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컬처]by 김석기

사람들이 뭔가에 빠지게 되면 관련된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깁니다. 카메라바디나 렌즈를 수집하고, 오디오를 모으거나 심지어 자동차를 모으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음악을 듣는 방법이 유투브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새로 시작된 애플 뮤직이나 멜론같은 스트리밍이 대세지만 예전에는 CD나 LP같은 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감상했습니다. CD나 LP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오덕스럽게 수집 취미를 강화하고 있죠. 대세는 아니지만 LP의 재유행이 그런 분위기를 잘 말해줍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모으는가 모으기 위해 모으는가

음반수집이 취미가 되면 사실 듣기 위해 모으는 것이 아니라 수집을 위해 수집한다고 봐야합니다. 듣기 위해 모으기에는 사실 안모아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습니다. 예전에는 구하기 어렵거나 못구하는 음반들이 있었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고 못구해 못듣는 음악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음반을 수집하는 것은 ‘소유의 뿌듯함’이라고나 할까요. 수집 자체가 취미인 것입니다. 대부분 음반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처음 구입 후 미개봉으로 가지고 있거나 딱 한번 녹음을 하고 이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적으로 중고음반의 상태는 미개봉(Factory Sealed), 개봉만하고 한두번 사용해서 거의 새것 같은 상태를 Mint, 그 아래 상태는 Excellent - VG (Very Good) – Good – Fair – Poor – Bad 로 표시합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으로 주는 평가는 아닙니다. 

왜 LP를 모으는가

LP를 듣는 이유로 ‘아날로그의 감성’이라는 이유를 많이 드는데 정말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기 위해 듣는 분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수집을 위해 LP를 구입할 것입니다. 사실 LP로 음악 듣는다는 건 매우 귀찮은 일입니다. 대충 30분마다 음반을 뒤집어 줘야하고, LP청소, 바늘이나 암 등 관리 요소도 많습니다. 그런 관리 요소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대개 LP는 수집하고 음악은 무손실 파일 같은 걸로 듣게 됩니다. 무손실 음원으로 듣는데 LP는 왜 살까요? 이 역시 뭔가 음반을 소유하던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들이 CD는 LP에 비해 소유하는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파일로 듣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CD를 사자니 쓸데 없이 돈버리는거 같은 분들이 옛 추억도 더듬을 겸 LP를 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개중에는 (아주 가끔씩) 비싸지는 LP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면 마음이 좀더 편해집니다.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익스트림의 Picture Disc LP

음반 수집이 재테크로 가능한가

경제적인 논리로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음반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희귀 음반’들은 음반 하나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짜리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희귀 음반을 소유한다는 것은 로또를 맞듯이 운이 좋아야 생기는 일이지 이걸 재테크로 여긴다면 결코 성공 할 수 없는 재테크입니다. 설사 ‘희귀 음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소유욕에 의해 아까워서 이를 파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현금화하지 않는다면 재테크의 의미가 없을 뿐더러 시중에서 이야기하는 가격대로 가격을 받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문적으로 음반을 판매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 취미로 음반수집을 통해 돈을 벌기는 쉽지 않습니다. 꿈깨세요.

왜 CD는 모으지 않는가

LP시절에는 국산 LP의 음질이 미국산이나 일본산, 독일산 음반에 비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음질이 좋은 LP를 찾다보니 외국에서 발매한 ‘원반 (Origianl Records)’을 찾게 된 것입니다. Cd시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스터 테이프를 가지고 오리지널 매스터링을 하지 않고 외국에서 판매하는 CD를 매스터로 삼아 저렴하게 제작했습니다. 국내 CD의 음질도 외국 CD 보다 떨어지다보니 사람들이 ‘수입반’이라고 부르는 수입 CD를 국산 CD보다 더 가치를 쳐주었습니다. 물론 수입반 역시 압축(16bit)을 통한 음질저하로 국산 CD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음질이 그리 좋지 않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중에 리매스터링 한 고음질 CD(24Bit)들이 등장하면서 그 이전에 판매되었던 저음질 CD들은 모두 쓰레기 취급을 받게되었으며 이때부터 CD는 ‘소장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널리퍼졌습니다. 그러자 음반사들은 음질을 개선하고 한두곡씩 보너스트랙을 추가한 리매스터링 음반들의 재출시를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며 한동안 잘 팔다가 파일과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가면서 경영위기를 맞게 됩니다. MFSL이나 gold CD같은 고가의 고음질 CD조차도 무손실 음원이 나오면서부터 인기가 떨어지고 가격 역시 폭락하게됩니다. CD는 이제 수집에 있어서 큰 가치가 없습니다. 무손실 음원파일이 더 음질이 좋기 때문이죠.

