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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거북아 거북아 내 소망을 들어다오!, 향일암 해안길 생태탐방로

by걷기여행길

향일암 입구의 일출 광장에서 본 일출. 드라마틱 한 구름이 일품이다.

향​일암 해안길 생태탐방로는 여수 향일암(向日庵)의 일출과 돌산도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두루 만나는 길이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향일암은 경남 남해 보리암, 인천 강화 석모도 보문사,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소위 ‘기도발’이 잘 듣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4대 관음 도량 중 하나다. 향일암은 수려한 기암괴석 사이에 암자 건물들이 자리 잡고,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해 풍광이 빼어나다. 돌산도는 1984년 돌산대교로 연결되어 뭍이 된 섬으로 ‘돌산’이란 이름처럼 산이 많아 바다와 어우러진다. 소율항, 대율항, 작금항, 돌산항 등 아담한 항구가 도처에 자리하고, 화태도와 연결된 화태대교, 돌산향교 등의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우리나라 4대 관음도량, 향일암

향일암 일출을 보기 위해 주변 숙소를 물색하다가 여수 봉황산자연휴양림을 찾아냈다. 휴양림에 도착한 건 저물 무렵. 돌산도에서 가장 높은 봉황산(460.3m) 산허리에 자리 잡아 조망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은 적중했다. 고맙게도 숙소 테라스에서 개도, 제도, 백야도 등이 저물어가는 장엄한 일몰을 감상했다. 일몰을 봤으니 다음은 일출 차례다.

원통보전 앞에서 본 일출.

향일암 해안길 생태탐방로의 핵심은 향일암이다. 향일암은 생태탐방로 코스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일출을 보고 코스를 따르는 게 정석이다. 향일암 해안길 생태탐방로는 돌산도의 수려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코스가 대부분 도로를 따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걷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출발점인 임포마을에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 날, 오전 7시쯤 숙소를 나왔다. 그날 여수의 일출 시각은 7시 37분. 예정보다 20분쯤 늦게 출발한 바람에 향일암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만나기 어려웠다. 우선 향일암 주차장 위에 자리한 일출 광장으로 향했다. 일출 광장에 도착하자 막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미리 자리 잡은 사람들이 붉은 해를 배경으로 분주하게 사진을 찍는다. 수평선에 구름이 조금 꼈지만, 그 위로 드라마틱 한 구름이 하늘을 수놓았다. 덕분에 화려한 일출을 만났다. 혹시라도 일출 시간을 못 맞추거나 향일암까지 오르는 수고를 덜고 싶다면, 일출 광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향일암 3개의 일출 포인트

향일암 가는 길에 만나는 불언(不言), 불문 (不聞), 불견(不見) 보살상 / 향일암 경내로 들어가는 해탈문

금오산 기암괴석들을 배경으로 서 있는 원통보전 / 관음전 옆의 해수관음상. 관음상 옆에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연리지인 ‘사랑나무’가 있다.

이제 향일암으로 발길을 옮겨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계단이 끝나자 불언(不言), 불문 (不聞), 불견(不見)을 알리는 보살상이 보인다. 표정이 귀엽고 익살스러워 살포시 미소가 지어진다. 등용문을 통과하면, 커다란 암벽이 버티고 있다. 그 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 이곳이 해탈문이다. 해탈문을 통과하면 옛 대웅전 건물인 원통보전 앞에 이른다.


향일암의 일출 포인트는 세 개다. 향일암 아래의 일출 광장 그리고 원통보전과 관음전이다. 원통보전 앞마당에서 여전히 붉은 기운을 거느린 해가 힘차게 세상을 비추고 있다. 관음전 가는 길에도 거대한 암벽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몸을 낮춰야 통과할 수 있는 길이다.

관음전 앞 간절한 염원이 담긴 엽서.

관음전의 앞마당은 작고 아담하지만, 넓고 큰 바다가 펼쳐져 있다. 관음전 옆에는 해수관음보살이 살짝 미소를 머금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관음전 주변에는 유독 거북이 모양의 돌조각들이 많다. 거북이는 향일암의 상징이다. 향일암의 지세가 거북이가 등에 경전을 지고 용궁에 들어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관음보살에 삼배를 올리고, 두 손 모아 관음보살과 바닷속 거북이에게 새해 소원을 빌었다. 관음전 앞 난간에는 소망이 담긴 엽서가 빼곡하게 달려 있다. ‘가족 건강, 만사형통, 소원성취. 늘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자!’라는 글이 눈에 띈다.

사랑나무에서 붉은 동백꽃이 피었다.

