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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거짓말의 발명

by미루미소

‘거짓말’은 여러 영화의 소재 혹은 발단이 되어 왔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거짓말이 줄 수 있는 영향과 결과물들이 너무 다양한데다, 블랙이니 화이트니 색깔까지 있어서 말 그대로 이야기를 지어내 담는 픽션에선 풍성한 얘깃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중에 특히 기억되는 거짓말들도 있습니다.

 

귀도(‘인생은 아름다워’)의 거짓말을 보는 이들은 결국 눈앞이 흐릿해져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고, 제이콥(‘제이콥의 거짓말’)은 목숨을 담보로 희망을 전파하는 소중한 거짓말을 일 삼았죠. 진실이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진실을 버리고 거짓말을 하는 마이클(‘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쉰들러(‘쉰들러리스트’)는 나치를 속이며 1천여명의 유태인을 죽음의 땅에서 구해냅니다. 반면 한 소녀의 사소한 거짓말이 전염병처럼 한 사람 혹은 전체 마을 사람들을 아프게도 합니다.(‘더헌트’)

 

오늘은 그 화려한 스펙을 가진 거짓말쟁이들의 선구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거짓말을 발명하시어 인류 역사에 초 메가톤급 족적을 남기신 분입니다. 세상에…오늘 아침 발견한 남편의 비상금, 말썽꾸러기 아들의 학원 땡땡이 등 이루 다 나열할 수 없는 인류의 골칫거리를 태초(?)에 만드신 분. 구미가 좀 당기시나요? ^^

 

원래 그 분이 사는 세상엔 ‘거짓말’이란 단어 자체가 없었답니다. 모두 사실만을 얘기합니다. 지나치게…. ‘지나치게? 아니, 그런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진심과 사실을 얘기함에 ‘지나치게’라는 부사가 어울릴 법 한가 의문을 표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가령 이곳의 대화법은 이런 식입니다.

소개팅 첫 대면에 여자가 주인공 마크에게 하는 말 “그쪽은 전혀 제 타입이 아니예요”

소개팅 중인 두 사람이 방문한 식당의 매니저가 그들을 맞이하며 하는 말 “어서 오세요. 인상이 안좋으시네요”

소개팅 중인 두 사람이 방문한 식당의 웨이터가 음료를 내오며 “여기 입대고 조금 마셨으니 참고하세요”

모든 사람이 솔직하게 말하므로, 듣는 이도 말하는 이의 말을 곧이 곧 대로 믿는 세상입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자가 ‘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단속 경찰에게 말할 수만 있다면, 경찰은 ‘아 그렇습니까? 불편을 드려 죄송했습니다’라며 대화가 이어지는 식인거죠. 하지만, 그런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라니까요.

거짓말의 발명

100% 사실만을 얘기하는 세상. 들창코 시나리오 작가 마크가 살기엔 어떤 세상일까요? 돈이 없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고, 직장이던 영화사에서 잘리는 등 마크가 살기엔 좀 버거워 보입니다. 첫 만남 후 아무래도 마음이 가는 그녀 앞에선 더더욱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가 솔직히 말한 바에 의하면 그녀는 흔히 말하는 경제력도 되고 취향도 고상하신 분이거든요.

 

‘It never rains but it pours.’라는 영문 속담처럼 안 좋은 일도 한꺼번에 쏟아지고 마음에도 소나기가 내리는 마크에게 한 줄기 빛이 내려왔으니, 그것이 바로 은행 창구에서 무려 500 달러를 더 뜯어내는데 사용한 ‘최초의 거짓말’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돈을 쥔 손과 밝은 표정이 눈에 띄지요? 우연하게 튀어나온 거짓말. 마치 ‘불의 발견’과 같이 문명이 새로 피어나는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거짓말의 발명

거짓말의 첫 달콤함이 돈 맛이라 달콤함 중에 갑입니다. 그 맛을 경험한 마크의 거짓말 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 합니다. 다행인 건 그가 타고난 악인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정직함만이 있는 세상에서 거짓말은 그야말로 전지전능의 능력일진데, 그는 그 능력으로 길거리에서 축복을, 병원에선 안식을, 연인들에겐 사랑과 화해를 선사합니다.

