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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요즘 누가 TV보냐”…
2% 시청률에 좌절한 방송사가 시작한 사업

by머니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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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가 굴욕을 겪고 있다. 고정 시청자층이 탄탄했던 지상파 방송사는 현재 유튜브라는 신흥 강자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 공영방송 KBS와 공공서비스방송 MBC는 적자에 허덕이며 점차 이전의 지위를 잃어간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두 방송사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부지 매각을 통해 구멍 난 재정을 회복하는데 돌입한 것이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부동산을 활용하고 있을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부지 매각에도 적자, 공영방송 KBS의 속사정

KBS의 경영 위기는 일찍이 드러난 사실이지만, 2019년 실적은 가장 최악을 기록했다.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KBS의 사업 손실은 무려 759억 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174억 원이나 증가한 금액이다. 그런데 의외로 16억 원의 흑자를 봤다. 더불어 사업 외 수익도 2018년보다 540억 원가량 증가한 900억 원대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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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데는 KBS의 송·수신소 매각의 역할이 크다. KBS는 2019년 부동산 처분 덕에 사업 외 수익이 550억 원이나 증가할 수 있었다. KBS가 부지 매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2010년 개봉 송신소 매각을 추진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개봉송신소는 KBS 제3라디오 사랑의소리방송을 송출하던 곳으로, 2010년 4월 폐소된 시설이다. 폐소와 함께, KBS는 전체 부지 53,006㎡ 중 10,626㎡ 규모를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사업 손실을 비판하는 KBS 이사진의 성명문을 살펴보면, 개봉 송신소 부지는 2019년이 되어서야 매각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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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에는 홍성중계소 매각도 시도했다. 해당 부지는 토지 31,880㎡(9644평), 건물 590㎡(178평) 규모로, 최저 입찰가 100억 원으로 일반경쟁입찰에 들어갔지만 유찰되었다. KBS는 같은 해 5월과 2020년 1월에도 매각을 진행하지만 연이어 실패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부터 진행해온 수원센터 부지 매각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KBS의 신사옥 ‘미래방송센터’ 건립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자금 확보는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과연 KBS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부동산 개발에 눈독

MBC도 부동산 개발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건 마찬가지다. 2014년 상암동으로 사옥을 옮긴 MBC는 여의도 부지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MBC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들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곧 해당 부지를 6,010억 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히 매각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MBC는 매각한 부지 중 17,000평에 달하는 업무 시설을 2,800억 원에 선 매입했다. 2022년까지 부지에 49층의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5년간 710억 원 임대차 계약을 보장받은 MBC는 여의도 부지 덕분에 누적 적자를 자소 완화할 수 있었다.

(좌) 공사가 한창인 옛 여의도 MBC 부지, (우) 브라이튼 여의도 조감도 / gs건설

2018년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임대 수익으로 130억 원을 벌어들였다. 영업 외 수익의 35% 정도다. 매각 부지는 이미 임대차 계약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MBC의 임대 수익은 향후에도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근에 여의도의 랜드마크 ‘파크원’도 들어서, 매각 부지에 생겨날 주상복합 단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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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사 또한 부동산 개발에 한창이다. 2020년 1월, 여수·경남·광주 문화방송 3사는 디오션리조트와 ‘화양 비치 리조트’ 건립을 위한 공동 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투자 규모는 약 1,100억 원에 이른다. 리조트에는 170m 규모의 인피니티 수영장이 갖춰질 계획이라, 남해안 일대 관광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실로 허덕이는 방송·언론사

YTN 상암 사옥 전경 / ilyosisa

반면 부동산으로 오히려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방송사도 있다. 2014년 상암으로 이사한 YTN이 그 주인공이다. 남대문에 터를 잡고 있던 YTN은 2009년이 되어서야 사옥 지분 100%를 확보했다. 총 투자 금액은 1,740억 원이다. 이후 상암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계속된 경영 악화로 남대문 사옥을 2,310억 원에 매각한다.

(좌) 8개의 층이 모두 비어 있는 YTN 사옥의 모습 / ilyosisa

570억 원의 차익을 본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전한 신사옥이 높은 공실률에 허덕인 탓이다. YTN은 사옥 이전으로 100억 원의 임대 수익을 기대했지만, 총 18층 중 8개 층이 공실을 기록해 수익에 악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사옥 공사와 방송 장비 구매로 감각상가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YTN은 2019년까지 매년 90억 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 현재 상암 일대 공실률은 하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YTN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사옥 이전으로 생긴 비용을 완벽히 해소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공실에 몸살을 앓은 건 YTN뿐만이 아니다. 서울시가 추진한 ‘상암 DMC 랜드마크’ 개발 사업으로, 상암 일대엔 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대거 입주했다. 다만 부지 공급 계약 조건에 ‘미디어· IT 관련 기업으로 60~90%를 채울 것’이라는 사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암 DMC는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주변 인프라가 많이 부족했다. 임대료 경쟁력이 그리 크지도 않아, 서울시가 정한 조건의 기업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로 인해 상암 DMC에 입주한 방송·언론사는 YTN과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된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미디어 플랫폼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함께 변화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연이은 시청률 하락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던 셈이다. 아직은 부동산이라는 수단으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해나가고 있지만, 이 최후의 보루마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부동산보다는 방송이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해 방송사들이 적자의 늪을 탈출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