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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뉴트로푸드

대구 납작만두? '애걔걔' 반응하면 당신은 '아재'

by뉴시스

어렵던 시절 서민음식…이젠 젊은이들 '힙'한 음식 변신

칠성야시장엔 무침회, 떢볶이 등과 '콜라보' 매콤 고소한 맛

바삭한 밀가루 피, 당면, 부추 등 어우러져 '마약같은'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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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미성당 본점에서 판매하는 납작만두. 2020.01.28. lmy@newsis.com

주린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시절, 얇디얇은 밀가루 피에 미량의 당면이나 부추로 속을 채워 탄생한 납작만두. 지금은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1960~70년대엔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식 대용의 음식이었다.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향토음식 납작만두는 이제 대구 10味(미) 중 하나다. 대구와 경북지역을 벗어나면 접하기 쉽지 않다.

'외모' 빈약해 보이지만 대구 사람들에겐 추억이자 '소울 푸드'

일부 외지인들은 납작만두 맛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곤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겐 추억을 느끼게 하는 의미 있는 음식이다.


본래 만두의 사전적 의미는 '밀가루나 메밀가루 반죽으로 껍질을 만들어, 고기·두부·김치 등으로 버무린 소를 넣고 찌거나 튀긴 음식'이다. 하지만 이름 그대로 홀쭉한 납작만두는 언뜻 부침개에 가까운 모양새다.


납작만두는 밀가루 피 안에 다진 당면과 약간의 파, 부추 등을 품고 있다. 이를 기름에 튀기듯 구워 잘게 썬 파, 고춧가루, 짜지 않은 간장 양념에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만두 자체의 재료가 단순하고 맛이 깔끔해 떡볶이 등 다른 재료와도 잘 어우러진다.


대구 시민들에게 납작만두는 어린 시절 추억인 동시에 현재를 함께하는 친구 같은 음식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김유경(29)씨는 "속에 든 것도 없는 납작만두가 왜 좋은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바삭하게 구운 밀가루 피, 입안에 고소하게 맴도는 당면, 이와 어우러진 양념 자체로 완벽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는 집 근처 어느 분식점에 가든 만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마음먹고 파는 곳을 찾아가야 먹을 수 있다"며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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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대구 교동시장의 한 노점에서 손님이 주문한 납작만두를 조리하고 있다. 2020.01.29. ehl@newsis.com

"지금은 먹을 게 넘쳐난다 아입니꺼. 카이 옛날만치로(옛날만큼) 사람들이 안 와예."


납작만두는 지역의 시장과 음식점 곳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손님을 만난다. 조리법, 판매장소, 고객층 등에 따라 약간의 변화도 보인다.


대구역 인근 교동시장 먹자골목의 납작만두는 간장 양념을 곁들인 기본적인 맛을 자랑한다. 가게 앞 철판 위에서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납작만두를 보고 있노라면 침이 절로 넘어간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손님도 중노년층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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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대구 교동시장 먹자골목의 납작만두. 2020.01.29. ehl@newsis.com

이곳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한 여성은 "옛날 방식 그대로 조리해 팔기 때문에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면서 "지금은 근처에 있는 동아백화점(현 동아아울렛 본점)이 잘 안 되다 보니 시장 손님들도 적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을 벗어나면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젊은 층을 사로잡는 새로운 느낌의 납작만두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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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대구 칠성야시장에서 판매하는 납작만두. 매콤한 무침회와의 조합이 산뜻하다. 2020.01.29. ehl@newsis.com

지난해 11월 문을 연 대구 북구 칠성야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다.


이곳에서 영업하는 식품매대 60여곳 중 2곳이 납작만두를 주력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박민호(29)씨가 판매하는 납작만두는 무침회와의 산뜻한 조합을 자랑한다. 매콤한 대구 반고개 무침회를 따뜻하고 고소한 납작만두에 푹 싸서 먹는 것.


박씨는 정신없이 납작만두를 구우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무침회를 싸기 좋도록 넓은 납작만두를 사용한다. 도톰한 스타일의 미성당 납작만두보다는 교동시장에서 파는 것과 비슷하다"며 "간혹 외국인 손님이 오는데, 인도의 난이나 베트남 월남쌈 등에 비유해 설명해드리면 쉽게 이해하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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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마늘 기름으로 구운 뒤 비빔당면을 곁들여 느끼함을 잡은 납작만두. 2020.01.29. ehl@newsis.com

김신현(26)씨는 비빔당면을 곁들인 납작만두를 선보였다. 만두를 구울 때 마늘 기름을 써 느끼함을 잡은 것이 특징이다. 그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다 보니 채식주의자 손님들도 안심하고 드신다"면서 "젊은 분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고 했다.


길게 줄을 선 손님을 응대하느라 짧은 답변에도 한참 시간이 걸렸지만, 젊은 사장님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예전엔 쇼트닝에 '지글지글'…요즘은 마늘기름으로 느끼함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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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미성당 본점의 한 직원이 납작만두 빚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다 빚은 만두는 물에 삶아 한두 시간 불린다. 2020.01.29. lmy@newsis.com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맛이 납작만두의 매력 아닐까요. 옛날 학생들은 접시에 남은 당면까지 싹싹 긁어먹곤 했죠."


