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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연극 매력에 푹... 손정은 "겁 없이 선택했다 생각에 울기도"

by오마이뉴스

연극 <미저리> 출연한 손정은 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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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저리>에서 보안관 버스터 역의 손정은 MBC 아나운서 ⓒ 손정은 제공

MBC 대표 아나운서 중 한 명인 손정은 아나운서가 지난 9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연극 <미저리>에 출연했다. 현직 아나운서가 드라마 카메오로 출연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연극 무대에 선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손 아나운서는 시골 보안관 버스터 역을 맡아 초보 연기자 임에도 열연을 펼쳐 관객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연극 마친 소회가 궁금해 지난 9월 2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손정은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손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연극 <미저리>가 15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어요. 보안관 버스터 역으로 출연하셨잖아요. 첫 연극이었는데 어떠셨어요?


"봄에 제작진과 첫 미팅을 했는데 끝나고 나니 가을이더라고요. 부산 공연이 10월에 있고, 광주 공연이 11월에 있어요. '와, 이렇게 연극 한 편으로 4계절이 가는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과연 무대에 서서 관객들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많이 물어봤어요. 무대에 서던 첫날, 너무 긴장해서 심장 뛰는 소리가 귀까지 울리더라고요. 많이 부족했지만 다행히 실수 없이 두 달 공연을 마치니 그 뿌듯함이 컸죠. 도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가 생겼다는 것이 큰 소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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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영광

이전에도 대학로에 많이 가보셨나요?


"대학 때 이후로 자주 가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번엔 연극을 보러 간 게 아니라 배우로서 연습하러 간 거잖아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지하 연습실로 내려가서 멋진 배우들과 함께 연습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과 무리 없이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많이 됐어요."


관객으로서 연극을 볼 때와 배우로 무대에 섰을 때, 생각이 달라진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관객으로는 마음 편하게 봤죠. 극에 공감하고 잘 따라가면 되니까요. 그러나 배우는 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설득시켜야 하잖아요. 버스터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이 극에서 이 사람의 역할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저 사람은 왜 등장했을까, 라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인물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연기를 보면, 배우에게 존경을 넘어 경외심이 들어요. 좋은 배우들이 참 많잖아요. 최근에 영화 <벌새>를 봤는데 주인공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씨 연기도 정말 좋았고, 한문 선생님 영지 역의 김새벽 씨는 정말 너무 인상적인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배우들을 마주할 때 참 경외감이 많이 들어요."

연극 출연까지 이어진 <더 뱅커>

MBC 드라마 <더 뱅커> 출연이 계기 되어 연극 출연까지 하게 됐는데, 처음 <더 뱅커> 출연 제의받았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지난여름에 <더 뱅커> 이재진 드라마 PD를 로비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연기 한번 도전해 보면 어때?'라고 하시더라고요. 농담이라고 생각하면서 '아~ 좋죠!'라고 답했어요. 그 후 금융감독원 팀장 역할이 있는데, 이게 악역이다.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왔어요. 반드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걱정돼서 촬영 전 두 달간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촬영장도 미리 가서 살펴보고 시스템을 배웠죠. 모든 게 낯설었지만, 반드시 해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연기하는 자신을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방송하는 날 집에서 가족과 보는데 너무 긴장되고 부끄럽더라고요. 반응이 궁금해 실시간 댓글도 확인했죠. '쟤 누구야?' 부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손정은 아나운서네' 이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그래도 카리스마가 있네', '뉴스 하던 사람이라 딕션이 좋네' 이런 글들이 올라오더니 뒤로 가면 갈수록 '아~ 뭐야? 안 나왔으면 좋겠다', '뉴스 읽냐?'라는 부정적 댓글이 점점 올라오더라고요. 그 한 시간이 저한테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다 끝났을 땐 속이 후련하더라고요."


드라마와 연극은 또 다를 거 같아요.


"완전히 달라요. 드라마는 장면을 다 잘라서 찍더라고요. 같은 날 장면인데 정작 다른 날짜에 두 번 나눠서 찍을 때도 있더라고요. 그땐 옷,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똑같이 해서 같은 날인 것처럼 찍어야 해요. 드라마 촬영에서 저 같은 초보자에게 다행인 건 NG와 편집이라는 게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도 기회가 몇 번은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연극은 기회가 단 한 번뿐이에요. 더는 없어요. 매일 매일 생방송이죠."


캐릭터 해석이 배우에겐 중요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하셨어요?


"연극 연기를 공부했던 사람도 아니라 캐릭터 분석이 이번 연극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보안관 버스터라는 인물의 캐릭터 분석이 쉽지 않더라고요. <더 뱅커>의 금감원 팀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대호 검사를 잡는다는, 목적이 확실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연극 <미저리>의 보안관 버스터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애니를 의심하는 건지, 의심해서 잡겠다는 건지, 왜 쉽게 속아서 넘어가는 건지... 속아 넘어가는 이 사람의 한계는 도대체 뭘까, 시골 보안관이기 때문일까? 수사 경험이 많이 없어서? 아니면 겉으로는 카리스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순진한 사람일까? 캐릭터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어요.