희귀한 음반은 어떤 음반인가

Nell의 1집 CD ‘Reflection of Nell’은 한때 30만원이 넘게 거래되었습니다. 원래 판매량 자체가 많지 않았던 데다가 저작권 문제가 꼬여있어 더 이상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패왕별희’의 OST, 서울음반에서 발매했던 이 2800원짜리 LP 역시 30만원이 넘었습니다. 이 앨범을 30만원 넘게 주고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의 부자들인데, 패왕별희라는 영화는 홍콩이 중국에 편입되기 전에 나왔습니다. 패왕별희는 중국의 문화혁명을 꼬집는 내용으로서, 중국 내에서는 영화던 영화음악이던 일절 판매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중국에 정식으로 라이선스 받아 음반을 발매하는 회사도 없었기에 서울음반에서 나온 패왕별희 OST는 ‘정품’으로서 가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CD 중 우리가 알고있는 버전과 다른 재킷을 가진 ‘진짜 초반’ 역시 구하기 어려운 희귀 음반입니다. 흔히 테이프 자켓이라고 불리우는 이 CD는 발매 초기 소수의 수량만 시중에 풀렸는데, 재킷사진이 너무 촌스러워서 반도음반에서 곧바로 수거해 폐기하고 새로운 재킷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비틀즈의 ‘yesterday and today’ 중 부쳐(도살자) 자켓이라고 부르는 음반은 상태에 따라 1000만원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yesterday and today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초기에 나온 재킷의 사진이 안좋아 캐피틀 레코드에서 전량수거해서 폐기했는데 일부 레코드는 폐기하지 않고 새로 나온 재킷 사진을 폐기해야 할 레코드 재킷 위에 풀로 붙여서 다시 팔았다고 합니다. 바로 이 음반이 희귀 앨범입니다. 그냥 옛날 재킷의 음반이 아니라 그 위에 새 음반의 표지를 붙인 음반이 희귀하고 비싼 앨범인 것이죠. 재즈 음반인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의 초반 역시 고가 희귀 앨범 중 하나입니다. ‘King of blue’ 라는 별명을 가진 이 음반은 50년대 발매되었기에 남아있는 음반이 거의 없어 역시 상태에 따라 수백만원을 호가합니다.


돈이 많다면 희귀 음반을 사서 모을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 희귀 음반을 싼 가격에 손에 넣기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됩니다. 재수가 좋다면 Nell 이나 서태지 1집 초반처럼 우연히 샀는데 나중에 희귀음반이 될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소장가치란 무엇일까

음반 광고를 보다보면 ‘소장가치가 있다’ 라는 문구를 자주 보게 됩니다. 발매숫자를 줄인 ‘리미티드 에디션(한정반)’이나 ‘스페셜 에디션’, ‘리매스터링 에디션’등 수많은 버전의 음반들이 두세곡을 추가하고 껍데기를 바꿔서 재발매 되지만 사실 소장가치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수집에 있어서 ‘소장가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현금화를 할 수 있는지와 현금화시 얼마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대개의 음반을 다시 팔았을 때 자신이 산 가격보다 더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더 받는다 치더라도 시간이 많이 흘러야 하며 그 동안의 현금 가치의 하락과 이자 등을 생각하면 소장해서 가치가 올라갔다고 볼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음반자체의 수요가 줄어들수록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음반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냥 그 가수가 좋아서 소장한다면 좀 다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팬심으로 음반을 소장 할 때 가장 행복하게 음반 수집을 할 수 있습니다. 

음반 수집의 단계

1. 정규 앨범 수집 단계

어떤 가수나 그룹에 빠지다 보면 그 가수의 모든 앨범을 사모으게 됩니다. 정규 앨범이란 정식으로 스튜디오에서 제작하여 발매한 음반들을 말합니다. 핑크 플로이드나 비틀즈와 같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으며 ‘매니아’들이 많은 가수들은 이들 정규 앨범들을 모아 놓은 ‘박스세트’를 수십만원의 고가에 판매하기도 하는데, 한번만 나오는게 아니라 여러 번 약간씩 다른 버전으로 발매해서 팬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곤 했습니다. 모든 정규 앨범을 수집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이후에는 이제 공연실황 음반을 수집하게 됩니다.


2. 스페셜 에디션을 수집하는 단계

전 앨범을 다 사면 더 이상 사지 않을거 같지만 음반사들은 결코 그렇게 놔두지 않습니다. 일반 CD와는 다른 LP미니어쳐 (LP 재킷 모양의 종이로 된 패키지)처럼 포장을 바꿔서 한정판으로 내놓는 다거나 원래 앨범에는 없는 노래들을 몇곡 추가시켜 스페셜 에디션 같은 걸 만들어 재출시 합니다. 때로는 20주년, 30주년 기념앨범 같은 것도 있습니다.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비틀즈의 Abbey road 부틀렉 한정반, 화이트앨범 30주년 한정반, 존레논-오노요코의 Two Virgins 초회 한정반