관음전에서 꼭 찾아봐야 할 명물이 ‘사랑나무’다. 해수관음보살상 오른쪽에 자리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다. 두 나무는 암반에 뿌리를 두고 있고, 뿌리부터 붙어서 자랐다. 가히 운명적 사랑이다. 후박나무는 해수관음살 쪽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동백나무는 관음전 쪽으로 붉은 동백을 피워냈다. 향일암 구석구석 동백나무가 많다. 겨울철에 붉은 꽃을 피워낸 게 기특하다.

금오도가 한눈에 잡히는 끝등전망대

향일암을 창건한 원효대사가 앉아 수행했다는 좌선대 / 향일암에 내려다보이는 항구

아담하고 정겨운 율림마을 소율항/ 율림치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율림마을 대율항

향일암에서 내려오면 본격적으로 향일암 해안길 생태탐방로를 따라갈 차례다. 향일암 입구의 임포마을에서 향일암휴게소 직전까지 약 700m 구간에는 도로 옆에 탐방로가 있어 걸을만하다. 하지만 탐방로가 끝나면 차를 타고 드라이브로 둘러봐야 한다. 임포마을을 출발하면 율림마을의 소율항과 대율항이 차례로 나온다. 앞쪽에 하트 모양의 밤섬이 떠 있는 정겨운 항구다. 대율항에서 금오산 줄기를 넘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고갯마루인 율림치에는 널찍한 성두주차장이 있다. 여기에 금오산 등산로가 나 있는데, 금오산 정상을 찍고 향일암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다. 길이 평탄해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항구에서 올려다본 임포마을과 향일암 / 향일암 입구에서 700m쯤 데크 산책로가 이어진다 / 향일암 해안길 생태탐방로 곳곳에 위치한 전망대

율림치에서 내려오면 성두리가 나오고, 구불구불 도로를 따르면 끝등전망대에 닿는다. 언덕 위에 자리한 끝등전망대는 향일암 해안 생태탐방로를 통틀어 가장 전망이 뛰어나다. 2층 정자에 오르자 거침없이 바다가 펼쳐진다. 앞쪽에 버티고 있는 크고 긴 섬이 금오도다. 그 앞으로 소횡간도, 대횡간도, 화태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끝등전망대에서 바라본 금오도 /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지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끝등전망대

다시 길을 나서 작금항을 지나면 바다 위에 떠 있는 화태대교가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금오도행 여객선이 다니는 신기항에는 화태대교가 손에 잡힐 듯 나타났다. 2015년에 개통한 화태대교는 돌산도와 화태도를 연결해주는 다리다. 다리 덕분에 화태도는 내륙과 연결됐다.

돌산도는 겨울철에도 날씨가 따뜻해 푸릇푸릇 마늘이 자란다. / 돌산도 도로 옆에 가로수처럼 심은 동백나무에서 활짝 꽃이 피었다.

돌산도와 화태도를 연결하는 화태대교 / 겨울철 돌산도에서는 각굴 양식이 한창이다.

1897년에 건립된 돌산향교 / 돌산읍 평탄한 지형에 자리한 돌산향교

신기항을 출발해 돌산읍에 닿기 전에 돌산향교를 만난다. 돌산읍 중심에 자리한 돌산향교는 그 주위에 4개의 학교가 있어 옛 성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현재 대성전, 명륜당, 풍화루, 서재 등이 복원됐다. 돌산향교를 지나면 돌산항에 이른다. 따뜻한 볕이 쏟아지는 항구에서 향일암 해안 생태탐방로 탐방을 마무리한다.

겨울철 여수의 별미, 삼치회

겨울 포구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돌산항 / 삼치회

탐방을 마친 후에는 여수의 별미를 즐겨보자. 풍부한 해산물이 가득한 겨울철 여수는 식도락가들이 꼭 방문하는 지역이다. 삼치회는 겨울철 여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삼치는 고등어, 꽁치와 함께 대표적인 등 푸른 생선으로 풍부한 DHA는 태아의 두뇌 발달을 돕고 노인들의 치매 예방, 기억력 증진,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겨울철 삼치는 살에 기름이 올라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살이 희고 부드러워서 노인이나 아이들도 먹기에도 좋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 근처의 대성식당(061-663-0745)이 삼치회로 유명하다. 삼치회(2인) 40,000원.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시간 : 5시간(차량 드라이브 약 1시간)
  2. 걷는 거리 : 약 18km
  3. 걷기 순서 : 임포마을~향일암~임포마을~소율항~대율항~율림치~신기항~돌산향교~돌산항
  4. 코스 난이도 : 보통
  5. 코스 타입 : 비순환형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향일암
  2. 음식점 및 매점 : 임포마을과 돌산읍에 식당이 많다.
  3. 문의 : 여수시청 관광과 061)659-3871
  4.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진우석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