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마스터' 김우빈의
기분 좋은 떨림

by맥스무비

'친구2'(2013)에선 거칠었고, '기술자들'(2014)에선 스마트했으며, '스물'(2014)에선 원 없이 웃겼다. '마스터'의 박 장군은 그 모든 것이 혼합된, 김우빈 매력의 총체다. 거기에 성실함까지 하나 더 얹는다면 ‘사람 김우빈’을 발견하게 된다.

'마스터' 김우빈의 기분 좋은 떨림

김우빈은 '마스터'에서 타고난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박 장군을 연기한다. 진 회장(이병헌)과 재명(강동원) 사이를 오가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마스터'의 세 남자 중 박 장군(김우빈)이 가장 입체적이고 개성 있어서 그런지 가장 돋보였다. 한편으로는 '기술자들'(2014)의 지혁이 떠오르기도 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순간에는 계산하지 않는다. 전작과 비슷하다고 피하거나 ‘이제는 이런 거 한번 해줘야지’라는 계산 같은 거. 그저 작품만 보려고 한다. 작품이 재밌고, 거기에 공감할 수 있고, 캐릭터가 궁금하다면 뛰어드는 편이다. '마스터'는 이 세 가지가 다 잘 맞았다. 게다가 이병헌, 강동원 선배들이 한다고 하니 안할 이유가 없었지.

 

'마스터'의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와 박 장군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재명(강동원)에게 감정 이입돼서 통쾌했다.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가장 욕심이 났던 건 박 장군 캐릭터였다. 제일 분량이 많고 만나는 인물도 많아서 부담은 됐지만, 그가 궁금했다. 읽으면서도 ‘이 친구는 무슨 생각이지? 어느 편이지?’라고 계속 물음표를 던지면서 봤거든.

 

뺀질거리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박 장군이 '마스터'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박 장군은 많은 인물을 만나는데 마주하는 상대에 따라 호흡, 행동, 억양, 눈빛 등에 차이를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 사람들과 가진 사연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티가 안 난다 해도 일단 내가 캐릭터에 접근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그리고 어떤 장면에서는 일부러 애매하게 연기하기도 했다. 관객이 박 장군을 보고 자꾸 헷갈리기를 바랐다.

 

평소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의 전사에 대한 백문백답을 쓰곤 했다.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혹시 잘못된 틀을 만들어놓으면 현장 가서 큰일이 날 수도 있겠더라. 드라마의 경우 다행히 지금까지는 작가님들의 의도와 내 분석이 잘 맞아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이제는 상황에 따라 맞춰가야 할 것 같다. 이번엔 선배들이 어떤 연기를 할지 모르니 경우의 수를 두고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마스터' 김우빈의 기분 좋은 떨림

'마스터' 촬영현장에서 조의석 감독(가운데)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김우빈. 김우빈은 이병헌, 강동원 등 대선배들과 작업이 배움의 기회가 됐다고 하지만, 김우빈만큼 든든한 후배를 둔 것 또한 두 선배의 복이었을 것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과 강동원은 현장에서 어떻게 다르던가? 관찰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비슷한 점은 두 분 모두 밝다는 거다.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준다. 후배 입장이라 그 배려를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열정도 엄청나다. 컷 소리만 나면 바로 모니터로 뛰어오고, 감독님이 오케이해도 한번 더 가자고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병헌 선배는 쉴 때조차 진 회장 같았다는 거. 촬영 대기 중 그냥 앉아있는 모습에서도 진 회장이 보였다. 강동원 선배는 편안한 모습으로 있다가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딱 재명이 되더라.

 

이병헌과 강동원이 “김우빈 예의바르다”는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다.

 

뭔가 잘못됐고, 과장됐다.(웃음) 그냥 후배이고, 같은 팀이니까 잘 되라고 더 포장해주시는 거다. 그저 인사 잘 하고 기본만 하려고 했는데 좋게 말씀해줘서 더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워낙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들이다 보니, 편하게 하라고 해도 어려워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선배들이 연기하는데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특히 강동원과 코드가 잘 통했나 보다. 필리핀에서 많이 친해졌다고 들었다.

 

한 달 정도 필리핀에 있었는데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 비도 많이 오고, 현장 상황도 계속 바뀌니까 대기 시간이 길었거든. 할 게 없으니까 주로 같이 운동을 하면서 밥값 내기를 하곤 했다. 나는 솔직히 운동은 내가 더 잘 할 줄 알았는데, 강동원 선배가 모든 종목에서 뛰어났다. 수영, 농구, 테니스, 족구, 포켓볼까지 다 잘한다. 화가 날 정도였다.(웃음)

 

조의석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처음에는 “알아서 잘 할 거잖아”라고 하셔서 부담이 있었는데, 딱 중심이 있는 분이라 뭔가 아닌 것 같으면 잡아주셨다. 일단 기본적으로 배우를 존중했기 때문에 나도 편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선배들 역시 내가 애드리브를 하더라도, 물론 미리 상의는 하지만, 나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잘 받아줬다.

