕이 타살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태백 건의령에서 관모와 관복을 벗고 이 고개를 넘어 정선에 두문동이란 터전을 잡고 살게 됐다고 한다.

금대봉 가는 꽃길 위의 이야기

봄부터 가을까지 금대봉~대덕산 구간을 걷기 위해서는 사전 신청이 필수다.

걷기의 시작은 두문동재 탐방지원센터부터다. 신청자 명부를 확인하고 녹음이 우거진 산으로 들어선다. 시작부터 노란 꽃들이 입산을 반겨준다. 그 옆에선 투구꽃이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한뎃잠을 청하고 있다.

‘천상의 화원’이란 말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길의 시작이다. 곧게 나 있는 길은 금대봉으로 이어진다. 가는 길에 국립공원공단 직원을 만나 눈여겨봐야 할 꽃들이 뭐가 있는지 여쭸다. 봄꽃이 지고 여름 꽃 준비가 한창이라고 했다. ‘봄=꽃’이란 등식을 갖고 살던 내게 여름 꽃이라니. 사실 꽃이 다 졌으면 어쩌나 하고 초조하던 내게 자연은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것 좀 보세요!”

 

“그게 뭐죠?”

 

“한번 만져보세요, 꼭 털 같지 않아요. 유일한 검은 꽃인데, 이름이 요강나물 꽃이에요. 그 옆에 있는 꽃도 좀 보세요. 바닥에서 꽃이 피죠, 족두리 꽃이에요.”

이런저런 설명을 듣다 보니 발걸음에 재미가 넘친다.

붉은 병꽃나무와 미나리아재비 꽃이 걷는 길을 더욱 화사하게 해준다.

금대봉은 조망이 없다. 장쾌한 산맥을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다.

 

봉우리 이름은 신라 선덕왕 때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기 위해 정암사를 창건하면서 금탑, 은탑, 수마노탑을 세웠는데 육안으로 볼 수 없도록 금대봉에 금탑을, 은대봉에 은탑을 묻었다는 전설에서 왔다. 그래서인지 금대봉에는 금을 캐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실제로 금맥이 발견된 적은 없다고 한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 이어지는 1.2km의 능선을 싸리재 또는 불바래기 능선이라고도 부른다. 불바래기란 불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과거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기 위해 산 아래에서 놓은 불을 이 능선에서 맞불을 놓아 진화한 데서 왔다.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가는 길은 숲과 들의 조화가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생태계의 보고 속으로

금대봉을 내려와 분주령까지는 숲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의 연속이다. 고목나무, 신갈나무, 피나무 군락을 차례로 지나는데 깊은 숲이 내뿜는 공기가 이만저만 상쾌한 게 아니다. 거기다 알록달록 꽃들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으니 걷기가 이보다 즐거울 수가 없다. 걸음을 더할수록 숲은 어딘가 모르게 사람 손이 덜 탄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쥐손이,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야생화들을 알아 가는 게 이번 트레킹의 가장 큰 매력 같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은 환경부가 자연 생태 보호 지역(126만평)으로 지정한 곳이다. 여기에는 노랑갈퀴, 금강제비꽃, 좁은 단풍, 두메기름나물, 도라지 모시대, 분취, 홀아비바람꽃 등 우리나라 토종 식물은 물론 털댕강나무, 왜미나리아재비, 바이칼바람꽃, 나도바람꽃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이따금 천연기념물 새매와 검독수리 등도 관찰된다.

토종 식생이 가장 잘 보존된 귀한 숲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분주령이다. 이곳에서 대덕산(1,307m) 정상으로 난 오르막을 오른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다. 숨이 적당히 가빠질 때쯤, 조망이 열리고 태백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닿는다. 건너 산 고랭지 배추밭이 손에 잡힐 듯하고 그 옆으로는 풍력발전기가 이국적 풍경을 만들어 낸다.

대덕산 정산에서 바라 본 태백 고랭지 배추밭 풍경.

드론과 함께한 여정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뒤로하고 길을 내려서면 야생화가 만발한 너른 분지를 만난다. 하얀 강활 꽃이 만개한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다. 작고 하얀 꽃잎이 쉼 없이 하늘하늘거리는 아찔한 풍경에 잠시 배낭을 풀어 본다.

