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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절필선언'까지...이상문학상 '3년 저작권 양도' 대체 뭐길래?

by뉴시스

우수상 작가 수상 거부 이어 대상 작가 절필

작가들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

변호사 "출판사에 더 경제적 이익...법률 검토 안거친듯"

저작권업계 "독점출판이라면 출판권 설정이 맞는 표현"

뉴시스

[서울=뉴시스]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작품집 표지. (사진 = 문학사상사 제공) 2020.02.03.photo@newsis.com

'3년 저작권 양도'라는 조항을 놓고 빚어진 2020년 이상문학상 사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우수상 수상작가로 꼽혔던 이들은 수상을 거부했고 지난해 대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윤이형은 절필을 선언했다. 작가들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처럼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 편을 드는 목소리도 나온다. '3년 저작권 양도'는 왜 이 시점에 논란이 된 것일까.

3년 간의 저작권 양도 문제는 어떤 문제?

앞서 공개된 이상문학상 '저작권' 관련 조항에는 '대상 수상 작품의 저작권은 본상의 규정에 따라 주관사가 갖는다. 단, 주관사의 작품집 발행 후 3년이 경과한 이후부터, 동 대상 작품을 대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집에 한해서 그 대상 작품을 수록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본 작품집의 표제(대상 작품명)와 중복되거나 혼동의 우려가 없도록 하기 위해 대상 수상작가가 발행하는 자신의 작품집 서명으로는 쓰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이 작가들의 수상거부와 절필 선언까지 이끌었다.


최은영 작가는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제 작품이 현대문학상, 문학동네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의 우수작으로 선정된 경험이 있었고 이상문학상의 조항과 같은 조항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며 "직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며 부당한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문학사상사에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은 "계약서를 살펴봐야 확실할 것 같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이상문학상 관련 조항만으로는 출판사가 과도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지식재산권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동의서상 문구를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관련 조항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저작권 일체를 출판사가 갖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양도가 아니라 이용허락만 받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출판사가 필요로 하는 부분보다 더 과도하게 가져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어떤 목적으로 저작권을 양도받는 것인지 따져서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야한다. 출판사의 주장대로라면 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할 때 별도 계약으로 저작권을 양도해야 하는데 별도로 돼있지 않다.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쓴 문구 같지도 않다"고 부연했다.


또 "저작권이 양도되면 작품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출판사에 몰릴 우려가 있다. '저작권 양도'가 아니라 '이용허락'만 했다면 책 판매에 대한 대가는 따르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표절 시비 등이 불거졌을 때 상대를 고소할 수 있는 권리도 잃게 되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선 고소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 저작권업계 관계자는 "문학사상사가 밝힌 대로 수상작품을 독점출판 하기 위함이라면 저작권이 아닌 출판권 설정이 맞는 표현"이라며 "저작권법은 창작자 위주로 보호하는 법이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해 모든 저작재산권 양도로 써야 진짜 저작권 양도이다. 명확한 문구가 없으면 그냥 '이용허락'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설령 3년 간 출판권 설정이 맞다해도 3년이 지났는데 작가가 다른 출판사에서 낸 책의 표제작으로 이상문학상 수상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작가들이 충분히 화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중·단편 소설에 관해서는 대체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여겨지던 이상문학상의 명성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문학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주장

작가들이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저작권을 양도하게 되더라도 그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야하는데 실상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작가들은 문학상 수상을 통해 상금과 작품집 판매에 따른 수익, 명예와 명성 등을 얻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저작권 자체를 양도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이익보다 못하다면 굳이 수상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출판사 입장에서는 문학상 운영과 시상을 통해 우수 작품 출판권을 갖고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도서 판매를 통해 창출해야하는 것인데, 최근 출판계에서 문학 판매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문학계 한 관계자는 "출판사에서 이런저런 문학상을 만들었다가 중도에 폐지하는 일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실정 때문이다. 수상작 매출 이익이 최소한 상금액 이상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문학상 제도를 책 판매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상술이 문제다. 이 때문에 문학상 수상이란 타이틀이 객관적으로 작품 수준을 담보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들이 문학적 역량을 키워야한다는 것도 문제이고 모두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자연 도태라는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출판계에도 작가에게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는 문학과사상사는 지난달 6일 '이상문학상 2020' 수상관련 기자 간담회를 취소한 후 이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다고 했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도 입장 발표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jmstal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