거짓말의 발명

14세기에 바빌론인과 화성인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영화 시나리오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고…아직까진 아름다운 국면입니다.

거짓말의 발명

그의 말을 듣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은 삽시간에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사람들이 밤새 촛불을 들고 그의 집 앞에서 거짓말을 애타게 기다리기도 하지요. 그의 해결책은 ‘더 큰 거짓말’입니다.(줄여서 ‘커짓말’ ^^) 그는 세계인이 듣는 생중계로 하늘에 계신 하느님(또는 하나님)을 창조해내고 사후 세계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는 점점 깨닫겠죠. ‘거짓말로 얻는 행복에는 책임이 따르는구나’

거짓말의 발명

그리고 우린 그가 계속 착하게 살길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그는 하느님의 아들과 같은 존재인걸요. (종교적 반감이나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은 픽션 혹은 거짓말입니다!)

 

여기서 잠깐 삼천포로 빠져보자면요. 세기의 사기쇼에 얼굴을 들이민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서요.

거짓말의 발명 거짓말의 발명

좌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우 에드워드 노튼


어머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씨! 반가워요! 에드워드 노튼까지? 연기력 충만한 이 두 분의 합류로 이 사기쇼는 생기를 더합니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커짓말로 달라진 세상과 마크는 어떻게 변해갈까요.

 

거짓말에 대해 우린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거짓말과 믿음, 진실과 진심 등 관련된 단어들을 두고 여러분의 삶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요.

 

물론 거짓말 자체는 좋은 경우보다 나쁜 경우가 훨씬 많겠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사실만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입니다.

 

거짓말을 안하기만 하면 믿음이 충만한 사회가 될까요? ‘음식이 괜찮아 보이는군요’라는 말에 ‘그건 당신이 멍청하기 때문이죠’라고 정직하게 얘기하는 웨이터와 마크 사이에는 신뢰가 싹틀까요? 진지한 교제 요청을 하는 마크에게 ‘아이들의 유전자 절반은 당신의 것을 닮을 터, 저는 들창코를 가진 아이들은 원하지 않아요’라고 사실대로 말하는 그녀는 마크에게 믿음을 주고 있을까요?

 

마크의 몸짓과 말에서 우린 믿음이 어떻게 어머니에게 전달되는지 목격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이냐 아니냐로 단순히 그 진심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말은 하지 못한 채 눈빛으로만 혹은 심지어 ‘츤데레(?)’ 행위로 마음을 전하는 이들도 있지요. 비록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할 지라도, 혹은 눈치 채길 바라면서?

 

진심과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실은 존재하되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진심과 진실은 말하는 이의 마음 속에, 그 말을 듣는 이의 마음 속에 혹은 말하지 못한 이의 마음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서로 공유할 수 있을 때 관계라는 것이 형성되겠지요. 눈에 보이는 열길 물 속과 사람의 말∙몸짓. 그것들은 왜곡과 거짓을 담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길 사람 속은 진심과 진실들만으로도 방이 모두 꽉 찬다고 합니다. 자신은 속일 수 없는 법이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사실이 아닌 진심과 진실을 말해주세요. 누구에게 들었냐고요? 진짜냐고요?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때마침 모두가 봄 기운을 맞아 마음까지 화사해지고 사랑이 넘쳤으면 하는 4월엔 거짓말도 용서하고 웃으며 보내는 만우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로 불행할 수 있는 기회들도 4월에 있군요. 열 사흘은 또 다른 거짓말의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2년전 열 엿새 이후 아직도 어두운 심연 속에서 눈 감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거짓을 걷어내고 진실을 찾을 수 있는 4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 리뷰는 스포일링을 최소화 하고 여러분의 영화 관람 선택을 돕기 위해 작성 됐습니다.

예술적 재미 : ★☆☆☆☆

예술적 표현의 과격성 : ★☆☆☆☆

상업적 재미 : ★★★★☆

감동 : ★★★☆☆

스토리 구성 : ★★★☆☆

엔딩의 충만함 정도(허무하지 않은 정도) : ★★★★☆

허드서커 상상력 : ★★★★★ 

사진. 영화 '거짓말의 발명' 스틸컷, 네이버 영화 스틸컷, 배급 : 워너브라더스 

글. M (뜨내기 영화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