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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트와이스는 좋은데
가사가 별로였어

by뉴스에이드

트와이스는 좋은데 가사가 별로였어

올해 최고의 히트곡은 ‘치어 업(CHEER UP)’이다. 이 곡은 트와이스를 정상의 걸그룹으로 견인할 만큼 대박을 기록했다. 20회 넘는 음악방송 1위는 기본, 2016 가온차트 스트리밍·다운로드 종합 1위,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 올해 걸그룹 앨범 판매량 1위 등 신기록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썩 개운하진 않은 구석이 있다. 트와이스의 사랑스러움과는 별개로, 이들의 콘셉트 전략과 ‘치어 업’이 올해의 히트곡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요소 두 가지를 짚어봤다.

1. 가사가 왜 이래

첫 번째 문제는 가사다. ‘치어 업’ 중에는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와 ‘여자니까 이해해주길’이란 가사가 등장한다.

 

무심코 들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지만,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여자니까’라고 대상을 한정짓고 어떤 행동을 프레임화 시킨다는 점에서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여자거나 남자거나 마음을 쉽게 주든 말든 누군가 지적할 것이 아니며, 이해를 구할 만한 조건이 반드시 여성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 대상은 꼭 여자여서가 아니라 ‘남자가’ 일 때도 마찬가지다.

트와이스는 좋은데 가사가 별로였어

반복해서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래 가사는 듣는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뇌리에 콕 박히는 거다. 어떤 가사는 수십 년 동안 인용이나 패러디의 대상이 될 만큼 사람들의 고정관념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무려 2016년의 최고 인기곡 후렴으로 반복되는 가사가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라니, 올해의 화두가 페미니즘이었다는 건 다른 나라 얘기인 걸까.

 

물론 작사가에게는 창작의 자유가 있다지만,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적힌 이 가사 때문에 불쾌해서 ‘치어 업’을 듣고 싶지 않다는 리스너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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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TT)’의 가사도 찜찜하다. 전체적으로 10대 소녀 느낌이 많이 나는 뉘앙스의 이 가사가 롤리타 콤플렉스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그 중에는 아기들을 향한 말투처럼 ‘맴매매매 아무 죄도 없는 인형만 때찌’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아이유 ‘제제’ 논란 이후 어린 아이를 성적 대상화 시킨다는 점에서 대중에게도 롤리타 콘셉트의 위험성이 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순히 가사의 일부일 뿐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콘셉트와 안무까지 살펴본다면 ‘티티’가 계획된 ‘롤리타’ 어필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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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무가 왜 이래

이 추측을 뒷받침하는 게 바로 트와이스의 안무다. 열풍처럼 유행한 ‘샤샤샤’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애교 개인기’의 도구로 쓰였던 걸 떠올려보자.

 

못해도 10대 중·후반인 트와이스 멤버들은 ‘티티’ 무대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어린 아이 같은 표정 연기를 하며 애교와 귀여움을 뽐낸다. 게다가 이들의 안무 중에는 다른 걸그룹과 비교해도 유독 유치원생들의 율동을 본 딴 것 같은 쉬운 동작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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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러 노림수 의혹 중에는 'TT'가 젖꼭지라는 비속어의 ‘titty’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확인된 근거는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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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얘기가 있어요. 제작자들이 거의 모든 여자 가수들의 노래에 성적인 어필이 되는 포인트를 집어넣는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은 몰랐지만 ‘우아하게’나 ‘핫 핑크’에도 들어있다는 해석이 있었어요. 어쨌든 어린 걸그룹 친구들의 곡에도 이런 시도가 없진 않았죠.” (작사가 A)

3. 걸그룹 노래를 쓰는 남자 작사가

소속사에서는 이런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기획 단계에서 전혀 몰랐을까, 은유적인 콘셉트 어필이었을까? 적지 않은 리스너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가사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걸까?

 

이런 가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를 2번으로 줄여본다면 첫 번째는 걸그룹이 부를 노래를 남자 작사가가 썼을 때의 가치관 주입이고, 두 번째는 이렇게 쓰인 가사가 남성적인 시선에서 읽히고 OK를 받는 검수 과정이다. 물론 ‘티티’와 ‘치어 업’을 쓴 작사가 샘 루이스는 남자다.

 

“보통 회사에서 가사 의뢰를 받을 땐 ‘어떤 콘셉트로 써 달라’는 구체적인 주문을 받고 쓸 때가 많아요. 그런데 여성의 심리에 몰입해서 남자가 쓰면 여자들이 보기엔 티가 나거든요. 여자가 남자 노래를 쓸 때도 그렇고요. 아마 그런 부분은 남자 작사가가 썼기 때문에 미묘한 포인트에서 여자들이 듣기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작사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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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남자 작사가가 여성 차별적인 표현을 쓴다는 일반화는 아니다. 다만 성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드러날 확률이 높다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획사가 이슈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만큼, 변화하고 있는 젠더 감수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가사를 쓰고 검수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다만 가사 수정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사는 발매 전 단계까지 웬만하면 수정이 되어 나온다. 특히 연차가 있는 가수들은 몰입이 안 되거나 부르기 어려운 발음이 있으면 녹음 중간에도 가사를 고치곤 한다.

 

“가사는 모든 회사에서 당연히 내부 검수를 합니다. 프로듀서부터 대표까지 다 확인하고, 웬만하면 건드려요. 회사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작사가가 아무리 잘난 사람이어도 다 고치는 곳도 있어요. 반면 절대 안보는 곳은 없었던 거 같아요. 요즘은 가사를 되게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여러 가사를 놓고 더 좋은 가사를 블라인드 시스템으로 뽑는 곳이 많아요.” (가요 기획사 관계자 B)

 

JYP는 몇 년 전 부터 소속 가수들의 타이틀곡을 임직원들의 블라인드 테스트로 뽑고 있다. ‘티티’ 역시 타이틀곡이니 같은 방식으로 선정됐을 것이다.

트와이스는 좋은데 가사가 별로였어

“회사 입장에서는 킬링 포인트로 생각했거나 가볍게 넘어갔는데 뒤늦게 그런 가사가 문제가 될 때도 있어요. 아니면 이런 경우는 오히려 ‘이게 진짜 남자들이 원하는 마음이다’라고 계산해서 OK한 구절일 수도 있는 거죠.” (가요 기획사 관계자 C)

 

결국 걸그룹이 타깃으로 삼은 남성 팬들을 노린 콘셉트가 이런 가사를 만들어내곤 한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호응도가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욕을 해도 보고,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교복이나 제복 같은 콘셉트는 무조건 잘 먹히는 클리셰로 굳어져 있잖아요. 기획사 입장에서는 욕을 먹어도 관심을 받는 거니까 한 번 쯤은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가요 기획사 관계자 C)

트와이스는 좋은데 가사가 별로였어

비단 트와이스의 가사 뿐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예민하게 바라본다면 무려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가사들이 태반이다. 말로는 걸크러쉬가 올해의 유행 키워드였다지만, 아이돌들의 가사 속 데이트 폭력, 여성 혐오를 찾는다면 수십 가지도 나올 것이다.

 

이제는 노래 가사들도 변화하고 있는 젠더 감수성을 발 빠르게 따라와야 ‘구닥다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변화의 속도는 창작물들을 좀 더 예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대중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결정할 것이다. 기획사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결국 소비하는 대중의 취향을 따라갈 테니 말이다.

 

그래픽 = 이초롱

사진 = 뉴스에이드DB, 각 앨범 재킷, 트와이스 공식 홈페이지

 

강효진기자 bestest@news-a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