3. 고음질 음반을 수집하는 단계

지금은 고음질 음반의 가치가 많이 하락 했습니다만 한때 MFSL에서 오리지널 매스터링한 골드CD의 경우 타이틀에 따라 20~30만원이 넘게 이베이에서 팔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음질 CD의 특징은 골드나 블루스펙, SuperAudio CD 등 음반 자체의 음질 스펙이 물리적으로 고음질인데다가 한정수량만 판매하여 가격이 높았습니다. 대신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CD를 소장한다는 뿌듯함이랄까 일종의 허영심을 조장합니다.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고음질 CD인 골드CD, SACD, XRCD

4. 부틀렉을 사는 단계

부틀렉(Bootleg)에 대해서는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부틀렉은 일종의 해적음반으로서 정식으로 음반사에서 나오는 음반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불법으로 녹음하거나 또는 스튜디오에서 가수들이 만든 음악 중 음반에 채택되지 않은 노래들, 가수와 인터뷰한 음반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너무 많고 음질 역시 스튜디오 음반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것부터 쓰레기 음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다만 좋아하는 가수의 발표하지 않은 공연실황이나 좋아하는 노래의 발표되지 않은 다른 버전을 들어볼 수 있는 즐거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음반들은 이태리나 러시아, 동유럽 등지에서 암암리에 제작되어 소량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구하기도 만만치 않고 나름 수집의 희소성도 존재합니다. 이 역시 남이 가지지 못한 음반을 소유한다는 그 느낌을 빼놓을 수 없죠. 하지만 부틀렉 자체의 가치를 인정 안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5. 희귀 음반이나 싸인앨범을 수집하는 단계

부틀렉을 수집하는 단계 정도까지 가면 주변에 같은 취미를 가진 동호인도 많아지고 ‘음반 콜렉터’라는 타이틀이 자연스러워집니다. 내가 가진 음반들을 다른 이들이 가진 음반들과 비교도 하고 정보도 교환합니다만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자신의 콜렉션을 다른 콜렉터와 차별화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별로 없어지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별화를 위해 찾는 것이 앞서서 말한 희귀음반을 찾게되며 또 다른 차별화로 가수가 직접 싸인한 음반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같은 가수가 한 싸인이라도 약간씩 다르게 마련이라 가수의 싸인 앨범은 나름 유니크한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음반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싸인 음반들은 음반 콜렉터들이 가장 잘보이는 곳에 장식을 해 놓습니다. 물론 SNS에 자랑도 합니다.^^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휘트니 휴스턴의 친필 싸인 LP

올바른 음반수집을 위한 조언

예전에는 음반 수집이 정말 재미있는 취미였습니다. 음반을 통해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음반을 수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지만 음반이나 오디오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줄 때 가장 가치가 있습니다. 음악을 듣기 위한 수집, 팬으로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듣기위해 수집하세요. 소장가치나 희귀음반 같이 수집을 위한 수집은 자기만족 외에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돈이 되지도 않구요. 


1.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위주로 진짜 듣기 위해 모은다.

희귀 음반이라고 별로 좋아하지도 듣지도 않는데 사지 말라는 뜻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은 구입 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가지고만 있을 뿐.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진짜 초판’ CD

2.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이라도 같은 걸 여러장 사지 말고 딱 한장만 사라.

사진에 나오는 핑크 플로이드의 Darkside of the moon은 최고의 명반 중 하나이고 가장 좋아하는 음반입니다. 보시다시피 같은 음반이 수많은 버전으로 조금씩 바꿔져 나왔습니다만 결국 한 음반입니다.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핑크플로이드 Darkside of the moon 30주념 기념 LP, Picture Disc, 20주년 기념 CD, 리매스터링반, By the way box set, darkside of the Moon 와인

3. 박스셋은 욕심이다. 웬만하면 사지 마라. 다 들어보지도 못한다. 

아무리 좋은 박스셋이라고 해도 거기에 들어있는 모든 음반이 마음에 들 수는 없습니다. 몇장 마음에 드는 음반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안듣는 음반이 됩니다. 저는 마일즈 데이비스를 좋아해서 70장짜리 박스셋을 샀습니다만 전부 다 듣는 것은 아닙니다.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한정판으로 발매된 마일즈 데이비스 70장짜리 박스셋

4. 싸인 음반을 구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의 싸인 음반 한장 정도만 가지고 있어라 

그 가수를 좋아한다면 팬심으로 하나쯤 가지고 있을만 합니다만 여러 개 모아서 전시하면 뽀대가 안나요.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빌리 조엘의 친필 싸인 LP와 CD

5. 부틀렉이나 MFSL 같은 음반들은 그냥 관심을 끊자.

부질없습니다. 사지마세요. 잘듣게 되지도 않고 되팔 때 많은 손해를 보게됩니다. 

오덕스런 음반수집의 세계

MFSL 반, Mobile Fidelity Sound Lab의 오리지널 매스터링 한정반

개인적으로 궁금하신 분은 메일 주세요^^ (neo@nweb.kr)

2016.09.12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T 산업의 트랜드와 인사이트로 IT의 미래를 예측한다.
채널명
김석기
소개글
IT 산업의 트랜드와 인사이트로 IT의 미래를 예측한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