'마스터' 김우빈의 기분 좋은 떨림

모델 시절의 가난함과 배고픔에도 배우로 크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돈 못 벌어도 좋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박 장군은 돈을 억, 조 단위로 가지고 논다. 돈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이 있나?

 

박 장군은 아마 그 돈이 얼마나 큰지 몰랐을 것이다. “소박하게 500억”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 와 닿지 않는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돈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나한텐 500만 원도 엄청 큰돈이다.

 

모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활짝 피었지. 그때는 하루 세 끼 먹는 게 꿈이라고 했다.(웃음)

 

그렇다. 그때는 정산이 되면 친구와 분식집에서 메뉴 세 개를 시켰다. 두 개 시키는 것도 빠듯했거든. 삼각김밥만 먹은 적도 있었고 휴대폰이 끊긴 적도 있었다. 사우나를 전전하다가 겨우 반 지하 방을 얻었을 때는 너무 신났지. 경제적으로 진짜 심각했다. 그래도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친구와 전화번호를 뒤지면서 오늘 우리에게 첫 끼니를 사줄 사람을 찾곤 했다.(웃음)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

 

부모님까지 가난했던 건 아니었지만 혼자 힘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크게 손 벌리지 않았다. 그런데 일을 하고 나서도 입금이 안 되고, 일과 관련된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휴대폰이 끊겼다. 그때 가장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던 게 ‘너 정말 이걸 계속 해야겠어?’였다. 그랬더니 돈 안 받아도 좋다는 마음이 들더라. 힘든 것보다 일할 때의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그런지 제작진의 요구에 대한 피드백이 굉장히 빠르다고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이고, 그걸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노력도 안 하고 열심히 했다고 거짓말하기 싫었다. 나 스스로에게. 물론 진 회장처럼 자신을 속여가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김우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나. 스스로는 못 속인다는 거다. 내가 정말 100의 노력을 했는지 돌아본다면, 그런 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100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인트 컨트롤을 위해 일기를 쓴다고 했는데, 요새도 쓰고 있나?

 

매일은 못 쓴다. 아, 진짜 추천하고 싶은 어플이 있다. 120자씩 자기 생각을 쓸 수 있는 무료 어플이 있는데 비밀번호도 걸 수 있다. (휴대폰을 보여주며) 가장 자주 쓰는 어플 폴더에 넣어서 2, 3일에 한 번은 꼭 쓴다. 그날 하루 감사했던 것 세 가지에 대해 쓰는 거다. 이걸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꼭 한번 써보길 추천한다.

 

주로 무엇이 감사하다고 쓰나?

 

주로 일이나 건강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 예를 들어 진짜 쓸 게 없으면 밥 세 끼를 다 먹은 것 혹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쓴다. 평소에 내가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인 줄 알았는데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KBS2)에서 시한부 연기를 하면서 생명에 대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시간에도 건강을 위해 싸우는 분들이 얼마나 많나. 건강하다는 건 큰 복이다.

'마스터' 김우빈의 기분 좋은 떨림

점차 긴장보다 즐거움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김우빈은 언제나 기분 좋은 떨림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2016년엔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씩 하면서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새해 계획은 따로 세웠나?

 

늘 거창하게 짓진 않는다. 건강, 일, 즐거움 이 정도다.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도 커지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1년 내내 촬영했다. 2015년 겨울부터 두 작품 연달아 하면서도 특별히 아프지 않고 즐겁게 임한 것 같다. 특히 드라마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도 좋았다. 처음으로 맡은 드라마 주인공이기도 했고, 극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느꼈다. 다 같이 화이팅하자고 외치면서 나 역시 힘을 얻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자주 했는데, 계획을 잘 실행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을 하는 건 굉장히 운명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같은 시기에 하나의 작품을 위해 한 공간에서 고민하는 건 운명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아닐까. 처음엔 즐거움보다 긴장이 더 컸는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이제 편해지는 것 같다. 편한 마음으로 해야 준비한 걸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고. 늘 이런 기분 좋은 떨림을 갖고 촬영장에 가고 싶다.

 

'내부자들', '베테랑' 등 사회고발성 영화가 요새 많이 나오고 있다. '마스터'도 그런 흐름의 일부라면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일단 '마스터'가 기획된 건 3년 전이니 시국이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마스터'를 보면 일단 뭔가 떠오르긴 할 것 같다. 현실과 비슷한 장면들이 있으니까. 정의로운 재명 캐릭터 같은 인물이 실제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악을 처단하는 해피엔딩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일 아닐까. 가슴 아픈 시기인 만큼 '마스터'가 조금의 즐거움이라도 전하길 바란다.

 

글 차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