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의 씁쓸한 뒷맛

[테크]by 박민우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6월 21일 이동통신단말장지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의 “지원금 비례 원칙”을 수정해 낮은 요금제 가입자에게 더 많은 지원금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사실상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의지였으나, 6월 29일 방통위는 폐지 계획이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그 배경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있다.


단통법이 효력을 갖는 기한은 3년으로 2017년 10월에 자동으로 소멸되는 일몰법에 해당한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 제대로 된 평가와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장 여론에 대한 의식때문에 잦은 정책 변화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몇가지 문제점을 찾아보자.

1. 알뜰폰(MVNO) 사업 타격

2011년에 시작된 알뜰폰 사업은, 현재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하여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0%를 넘어섰다. 현재 분위기라면 올해 말 정도에는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의 15%를 넘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점유율은 알뜰폰 연합이 제4 이동통신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알뜰폰의 성장은 휴대전화 유통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미래창조과학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70만원 이상 고가폰 판매 비중이 67.5%에서 55% 이하로 줄었으며, 40만원~70만원 사이의 고가폰 판매량은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한국경제는 경기둔화의 악순환에 빠져있다. 월평균 소득증가율은 2009년 경제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반면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제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과거에는 이동통신 대리점들이 각종 보조금과 고가 요금제 약정 할인편법을 활용하여, 마치 고가폰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유도하였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 대리점들은 과거같은 상술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소비자들도 요금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게 되었다. 어려운 경제 분위기에 따른 소비 위축, 젊은 층의 인식 변화, 완성도 높은 중저가폰의 지속적인 출시 등 수년간 조금씩 변화가 지속된 상태에서 우체국 알뜰폰 요즘제가 기폭제가 되면서 알뜰폰은 현재와 같은 성공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단통법 이전에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은 신규 고가폰을 많이 팔기 위해서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보조금을 시장 수요에 따라서 인위적으로 차등 지급하였다. 동일한 폰에 대해서 대리점과 구입 시기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구입가격이 통용되었다. 또한 고가의 이통사 요금제와 연계하여 마치 중저가폰 또는 공짜폰인 것처럼 포장하여 실제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2~3년간의 약정요금제를 강제하여 사실상 할부로 폰을 구매하는 형태의 상술로 이용하였다. 단통법은 불법보조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지원금의 상한액을 25만원~35만원 범위 내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6개월마다 조정한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사는 홈페이지와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및 판매가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단통법이 시행된지 1년반이 지나는 동안, 애플의 아이폰 신모델 2종이 출시되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수의 프리미엄폰들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은 출고가와 보조금의 차액이 자신들이 부담해야 될 이동통신단말기의 실제 가격 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저가폰과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알뜰폰으로 전환이 유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상식적으로 알고 있어야 될 단말기의 가격이 그동안 통신사와 제조사의 협력(?)으로 소비자에게는 요금제란 이름으로 숨겨져 왔던 것이다.  

2. 선택약정할인제도에 대한 인식

단통법을 통해서 이동통신 단말기의 실거래가가 투명해진 점은 의미가 있으나, 여전히 이동통신사들은 선택약정할인제도에 대해서 비정상적인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단통법 제6조 3항에 따르면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 대해서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여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기준 요금할인율은 12개월~24개월 약정시 20%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쉽게 말해서 스마트폰 구매 시 공시지원금(보조금)을 받을 것인지, 20% 요금 할인을 받을 것인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지원금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선택약정할인제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공시지원금이 신형 프리미엄 단말기를 팔기 위해서 통신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사용해야 되는 카드라면, 선택약정할인은 약정이 끝난 기존 사용자나 공기계를 구매한 사용자들까지 모두 할인 대상이 되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는 숨겨야 되는 카드인 셈이다. 결국 선택약정할인제도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최악의 제도이며,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매출의 20%가 줄어든다. 보조금의 경우 통신사와 제조사가 같이 지원하는 비용이지만, 약정할인은 통신사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숨길 수 밖에 없는 제도인 셈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015년 수익성 악화가 선택약정할인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에서 선택약정 할인을 받고 있는 소비자는 약 500만명이다. 아직은 단말기 보조금만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고, 현재 사용중인 스마트폰이 아직 지원금 약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선택약정으로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7월 28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입자가 선택약정할인 대상자일 경우 모든 통신사는 의무적으로 본인에게 알려줘야 한다. 중저가폰을 이용하는 소비자일 경우, 선택약정으로 요금제를 전환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프리미엄폰 마케팅 과열 양상이 재현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선택약정할인보다 신규폰 구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단통법 이후 1조원 가까이 줄었던 이통사 및 제조사 마케팅 비용도 다시 증가하게 될 것이고, 증가된 비용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은 수혜자인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피해자였다. 미래부는 제조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정책 수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1년2개월만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될 규제를 무리하게 바꾸고자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은 일단락 되었지만, 정책은 만들기 전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고 만들어진 정책은 잘 운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성급한 정책 개발도 문제지만, 성급한 폐지는 더 큰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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