이번 산행에서는 하늘에서 꽃길을 담아 보기 위해 드론을 챙겨 왔다.

준비해 간 드론을 꺼내 하늘에 올린다. 새의 눈으로 바라본 화원은 그야말로 꽃 천지다. 풍경 속에 오솔길까지 더해지자,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드론을 통해 담은 절경

조금 더 그림을 담아 보고 싶지만 변덕스러운 바람이 몰려온다. 드론의 호버링(Hovering, 공중정지)이 불안해진다.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바람에 휘청이는 드론을 서둘러 내려 본다.

 

드론은 바람에 취약하다. 이동 중 옆바람이나 뒷바람을 강하게 맞으면 추락 위험이 높다. 바람이 좀 강하다 싶으면 서둘러 기체를 회수하는 게 상책이다. 드론 조정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기상 상황을 간과할 때가 많다. 강한 맞바람이 부는 경우 드론의 힘으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배터리를 다 소모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짙은 안개나 약한 비를 무시하고 비행을 하다 프로펠러 구동 모터에 쇼트가 일어나 추락하는 일도 있다.

 

안전한 드론 운용을 위해선 이런 조종 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비행 절차에 대한 부분도 꼭 숙지해야 한다. 먼저 비행하고자 하는 장소가 비행 가능 지역인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공항이나 군사시설이 인접해 있으면 비행 불가능 지역일 가능성이 크다. 전국의 드론 비행 가능 지역을 알고 싶으면 스마트폰 앱 ‘Ready to fly’ 등을 이용하면 된다.

 

또 비행 가능 지역이 국립공원일 경우 행정 절차가 필요한데 해당 국립공원사무실에 연락해 ‘국립공원 내 무인비행 장치 비행 승인 신청서’ 양식을 받아 작성하고 승인 여부를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비행과 촬영이 비상업 용도인지, 상업 용도인지를 밝혀야 한다. 만약 상업 용도라면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신비로운 한강 발원지

야속한 바람 때문에 드론 촬영을 길게 하진 못하고 다시 길을 나서본다. 대덕산 정상부터 한강 발원지 검소룡까지는 비교적 편안한 내리막이다. 어느 순간부터 길을 따라 나 있는 계곡에서 ‘졸졸졸’ 물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마치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대덕산부터 검룡소까지는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그러다 대덕산 트레킹 종료지점 오른쪽으로 검룡소 가는 길을 만난다. 10여 분 길을 오르면 사계절 섭씨 9도를 유지하며 하루 2,000여 톤의 지하수를 용출하고 있는 검룡소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소에서 몸부림치며 달려 나가는 물길은 정선, 영월, 충주, 양평 등을 가로질러 김포를 지나 서해로 흘러간다. 그 길이만 500km가 넘는 대장정이다.

검룡소에서 내려온 물이 계곡을 이루며 흘러가고 있다.

무려 1억 5,000만 년 전 백악기에 형성된 석회암 동굴 검룡소에는 한 가지 전설이 서려 있다.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에 들어가려고 몸부림친 흔적이 지금의 폭포인데 당시 근처에 물을 마시러 오는 소를 잡아먹어 동네 사람들이 검룡소를 메워 버렸다는 이야기다.

사진 왼쪽 위가 하루 2,000톤의 물을 용출하고 있는 한강 발원지 검룡소다.

길의 끝, 물길 따라 흘러가는 시원한 계곡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차분히 트레킹을 마무리하는데 이만한 장소도 없다.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시간 : 약 5시간
  2. 거리 : 약 10.6km
  3. 걷기 순서 : 두문동재~금대봉~고목나무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검룡소주차장
  4. 코스 난이도 : 중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두문동재 탐방지원센터, 검룡소 탐방지원센터
  2. 음식점 및 매점 : 출발 전 고한 시내 또는 하산 뒤 검룡소 주차장 간이매점 이용. 산행 중 식수 보급처가 없으니, 미리 준비.
  3. 교통편 : 출발지 두문동재로 가는 대중교통 편은 없다. 서울에서 버스나 기차로 고한까지 이동 뒤 택시 이용.
  4.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김동우 여행작가

 

"해당 길은 2019년 7월 이달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