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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한성백제왕도길 1코스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걷는 길

by걷기여행길

백제는 기원전 18년부터 기원 후 660년까지 한반도에서 세를 떨친 고대 왕국이다. 한성백제(기원전 18~475)는 백제가 한성 즉 한강을 중심으로 현재의 서울에서 493년 동안 융성한 문화를 꽃피운 시기를 일컫는다. 이 시기 이후 웅진백제시대(475~538), 사비백제시대(538~660)가 펼쳐진다.

 

한성백제는 고구려의 두 왕자인 비류(생몰년 미상)와 온조(미상~28년)에 의해 건국됐다. 비류는 현재의 인천 지역인 미추홀에, 온조는 서울에 기반을 삼았다. 비류가 죽자 그를 따르던 백성들은 온조의 휘하로 들어왔고, 이때부터 백제라는 나라가 시작됐다.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천호역 풍납토성 입구부터 풍납토성까지

서울 송파구 천호역에서 석촌역에 이르는 한성백제왕도길 11km 길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지나 한성백제박물관과 방이동 고분군, 석촌동 고분군 모두 다 아우르는 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온전한 걷기길이 아니라 찻길을 겸한다는 점. 그러니 굳이 도보 완주를 할 필요 없이, 중간에 대중교통으로 몇 군데를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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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한성백제왕도길의 시작인 천호역 10번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풍납토성이 보인다. 사실 토성 터는 안쪽에 있어 근린공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타원형 구조의 풍납토성(사적 제11호)은 유실된 서벽을 제외하고 동·남·북벽이 남아 있다. 온전한 모습이라면 길이 3.5km의 거대한 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납토성은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1997년 한 대학 조사단이 아파트 공사장 터파기 공사에서 수많은 백제 토기 파편을 발견하면서부터다. 1500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던 한성백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현재 풍납토성 성벽엔 교회가 들어서 있고, 성 안으로는 아파트가 빼곡히 차 있다. 토성은 고분군공원 산책로 안쪽으로 들어가 겨우 볼 수 있다.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경당역사공원

풍납토성을 빠져나와 주택가로 들어서면 풍납토성 경당지구와 풍납백제문화공원에 이른다. 경당지구와 공원은 풍납토성이 백제의 왕성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량의 유물이 발굴된 곳이다. 사실 한강 유역에서 1500여 년 전에 사라진 백제의 향기와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빼곡히 자리한 아파트와 상가 단지 어디쯤에 유구한 백제의 숨결이 잠들어 있다고 상상하면 생각은 달라진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길을 걷다보면 발걸음이 훨씬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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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나홀로나무

공원을 빠져나와 풍납초등학교를 끼고 돌면, 길은 다시 토성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진다. 이후 지하철 8호선이 지나는 성내교를 통과하면 올림픽공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한성백제왕도길 중 가장 잘 알려진 몽촌토성이다. 몽촌토성은 봄이 되면 잔디밭과 함께 녹음이 짙게 우거져 송파구민은 물론 서울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몽촌토성은 둘레 약 2.7km, 높이 6~7m의 토성으로 축성 시기는 3세기 초로 추정된다. 1980년대 두 차례 발굴조사 결과, 몽촌토성은 목책과 해자를 갖춘 특수한 토성구조임이 밝혀졌다. 길은 몽촌토성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이어지는데, 들머리에 홀연히 버티고 서 있는 '나홀로나무'는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다. 봉긋 솟은 언덕 위 나무 한 그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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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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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박물관 앞 이정표와 도보 표시물

길은 서울역사편찬원 앞을 지나 움집터전시관으로 이어진다. 백제 초기의 움집은 백제사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길은 올림픽공원을 빠져나가기 직전 한성백제박물관 앞을 지난다. 박물관은 1500년 전 한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이야기의 보고다. 우리가 책이나 드라마에서 익히 들어온 주몽(기원전 58~기원후 19), 서소노(생몰 미상), 근초고왕(?~375) 등이 등장한다. 주몽은 고구려의 시조다. 서소노는 주몽의 아내이자 비류·온조 왕자의 어머니로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의 건국을 이끈 '강인한 여성'의 표상이다. 근초고왕은 고구려 광개토대왕(374~472)·신라 진흥왕(534~576)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백제의 왕이다. 영토 확장뿐 아니라, 고대 국가 시절 동북아 해상 무역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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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칠지도 조형물과 도장 찍는 곳

때마침 오는 5월 28일까지 박물관에서 '가야 백제를 만나다' 특별 전시를 열고 있다. 고구려·백제·신라가 세력 다툼을 벌이던 시절 가야는 한반도 남쪽에서 융성한 문화를 꽃피웠다. 한반도 남쪽에서 수백 년 동안 융성한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가야와 백제의 유물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하고, 매주 화요일 휴관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올림픽공원 몽촌역사관

