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不協和音)의 미학

[컬처]by 박민우
불협화음(不協和音)의 미학

이미지 출처 : http://www.boesendorfer.com/

어떤 조직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좋은 평판을 받기 어렵다. 특히 융화와 순응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사회에서 불협화음은 확실히 불편한 표현중에 하나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은 오히려 조직과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도맡아왔다. 수많은 혁명들이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고, 혁신은 기존 생태계의 파괴를 수반하였다. IT 분야에서는 애플이 그랬고, 구글, 우버 같은 기업들이 기존 산업 체계의 파괴 위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크고 작은 파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컴퓨터 분야에서도 불협화음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한때 알파고(AlphaGo) 때문에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유명해졌다. 딥러닝은 1943년 미국 일리노이 의대 정신과 교수였던 워런 맥컬록(Warren McCulloch)과 월터 피츠(Walter Pitts)가 발표한 인공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에 기반한 새로운 학습 알고리즘으로 2004년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의 발표로 대중화 되었다.


인공신경망 만큼 유명한 고전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 중에 유전자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독특한 방식의 학습법을 사용한다. 컴퓨터는 사람이 시키는 반복적인 작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창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생성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일종의 불협화음 알고리즘인 셈이다.

 

원래 불협화음이란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클래식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화성학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화음을 잘 이루는 것이 음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협화음은 동시에 울리는 둘 이상의 음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서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음을 말한다.


이런 기본의 틀을 깨고 불협화음을 처음으로 음악에 활용한 작곡가는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Mozart) 였다. 1785년 1월에 완성된 모차르트 <현악 4중주 제19번 C장조 (K.465)>는 1악장 시작부분에 기존에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화성을 선보이면서 화제가 되었고 이후 ‘불협화음’이란 부제가 붙었다. 이는 원래 하이든에게 헌정된 '하이든 4중주’ 여섯 곡 가운데 마지막 곡에 해당한다. 모차르트의 ‘불협화음’은 그 당시 대중적이었던 밋밋하고 지루한(?) 음악들과는 달리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후 불협화음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고전주의 시대가 끝나고 낭만주의 시대 이후다. ‘볼레로’로 유명한 모리스 라벨(Joseph Maurice Ravel)은 불협화음을 잘 활용하는 작곡가였고, ‘달빛’으로 유명한 클로드 드뷔시(Achille Claude Debussy)도 불협화음을 두드러지게 사용했다. 그 외에도 바르톡, 쉰베르크,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등 표현주의/신고전주의 작곡가들이 불협화음을 자주 사용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재즈 음악에도 적용되었는데, 재즈는 백인의 클래식 음악 이론과 악기를 흑인들이 받아들이면서 탄생한 음악 장르다. 재즈의 기본 음계 중에 하나인 블루노트(Blue Note)는 클래식의 전형적인 불협화음에 해당한다.

 

우리한테는 거북한 단어로 인식되어 있는 불협화음은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창의력과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서 불협화음은 단순히 조화를 깨트리는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우리 조직은 아직 이런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협화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협화음이 불편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진정한 화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에 출연한 세계적인 피아노 거장인 세이모어 번스타인(Seymour Bernstein)의 극중 대사로 불협화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해 본다.

"삶이 원래 그렇다는 걸 전 일찍부터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갈등과 즐거움이 함께 공존하는 게 삶이라는 걸요. 이게 삶이에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에도 화음과 불협화음이 있어요. 그런데 화음은 불협화음 후에 더 아름답게 들려요. 불협화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화음이 아름답다고 못 느끼겠죠."

20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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