대사마다 버스터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야 하는데, 내공이 부족하니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그 고민으로만 대학로 연습실에서 시간을 다 보낸 것 같아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라서서 리허설하고 나서야 '아! 버스터를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그전까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서 울기도 많이 했어요. "

모든 것이 걱정이었던 첫 연극 도전기

첫 연습 때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배우들 앞에서 대본 리딩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떨리고 스트레스더라고요. 처음에 제가 고인배 선배님에게 '선배님이 먼저 해주세요' 하다가 결국 저도 했는데, 뭐 그냥 엉망이었죠. 제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국어책 읽는 게 됐어요. 다 끝나고 나서 김상중 선배님께 오늘 대본 리딩 어땠냐고 여쭤봤더니, '아휴~ 잘 못 했죠, 뭐. 그래도 첫날이니까 괜찮아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차라리 기대치를 낮춰놓고 나중에 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위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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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저리>공연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손정은 MBC 아나운서 ⓒ 손정은 제공

그래도 아나운서라 딕션은 좋잖아요.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딕션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네가 하는 말은 잘 들리더라' 이런 이야기였는데, 기본적으로 좋은 딕션은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도움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게는 '너무 아나운서 같다', '배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평가는 잘 걸려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나운서나 앵커는 대본이나 프롬프터가 있잖아요. 긴 대본을 외워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맞아요. 사실 주연 배우들에 비하면 대사량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제게는 다 외워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컸어요. 그래도 수도 없이 연습하니까 다 외워지더라고요. 배우는 대사를 외우는 건 기본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잘 표현까지 해야 하잖아요. 저한테는 외우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그걸 또 소화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황인뢰 연출님이 '다른 거 없다. 죽어라 계속 연습하는 것밖에는'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계속했던 거 같아요.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고, 차에서도 계속 연습하고 샤워하면서도 말하고. 어느 순간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입에 붙더라고요."


연극 무대 처음 데뷔 날 어땠어요?


"첫날은 정말 떨렸어요. 저는 대기실에서 스탠바이 했다가 준비하고 나와야 해요.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요. 대기실에서 텔레비전으로 연극을 보다가 내가 나갈 때가 되면 혼자 준비하고 나가는 거예요."


AD가 없나요?


"없어요. 이런 방송국은 AD, FD들이 도와주잖아요. 근데 연극은 처음만 세팅하는 거 도와주고, 일단 극이 시작되면 각자 너무 바빠요. 그래서 첫 공연할 때는 내가 언제 나가야 하는지 타이밍을 잡는 것도 걱정이었어요. 만약에 타이밍 놓치면 극이 망가지는 거니까요."

'겁 없이 선택했다'는 생각에 울기도 했지만...

연습 후 택시 안에서 울며 '내가 내 몸에 맞지 않는 일을 너무 겁 없이 선택했구나. 연극이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이제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셨다는 SNS 글을 봤어요. 마음을 어떻게 다잡으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캐릭터를 제대로 잡지 못해서 연기를 너무 못한 거예요. 처음에는 다들 '좋아지겠지' 하셨던 것 같은데 나중엔 배우들과 감독님이 걱정하기 시작하셨어요. 감독님이 끝나고 잠깐 보자고 부르시더라고요. 저보고 우주에서 헤매고 있대요.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을 하느냐, 아니면 계속 떠도느냐, 그건 전적으로 제게 달렸다고 하셨죠. 눈물을 흘리며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죠."


그만두고 싶진 않으셨나요?


"이미 달리는 열차였기 때문에 저 혼자 내릴 수도 없었어요. 포스터, 팜플렛에 제 이름 다 찍었는데 제가 못하겠다고 하는 건 용납이 안 됐거든요.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하고 싶나요?


"네. 연기 계속하고 싶고, 연극도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또 해보고 싶어요. 연극만의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 시간... 도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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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연극 <미저리>공연 후 동료들과 함께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손정은 제공

연극의 매력이 뭐라고 보세요?


"연극의 매력은 연습실에서부터 시작하는 거 같아요. 배우들이 매일같이 만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리허설하거든요. 연습실에서 그렇게 많은 연습을 하고, 함께 식사하면서는 연극에 대해 토론하더라고요. 연습실에서의 몇 달이 정말 매력적인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공연할 때마다 새롭다는 거. 상대 배우의 컨디션이 다르고 관객의 반응이 달라요. 신기하더라고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시고 있어요. 도전을 즐기시는 이유가 있나요?


"새로운 것에 설렘을 느끼고, 도전하면서 사는 삶이 제가 원하는 삶이에요. 그게 행복해요. 인생은 결국 제가 행복하고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사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왕이면 가슴 뛰는 일들을 하며 살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실패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이후에는 또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연기도 계속해보고 싶고요. 이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저 자신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예능은 어때요?


"예능도 저에게 어울리는 게 있다면 하고 싶어요. 요새 유튜브로 <트렌드를 만나는 여자>를 하고 있어요. '이 브랜드는 왜 트렌드가 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콘텐츠에요. 유튜브에 '트밋녀'라고 치면 나와요. 아직 많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얼마든지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하루하루 성실히 그날의 일들을 수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가슴 뛰는 일들을 하며 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요. 또 '실패를 두려워 말고 오늘 도전하라'는 말도 꼭 드리고 싶어요."


이영광 기자(kwang3830@hanmail.net)