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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제2의 인생 시작’ 재벌들이 과거 청산하고 돌아간 곳

by머니그라운드

결혼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 중 하나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집안 역시 새롭게 관계를 맺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재벌 총수의 경우, 결혼을 통해 사업 규모를 달리할 수 있어 혼맥에 신중을 가하곤 한다. 그러나 인연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는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재벌 총수들도 꽤 많다.


이들은 그간 누리지 못한 싱글을 만끽하는가 하면, 새로운 사랑을 찾아 재혼을 택하기도 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재벌 총수들은 아픔이 깃든 자택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그들이 과거를 청산하고 돌아온 곳은 어디일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한남동, 삼성家의 확고한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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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대상그룹 임세령 전무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삼성가 맏이의 결혼인 만큼, 두 사람의 신혼집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재용-임세령 부부가 택한 곳은 이태원 언덕길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무려 174.97평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 11년 만에 파경을 맞이하면서 이곳을 떠나고 만다. 이들의 신혼집은 2018년 철거되어 현재 공터로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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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이혼과 동시에 리움미술관 옆 한남동 단독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결혼 전 혼자 살던 곳으로, 신축 공사를 통해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로 탈바꿈했다. 임세령 전무와의 신혼집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이지만, 6호선 한강진역과 더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한남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결혼 후, 한남동 단독주택에서 신혼을 보냈다. 주위에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 이서현 이사장 소유의 자택이 모여 있어 ‘삼성타운’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기도 하다. 이부진 사장은 임우재 전 고문과 별거하던 2007년부터 이혼한 현재까지 한남동 자택에서 머무는 중이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시작

범삼성가의 일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한남동을 다시 찾았다. 그는 배우 고현정과 결혼 후 한남동 단독주택에서 신혼을 보냈었다. 그러나 2011년 한지희와 재혼하며, 판교 백현동 단독주택에서 두 번째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주택 매입 금액은 200억 원으로, 건물 내부에 엘리베이터는 물론 수영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일대는 고급 타운하우스와 주거 지역이 즐비해 전문직들이 대거 거주하는 신흥 부촌 중 하나다. 정용진 부회장이 살림을 차인 후에는 일대 토지 가격이 3.3㎡당 200만 원씩 오르기도 했다.

그는 2017년 정유경 총괄사장으로부터 한남동 대지 344.85평을 161억 570만 원에 매입했다. 이후 맞은편에 있는 단독주택 역시 161억 원에 사들인다. 어머니 이명희가 판매한 주택이다. 해당 단독주택은 백현동 자택보다 다소 작은 규모이지만, 호화스러운 내부 시설을 자랑한다. 인근에 신세계 오너가 모여 있어 한남동으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매입한 주택의 철거 전 모습 / edaily

떠들썩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SK 최태원 회장도 2016년 한남동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170억 원대로, 3.3㎡당 5,783만 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시세보다 최소 30% 이상 비싼 편이지만, 한남동 고급 주택 매물이 워낙 귀해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주택은 이제 막 철거 완료가 된 상태로, 지하 4층~지상 2층 규모로 신축될 예정이다.

한남동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청담동과 성북동 역시 국내 부촌이지만, 한남동은 유독 재벌 ‘총수’들이 대거 집결해 있다. 결혼으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났던 이들도 한남동을 다시 찾는 건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남동이 재벌 총수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한남동은 과거 육군본부가 있었던 곳이다. 게다가 주변으로 대사관과 영사관이 모여 있어, 다른 지역보다 더 철저한 보안을 자랑한다. 높은 언덕이라는 다소 불편한 지형 역시 폐쇄적인 분위기를 더해, 사생활 보호에 더욱 신경을 가할 수가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슈가 되는 재벌 총수들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우) 승지원 전경 / hani

재벌들끼리만 모여 있기에 메리트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범삼성가이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건희 회장의 자택을 중심으로 삼성가의 직계 가족과 처가 등이 늘어서 있다. 이태원까지 뻗은 이들의 자택은 흡사 하나의 마을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한남동에는 삼성 그룹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승지원’이 자리해, 한남동이 그들에게 중요한 장소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중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이 밀집한 한남동. 새 둥지를 찾아 떠난 재벌 총수들이 다시 찾는다는 건 한남동이 지닌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게다가 한 번 터를 잡을 이들 역시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니, 한 번 매물이 나오면 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희소성 때문에 한남동의 가치는 앞으로도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