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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허영만 '블랙홀, 화이트홀',
그리고 말러 교향곡2번 '부활'

by박민우

허영만 '블랙홀, 화이트홀', 그리고 허영만 '블랙홀, 화이트홀', 그리고

1989년 만화가 허영만 화백이 출간한 작품중 에 "블랙홀, 화이트홀" 시리즈가 있었다. 당시 이 만화는 독자들 사이에서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이전에 허영만은 스포츠나 역사를 배경으로 사실적인 주제를 기반으로 많은 작품 활동을 하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사후세계와 외계인 등 미스테리한 현상에 대한 새로운 우주관을 다루고 있었다. 재작년에 상영되어 과학적 허구에 대한 사실적 묘사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인터스텔라”의 스릴러 버전같은 느낌이다.

 

필자는 -클래식 음악에 한창 겉 멋이 들어있던 20대 초반- 1990년에 이 만화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이 만화 스토리에 자주 언급되었던 “말러 교향곡 2번 – 부활”이라는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게 되었다. 어쩌면 만화에서 언급 되는 클래식 음악 정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호기 어린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필자와 말러 음악과의 25년 인연이 시작되었다. 

 

레코드샵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장 연주 시간이 짧은 "말러 교향곡 2번” CD 한장을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것이 ‘오토 크렘펠러’가 로열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Decca Music 출시)를 지휘한 음반이었다. CD 플레이어에 음반이 들어가고 연주가 모두 끝날 때까지 내가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난해한 음악이었다. 음악이 아니라 그냥 여러가지 악기들의 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불쾌한 마음이 들었고, 이 음악이 이 책에 언급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다는 오기에 다시 만화책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다시 책을 읽고 나서 가벼운 주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본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이 작품이 단순한 공상과학만화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평생을 두고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찾고자 했던 작곡가다. 유태인으로 태어난 말러는 오스트리아에서 작곡가, 지휘자로 활동하였다. 생애 동안에는 위대한 지휘자로 알려졌었지만, 사후에는 그의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말러 돌풍이 일어나기까지 하였다.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다. 오스트리아 안에서는 보헤미아인으로, 독일인 중에서는 오스트리아인으로, 세계 안에서는 유대인으로서 어디에서도 이방인이고 환영 받지 못한다.”

말러의 작품뿐만 아니라 말러라는 인물에 대한 수많은 연구 자료들이 존재하지만, 말러 스스로 정의한 자신의 얘기가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허영만 '블랙홀, 화이트홀', 그리고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가 귀에 익숙해질 무렵, ‘객석’ 이라는 클래식 음악 잡지를 통해서 당시 영국 버밍험시의 작은 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던 '사이먼 레틀'의 말러 음반을 알게 되었다. 1980년 25살의 어린 나이로 영국 시골(?)의 교향악단을 맡게 된 레틀이 세계적인 지휘자로 떠오르게 된 사건이 1988년 EMI 레코드에서 출시한 말러 교향곡 2번 이었다. 출시 이후 모든 음반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말러의 제자들을(부로노 발터, 오토 크렘펠러) 통해서 이어져온 말러 스페셜리스트의 계보도 모두 깨졌다. 레틀의 말러 2번을 듣기 전까지 다양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버전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곡을 외워가고(?) 있던 필자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연주였다. 이후 한달 동안 거의 매일 이 연주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이먼 레틀은 2002년 ‘클라우디오 아바도’ 후임으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임명되었고, 2010년 재임 투표를 거쳐 2018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아 16년간 베를린필의 리더이자 세계 오케스트라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더 세련되고 훌륭한 말러 2번 연주들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20대 초반 방황하는 청춘에게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준 허영만의 작품과 말러 교향곡 2번 그리고 사이먼 레틀이라는 지휘자를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으로 남아있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추천음반

1. 사이먼 래틀 - 버밍험시티심포니오케스트라(BCSO), 1988년 EMI 

젊은날의 초상 - 말러 대중화의 시작이자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탄생을 알리는 음반 

 

2. 클라우스 텐슈테트 - 북독일방송교향악단(NDR Sinfonieorchester), 1980년(Live) Memories Excellence  

광기어린 말러를 듣고 싶다면, 그리고 당신의 앰프와 스피커가 감당할 수 있다면. 

 

3.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SPO), 2010년 도이치그라모폰 

한국이 나은 세계적인 말러 스페셜리스트의 연주. 정치적인 문제와 음악은 별개로 보자 

 

4.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런던필하모니오케스트(LPO), 2011년 LPO Classics

런던필하모니 젋은 리더의 가장 세련된 그리고 가장 현대적인 말러 교향곡 2번이 듣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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