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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왜?
'알라딘'은 백인 캐스팅은 없다고 선언했나

by맥스무비

인기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실사 영화로 디즈니가 주인공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할리우드가 상업성을 이유로 인종과 문화 다양성을 배제하고 주인공 역을 백인 배우에게 맡기는 ‘화이트워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왜? '알라딘'은 백인 캐스팅은 없다

디즈니가 제작하는 '알라딘' 실사영화에 백인 배우는 캐스팅되지 않을 예정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프로듀서 댄 린 “백인 캐스팅 없다”

<알라딘>의 프로듀서 댄 린은 최근 미국 영화 매체 <콜라이더>와 인터뷰에서 “나 역시 백인이 아니다. 영화의 다양한 버전을 생각해 봤는데 운 좋게도 가이 리치 감독과 디즈니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라딘>은 <페르시아의 왕자>(2010) 같은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제이크 질렌할이 주인공 다스탄 왕자를 연기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무려 고대 이란 지역인 ‘페르시아’의 왕자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할리우드에 만연한 유색인종 차별을 드러내는 증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뮬란> 역시 남자 주인공에 백인 배우가 캐스팅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화이트워싱’ 논란이 일었지만, 디즈니는 “주요 배역을 모두 중국 배우로 캐스팅할 것”이라 해명했다. 이어 <알라딘>의 모든 배역 역시 캐릭터 특성에 맞는 배우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왜? '알라딘'은 백인 캐스팅은 없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스칼렛 요한슨은 원작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에서 일본인 여성 쿠사나가 모토코 소령을 연기한다.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캐릭터는 쿠사나기라는 일본 이름을 빼고 ‘메이저(소령)’이라고 불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인션트 원은 화이트워싱인가 아닌가?

화이트워싱 논란은 20세기 초반부터 이어져온 할리우드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백인들이 특수 분장을 하고 유색인종 캐릭터를 연기하던 시절부터 최근 <마션>(2015)에서 본래 한국인 과학자인 민디 박 역할을 연기한 맥킨지 데이비스, 지난해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2016)의 티벳 고승 ‘에인션트 원’을 연기한 틸다 스윈튼, 올해 3월 개봉을 앞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에서 쿠사나기 소령을 연기하는 스칼렛 요한슨까지 동양인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이 문제에 대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틸다 스윈튼과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마거릿 조가 이메일 필담을 나눈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틸다 스윈튼은 그가 연기한 에인션트 원이 화이트워싱 사례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마블은 고정관념을 피하기 위해 에인션트 원의 젠더를 바꾸고, 지혜는 남성의 것이라는 오랜 편견을 끊으려 했고, 나이든 여성에게 강한 캐릭터를 맡긴 것”이라며 이 캐릭터가 단순한 화이트워싱 사례가 아님을 설명했다.

 

마거릿 조는 틸다 스윈튼에게 이메일 답신을 보내면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하는 것은 기쁘지만, 에인션트 원의 사례는 분명한 화이트워싱이며, 아시안 배우들에게 아시아계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지긋지긋한 일이고, 이 분노가 <공각기동대>의 스칼렛 요한슨에게도 향하고 있다”며 아시아계 캐릭터는 아시안 배우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 한국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주인공은 ‘메이저(소령)’이라고 불린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쿠사나기 소령’을 외모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쿠사나기라는 일본 이름은 사라졌다.

돈 때문에 화이트워싱?

일각에서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영화가 화이트워싱 캐스팅을 하는 건, 상업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한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도 논쟁의 중심에 올랐다. 유대인 모세를 크리스찬 베일에게 맡긴 건 십분 이해한다해도, 이집트 왕 람세스 역에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백인 배우 조엘 에저튼를 캐스팅해서 ‘이집트 인’ 분장을 한 건 시대착오적 화이트워싱이라는 반발이 거셌다.

 

게다가 주연은 백인 배우들에게 맡기고, 유색인종 배우들은 조연 그 중에서도 노예나 도둑 등의 역할을 맡겼다는 비난을 받자 리들리 스코트 감독은 “예산 문제”였다고 해명했지만 반발만 더 키웠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주연 배우의 피부색이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유색인 배우가 주연을 맡은 흥행작이 늘어간다는 점에서도 ‘상업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이트워싱’한다는 핑계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이트워싱 논란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관객들이 백인 중심주의 영화에 반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인 중심의 아카데미 시상식이 ‘화이트 오스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크리스 록, 제이미 폭스, 조지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영화인들이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하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2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역대 최다로 총 7인의 유색인종 배우가 배우상 후보에 올라서 수상 결과에 초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이트 오스카’ 오명을 의식한 눈가림인지, 실제로 백인 중심 시상식을 탈피할 것인지 궁금하다. .

왜? '알라딘'은 백인 캐스팅은 없다

'알라딘'의 프로듀싱을 맡은 댄 린은 연기와 노래 실력이 모두 뛰어난 새로운 배우들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맥스무비 DB

논란 피하려는 <알라딘>, 신선한 얼굴 찾는다

댄 린에 따르면 <알라딘>에는 유명 배우보다 신선한 신인 배우들이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캐스팅 기준에 관해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찾고 있다.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까지 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사 <알라딘>에 합류한 가이 리치 감독은 뮤지컬 영화 연출이 처음이지만 <셜록 홈즈>(2009)나 <맨 프롬 UNCLE>(2015)에서 보여준 경쾌한 액션 감각이 <알라딘>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과연 아그리바의 좀도둑 알라딘과 술탄의 딸 자스민이 어떤 ‘실사 배우’를 얻을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디즈니의 실사 영화 <알라딘>은 아직 촬영 준비 단계이며, 공식 개봉일도 정해지지 않았다.

 

글 차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