대구 남산동 미성당 본점에서 만난 임수종(56) 미성당 대표는 납작만두의 매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사실 저도 납작만두의 매력이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자녀들과 함께, 또 그 자녀들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가게를 찾는 걸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맛인 건 확실하다"고 했다.


납작만두는 식당 2층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공장은 밀가루 반죽기와 피를 찍는 기계가 있는 곳, 만두를 빚는 작업실, 만두를 삶고 불리는 공간 등으로 나뉜다.

미성당 직원들 만두 빚는 손 어찌나 빠른지 보이지 않을 정도

단순한 재료만큼 만드는 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10명 남짓한 직원들은 속 재료가 가득 담긴 대야 앞에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다. 재료를 한 숟갈 정도 얹은 만두피를 반으로 접은 뒤, 공기가 빠지도록 손바닥으로 살짝 눌러주면 된다.


만두를 빚는 손은 또 어찌나 빠른지, 현장에 동행한 사진기자는 "선생님, 조금만 천천히요"라고 연신 요청해야 했다.


이렇게 빚은 만두를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한두 시간 불리면 우리가 아는 반달모양의 납작만두가 된다. 완성한 만두는 대구지역 미성당 지점과 서울, 청주 등에 납품한다. 전국 곳곳에서 택배 주문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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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미성당 본점 공장에서 만두피를 만드는 모습. 2020.01.29. lmy@newsis.com

모양도 이름도 재밌는 납작만두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 소박한 재료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납작 만두는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찾던 음식이다. 쌀보다 밀가루가 흔하고 고기는 언감생심이던 시절,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품이었다.


만두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됐다. 미국의 잉여 농산물을 구호 물품으로 공급한 것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역 곳곳에 국수 공장이 들어섰고, 서민들은 칼국수와 수제비 등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을 즐기게 됐다.


1960년대에도 경제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가성비 좋은 밀가루의 인기는 이어졌다. 당시 쌀 생산량 역시 턱없이 부족해 정부는 혼분식 장려운동을 펼쳤다. 음식점에는 잡곡과 밀가루를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떨어졌고, 학교는 아이들의 도시락에 하얀 쌀밥만 들어 있지 않은지 일일이 검사했다.


납작만두 가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성당의 창업주 고 임창규씨. 임수종 대표의 아버지인 그는 1960년대 초반 간단한 재료로 푸짐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고안하던 중 납작만두를 개발했다. 저렴한 밀가루 피에 소금으로 간 한 당면과 약간의 채소만 채워 만두를 빚은 것.


초창기 미성당을 비롯한 일부 음식점은 납작만두를 조리할 때 식용유 대신 쇼트닝을 썼다. 기름진 음식을 맛보기 힘든 서민들을 생각한 요리법이었다.


지금처럼 식용유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기 때문에 쇼트닝을 쓸 수밖에 없었다거나,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납작만두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쇼트닝을 썼다는 설도 전해진다. 어떤 기름을 쓰든 배고픈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입에 착착 붙는 맛'이었을 게다.


지금은 대부분 가게에서 미강유 등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담백하게 조리하지만 고소한 맛만큼은 여전하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과 노년층 등에게 사랑받는 서민 음식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임수종 대표는 "최근 재건축 사업 탓에 가게를 근처로 이전했다"면서 "원래 식당이 있던 곳은 가톨릭 신학교와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사제나 수녀님들이 꽤 자주 왔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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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서문시장의 한 식당에서 기름에 납작만두를 굽고 있다. 2020.01.29. lmy@newsis.com

대구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10여년 전 대구 10미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납작만두는 동인동 찜갈비, 뭉티기, 야끼우동 등과 함께 당당히 대구의 대표 음식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납작만두의 독특함에 주목하고 있다.

라면사리+삶은 달걀+납작만두='스페셜 떢볶이'는 대구의 맛

수도권 일부 음식점에서는 야채무침과 함께 내는 비빔만두 형식의 납작만두를 만날 수 있다. 속이 꽉 찬 군만두를 사용하는 대구의 비빔만두와 대조적이다.


서울 북촌한옥마을 등에 있는 프랜차이즈 업소 남도분식, 올리브 수요미식회에 등장한 서울 서초구 덕자네방앗간 등이 대표적인 식당이다. 납작만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만두피에 야채를 싸 먹는 음식이구나'라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물론 납작만두가 이 같은 명물 골목이나 유명 식당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대구 지역 분식점이라면 바늘에 실 따라가듯 납작만두를 판다. 고소하고 담백한 납작만두와 매콤한 떡볶이 국물의 조합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떡볶이와 라면 사리, 삶은 달걀, 납작만두 등을 한 접시에 담아 선보이는 '스페셜떡볶이'는 대구와 경북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다. 납작만두라 쓰고 동그란 모양의 당면 튀김만두인 야키만두가 들어있으면 서운하다고들 말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향토음식인 납작만두가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화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식산업 등 컨설팅 전문기관인 핀연구소의 김규원 대표는 "납작만두는 가난한 시절 단가가 싼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음식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현 추세와는 약간 어긋난다"며 "현미나 쌀을 이용해 피를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납작만두의 단조로운 흰색에 비트나 오징어먹물 등을 섞어 시각적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다"며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성공한 떡볶이처럼 고급화와 상업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합니다.


​[대구=뉴시스] 이은혜 기자 = eh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