왕도길은 박물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이어진다. 50m쯤 가면 방이초등학교가 나오고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 삼거리엔 '방이동 고분군 790m'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걷기길 이정표는 아니지만 송파구청에서 설치한 것 같다. 하지만 찻길인데다 미관이며 공기가 썩 좋진 않다. 아이와 함께 걷는다면 굳이 걸어갈 필요가 없어 보여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타고 가는 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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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쿨로 단장한 방이동 고분군

방이초등학교 담을 타고 걷다 보면 곧 삼거리가 나타나고 담쟁이 넝쿨 담이 보인다. 방이동 고분군이다. 담쟁이넝쿨 길은 삼거리 코너를 끼고 돌자마자 끝난다. 100여 미터 남짓, 그래도 서울 시내에 이만한 담쟁이넝쿨 담은 없을 것 같다. 초봄부터 무성한 담쟁이는 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푸름을 유지하는 '덕 있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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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 고분군

방이동 고분군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고분은 총 8기가 있었다는데, 4·5호분은 사라지고 3호분은 보수 중에 있다. 온전히 볼 수 있는 고분은 몇 안 된다. 1975년부터 발굴 조사가 시작된 방이동 고분 중 4호분이 일대 도시 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다. 700년 왕조 백조의 퇴장만큼이나 애잔하다. 이정표를 자세히 보니 고분의 내력도 서럽다. 발굴이 이뤄지기 전부터 이미 도굴이 만연한 상태의 고분은 주인을 찾는 작업도 여태 진행 못하고 있다. 6호분에서 신라 토기들이 출토돼 '신라의 고분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이후 유물에서는 백제 지역이었던 현재 서울 우면동, 하남 광암동, 성남 판교 등지와 같은 굴식동발무덤이 잇따라 발견돼 다시 '백제의 고분일 것'이라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단다. 사방으로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고분군 공원 동안 한 바퀴 둘러보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은 만큼 단출하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후손인 우리들이 현재 역사를 대하는 자세도 꼭 곁들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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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고분군

이후 행선지는 석촌동 고분군이다. 석촌동 고분군은 8호선 석촌역 6번 출구에서 멀지 않다. 방이동 고분군 다음 행선지는 석촌동 고분군으로 2km 남짓이다. 이 구간은 정말 걸어갈 필요가 없다. 걷기 길이 아닌 대로변이기 때문이다. 방이동 고분군 삼거리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타고 서너 정거장만 가면 8호선 석촌호수역이다.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석촌동 고분군으로 이어진다.

 

공원 안에는 4기의 고분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수십 기의 적석총(積石塚)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적석총은 돌을 쌓아 만든 무덤으로 ‘돌무지무덤’이라고도 한다. 고구려와 백제의 초기 무덤 양식인데, 이는 백제를 건국한 온조가 고구려에서 내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돌무지무덤 위로는 거대한 타워가 자리하고 있다. 높이 500m 고층타워 아래에 드러누운 고대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석촌동 고분군에서 멀지 않은 석촌호수에 삼전도비가 있다. 삼전도는 조선시대 청나라에 다한 굴욕의 상징물이니 백제와는 상관없지만, 그래도 기왕 역사문화 공부를 하는 김에 둘러볼 만한 곳이다. 인조 17년(1639)에 건립된 비로, 전체 높이 5.7m, 비신 높이 3.95m, 폭 1.4m에 이른다. 원래 이름은 ‘대청황제공덕비’다. 유명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은 이 비극을 주제로 하고 있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11km
  2. 걷는 시간 : 약 4시간. 아이와 함께 걷는다면 걷는 시간만 5시간 이상 걸린 것으로 보인다.
  3. 걷는 순서 : 천호역~풍납토성~경당&미래 역사공원~몽촌토성~몽촌역사관~움집전시관~한성백제박물관~방이동 고분군~석촌동고분군석촌역
  4. 역순으로 걸어도 무관.
  5. 전 구간을 걸을 필요는 없다. 찻길 구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건너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교통편

  1. 찾아가기 : 지하철 5호선·8호선 10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풍납토성이 보인다.
  2. 돌아오기 : 석촌동 고분군에서 지하철 8호선까지는 도보로 5분 걸린다.

함께즐길거리

석촌역 주변 석촌 호수와 삼전도비가 둘러볼 만 하다.

걷기여행 TIP

백제가 꽃 피운 융성한 문화를 따라
  1. 자세한 코스정보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911
  2. 화장실 : 지하철 천호역과 시작점인 풍납토성, 올림픽공원 몽촌토성·한성백제박물관 그리고 방이동 고분군과 석촌동 고분군 등 거점마다 화장실이 있다.
  3. 식당/매점 : 길이 도심을 통과하기 때문에 거점마다 매점이 있다.
  4. 숙박 : 트레일에 숙박업소가 없다.
  5. 코스문의 : 서울 송파구청 국제관광과 02-2147-2114(culture.songpa.go.kr)
  6. 문화해설사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문의 02-2147-2114)

글, 사진: 김영주 기자(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